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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I 칩 동남아 우회 수출 차단…중국계 해외 자회사도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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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I 칩 동남아 우회 수출 차단…중국계 해외 자회사도 묶었다

美 상무부, 일요일 심야 지침 전격 시행…1년 만에 규제 복원으로 선회
엔비디아 공급망 타격 우려…SK하이닉스 HBM 출하 일정 일부 조정 가능성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등 제3국의 해외 자회사를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조달하던 우회 경로를 차단하는 조치를 단행했다.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등 제3국의 해외 자회사를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조달하던 우회 경로를 차단하는 조치를 단행했다.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등 제3국의 해외 자회사를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조달하던 우회 경로를 차단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31(현지시각) 심야 시간을 기해 중국계 외국의 자회사를 대상으로 첨단 AI 칩 수출을 통제하는 신규 지침을 전격 시행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규제 완화 이후 드러난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1년 만에 다시 통제 강화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엔비디아의 핵심 부품 공급망인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수급 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동남아 경유한 우회 조달 의혹 부상…미국, 규제 수위 다시 높였다


이번 심야 지침의 핵심은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라면 제3국에 소재한 법인이라 하더라도 엔비디아의 블랙웰·루빈이나 에이엠디(AMD)MI350x 등 최고 사양 AI 칩을 구매할 때 미 상무부의 사전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한 점이다.
지난해 미국의 규제 완화 이후 말레이시아와 중동 등지의 중국계 법인을 통해 미국산 첨단 반도체가 대거 유입됐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전 미국 국무부 관계자이자 기술 전문가인 크리스 맥과이어는 비공식 분석을 통해 중국 기업들이 규제 틈새를 노려 해외 거점에서 수십만 개의 고성능 칩을 대규모로 확보했다는 정황을 제시했다. 미 행정부는 기술 유출 수위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판단 아래 31(일요일) 밤 지침을 전격 발효했다.

다만 상무부는 시장의 일시적 마비를 방지하기 위해 이미 현지 데이터센터에 인도되어 가동 중이거나 유지보수 단계에 있는 서버와 칩은 소급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과거 실적 발표 등에서 언급한 중국 시장 매출 제한에 따른 잠재적 손실 추산액은 연간 500억 달러(우리 돈 약 7567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직접적인 수요 위축이 불가피해진 엔비디아와 AMD 측은 이번 지침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향 수요 감소와 HBM 공급망 재배분…국내 업계 단기 조정 시험대


국내 반도체 업계와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봉쇄령이 단기적인 주문 타이밍 조정을 유발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수요 재배분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한다. 증권가는 미국의 공급망 감시가 강화되면 국내 기업의 물량 배정 심사 절차도 한층 꼼꼼해질 수 있으며,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급 전선에 미칠 파급 경로는 SK하이닉스 HBM 출하 일정 일부 조정 가능성이다. 엔비디아 블랙웰의 핵심 공급망인 SK하이닉스는 우회로 차단으로 주문 시점이 흔들리면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공급 물량의 미세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특히 블랙웰 플랫폼 양산 시점과 맞물려 HBM 수요의 시기 분산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빅테크 칩 수급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 내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배정한 첨단 AI 칩의 국내 반입 과정에서 행정적 검증 절차가 늘어날 위험이 존재한다. 글로벌 전수 조사가 강화되면서 통관 및 승인 절차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회 수출 의심 리스크도 문제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인접한 한국이 동남아에 이어 새로운 우회 수출 통로로 오인받을 위험도 존재한다. 무역 감시 수위가 높아지면 국내 반도체 무역 전반에 통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중국계 자회사향 물량이 차단되는 대신 미국·유럽계 빅테크 기업으로 블랙웰 공급이 우선 배분되면서, 중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대기업들의 전체 HBM 출하 총량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완충론도 힘을 얻고 있다.

반도체 투자자가 당장 확인해야 할 4대 체크포인트


공급망의 미세한 균열이 국내 반도체주의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으므로 구조적 변화를 읽는 안목이 요구된다. 금융투자 업계와 IT 업계 관계자들은 아래의 네 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투자 전략을 점검해야 한다.

첫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분기별 HBM 출하량 추이다. 엔비디아 내 공급 점유율 변화를 확인하여 단기 수주 공백이나 단가 하락 리스크를 방어해야 한다.

둘째, 미국 빅테크의 반도체 인프라 투자(CAPEX) 집행 속도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기술 기업의 가이드라인 수정을 확인해 AI 전방 수요의 건전성을 가늠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AI 서버 제조사들의 핵심 부품 재고 일수 변동이다. 미 상무부의 허가 심사 기간 장기화에 따른 부품 정체 현상을 확인하여 공급망 병목 현상을 예측해야 한다.

넷째, HBM 평균판매가격(ASP) 흐름이다. 우회로 차단에 따른 수요 재편이 메모리 단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지, 혹은 견고한 가격 방어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