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가동률 61%까지 하향… 수입량 전월비 14%·전년비 29% 뚝
브렌트유 배럴당 100달러 이하 거래 안정세… “中, 시장 리밸런싱의 핵심 역할”
높은 유가에 소비 심리 위축… 항공편 8.3% 감소, 산업 생산도 3년 만에 가장 느린 성장
브렌트유 배럴당 100달러 이하 거래 안정세… “中, 시장 리밸런싱의 핵심 역할”
높은 유가에 소비 심리 위축… 항공편 8.3% 감소, 산업 생산도 3년 만에 가장 느린 성장
이미지 확대보기9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추면서 5월 석유 수입량은 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이는 전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묶어두는 독특한 통상 변수로 부상했다.
9일 발표된 중국 세관(해관총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5월 원유 수입량은 3,308만t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14%,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29%나 급감한 수치다.
중국의 이 같은 가혹한 수요 감축은 이란 전쟁 초기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던 벤치마크 브렌트유 가격을 일주일 넘게 배럴당 100달러 이하에서 거래되도록 유도했다. 가격은 여전히 전쟁 전 수준보다 50% 이상 높지만, 최악의 폭등세는 면한 셈이다.
그는 중국의 석유 수입이 지난 2월 하루 1,170만 배럴에서 5월 말 약 900만 배럴로 하루 약 300만 배럴 감소했으며, 이 감축 규모는 일본의 전체 원유 수요에 근접한다고 짚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로 변경에 이어 전 세계 공급 충격에 대한 두 번째로 큰 상쇄 요인이며, 미국과 유럽, 일본이 단행한 전략 비축유 배출 규모보다도 크다.
고유가에 짓눌린 중국 경제… 항공편·산업 생산 일제히 ‘급브레이크’
중국의 이 같은 수입 감소는 자발적인 안보 전략이라기보다는 높은 유가와 약해진 국내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OilChem에 따르면 중국 정유소 가동률은 이란 전쟁 시작 당시인 2월 말 73.2%에서 6월 초에는 61%로 가파르게 주저앉았다. 특히 할인된 이란 원유의 주요 구매처인 독립 ‘찻주전자(Teapot)’ 정유업체들이 서방의 제재와 자본 압박 속에 가동률을 대폭 낮춘 것이 결정적이었다.
높은 물가는 중국 경제 활동 전반에 치명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항공 산업이다. VariFlight에 따르면, 5월 중국 국내 평균 일일 항공편은 11,873회로 전월 대비 6%,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다.
JP모건 분석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석유 수요가 하루 최대 9%, 즉 150만 배럴까지 급감했을 수 있다"며 "이는 정부의 공식적인 보전 캠페인이 아니라 휘발유, 디젤, 항공료 상승에 직면한 소비자들이 석유 기반 교통에서 더 저렴하고 탄소 배출이 낮은 대안으로 '조용한 경제적 선택'을 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제조업과 소비자 수요 역시 유가 상승의 덫에 걸렸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4월 산업 생산은 전년 대비 4.1% 성장에 그쳐 거의 3년 만에 가장 느린 성장률을 기록했다.
저장성 소재 애완동물 제품 제조업체 페탈런트(