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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성능 경쟁서 '메모리 확보'로 축 이동… 삼성·SK 선택적 접근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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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성능 경쟁서 '메모리 확보'로 축 이동… 삼성·SK 선택적 접근 유효

브로드컴 -12.65% 폭락, 마이크론 19% 폭등… 구글 공급망 다변화가 당긴 방아쇠
빅테크 칩 내재화에 ASIC '독점 프리미엄' 축소, HBM 공급 제약 속 메모리 독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발원한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의 지각변동이 국내 증시를 뒤흔들 조짐이다. 그동안 AI 랠리를 주도한 맞춤형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진영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반면 AI 연산의 필수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낸드플래시(NAND)를 거머쥔 메모리 반도체 진영은 가파른 상승 국면으로 진입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발원한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의 지각변동이 국내 증시를 뒤흔들 조짐이다. 그동안 AI 랠리를 주도한 맞춤형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진영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반면 AI 연산의 필수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낸드플래시(NAND)를 거머쥔 메모리 반도체 진영은 가파른 상승 국면으로 진입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발원한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의 지각변동이 국내 증시를 뒤흔들 조짐이다. 그동안 AI 랠리를 주도한 맞춤형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진영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반면 AI 연산의 필수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낸드플래시(NAND)를 거머쥔 메모리 반도체 진영은 가파른 상승 국면으로 진입했다.

CNBC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거대 AI 칩 설계 기업 브로드컴은 12.59% 폭락한 418.91달러(642100)로 장을 마감했다. 반면 고성능 메모리 공급망의 핵심 축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직전 거래일 시간외거래에서 19.0% 폭등한 뒤 본장에서도 탄탄한 하방 경직성을 증명했다.

AI 반도체 시장은 이제 '연산 성능 경쟁'에서 '메모리 확보 경쟁'으로 축이 이동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기술적 조정을 넘어선 'AI 반도체 수혜 자산의 대대적인 재배치 시그널'로 진단한다.

구글 공급망 다변화와 ASIC 독점 프리미엄 축소

브로드컴이 마주한 실적 충격의 핵심 발원지는 최대 고객사인 구글의 '칩 내재화 및 공급망 다변화' 기류다. 미국 키뱅크 캐피털 마켓의 존 빈 수석 연구원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브로드컴의 최대 고객사인 구글이 칩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시작했다"라며 시장의 우려를 공식 확인했다. 구글이 자체 AI 가속기인 텐서처리장치(TPU) 생산 체제에서 브로드컴의 설계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설계 비율을 상향함에 따라 기존 기술 파트너십 지위가 흔들리는 양상이다.

다만 이를 브로드컴의 구조적 균열로 직결시키는 해석은 단선적이다. 구글 의존도 리스크가 부각됐으나, 브로드컴 전체 매출 구조에서 AI ASIC이 차지하는 비중과 장기 계약 구조를 감안하면 단기 충격과 구조적 훼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도 네트워킹 부문의 견고함과 VM웨어 통합에 따른 인프라 소프트웨어 부문의 성장 축이 여전히 유효함이 증명됐다. 글로벌 빅테크 전반의 AI ASIC 수요 자체는 여전히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의 흐름은 ASIC 시장의 축소가 아닌 고객사 분산에 가깝다. 마벨 테크놀로지 등 후발 주자들에게 추격의 기회가 열리며, ASIC 밸류에이션은 '시장 축소'가 아닌 '독점 프리미엄 축소'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구조적 초과수요 HBM vs 사이클 업그레이드 NAND


ASIC 설계 진영의 밸류에이션 재조정과 달리 메모리 반도체와 하드웨어 인프라 진영의 성장세는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매크로 전략가 벤 에몬스가 주창한 '파라볼릭 7'의 핵심 자산인 마이크론과 샌디스크는 압도적인 실적 지표로 시장의 거품 우려를 불식했다. 마이크론은 직전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기저효과와 HBM 수요 폭발에 힘입어 전년 대비 196% 성장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75% 웃돌았다.

메모리 기반 순수 플레이어인 샌디스크 역시 회계연도 3분기 공식 실적 발표를 통해 시장 예상치인 14.66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23.41달러의 주당순이익(EPS)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단일 분기 기준 실적으로도 샌디스크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AI 서버용 초고속 제품군 수요가 몰리며 전년 동기 대비 645% 급증했다.

여기서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점은 HBMNAND의 업황 구조를 분리해 보는 선구안이다. HBM이 구조적 초과수요 국면이라면, NANDAI가 업황 회복을 가속하는 '사이클 업그레이드' 성격에 가깝다. 특히 HBM 시장은 단순히 수요의 크기가 아니라, 극도의 미세공정과 TSMC CoWoS 등 첨단 패키징 공정의 병목현상으로 인해 '공급이 가격을 결정하는 전형적인 제약 구조'에 진입했다. 반면 낸드는 여전히 전통적인 경기 사이클의 영향권 내에서 AI 데이터센터향 고부가 제품 위주로 선별적 수혜가 진행 중이다.

단기적 마진 압박과 중장기 수요 확장의 갈림길


AI 반도체 시장은 단기적인 가치평가 부담과 중장기 인프라 확장이라는 두 가지 흐름이 팽팽하게 맞붙는 전환국면에 진입했다. 단기적으로는 하드웨어 인프라 공급사들의 마진 압박을 주시해야 한다. 델 테크놀로지의 AI 서버 주문액은 244억 달러(374000억 원)에 달했으나 총마진율은 기존 21%에서 18%로 하락했다. 이는 핵심 부품인 HBM과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조달 비용 상승이 제조사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장기적으로는 'AI 거품론'을 잠재울 실적 장세의 증명이 과제다. 트루이스트 웰스의 키스 러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 시장을 "3보 전진 후 1보 후퇴하는 건강한 조정기"로 진단했다. 미국 S&P 500 기술 섹터의 이익 성장률이 54%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공급망 다변화에 성공하는 제조사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메모리 공급사 위주로 시장 지배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반도체 포트폴리오 '선택적 접근' 전략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이번 변화는 거대한 기회이자 정교한 고차방정식이다. 엔비디아 가속기 및 AI 서버 수요가 건재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HBM과 초고속 데이터센터 낸드플래시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중장기 공급 계약 및 실적 전선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투자 관점에서의 액션 플랜은 기업별 포지셔닝에 따라 철저히 차별화되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포트폴리오 이동은 ‘ASIC → 메모리의 단순한 전량 교체보다, 메모리 내에서도 HBM 순수 노출도와 수율 안정성이 높은 기업 중심의 선택적 접근이 유효하다.

메모리 내에서도 'HBM 캐파를 실제로 증설할 수 있는 기업'이 초과수익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가 HBM 독점력을 바탕으로 타이트한 공급 제약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리고 있다. 반면,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병행하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빅테크의 ASIC 내재화 칩 수주를 확보하는 동시에, HBM4와 차세대 HBM5 가동 로드맵 속도를 전방위로 앞당기며 공급망 전면에 진입하고 있다. TSMC로의 ASIC 패키징 쏠림을 방어할 국내 첨단 후공정 생태계의 육성 여부도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가를 핵심 변수다.

국내 반도체 투자자가 당장 확인해야 할 3대 체크포인트


글로벌 AI 패러다임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자산시장 참여자들은 리스크 강도를 가늠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지표를 추적해야 한다. 이 중 가장 선행하며 시장의 향방을 직접적으로 결정할 마스터 트리거는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지표다.

첫째,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CAPEX) 집행 속도 추이다. 전방 산업의 투자 규모 유지 여부는 반도체 서플라이 체인의 중장기 펀더멘털을 선행하여 가늠하는 척도다.

둘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가동률 및 분기별 평균판매단가(ASP). 공급 제약 속 독점적 고부가가치 제품의 단가 방어력은 양사의 분기 영업이익률 강도를 결정짓는다.

셋째, 글로벌 하드웨어 인프라 제조사들의 총마진율(Gross Margin) 반등 여부다. 제조사의 마진 개선은 부품 조달 비용을 감내할 수 있는 강력한 전방 수요의 신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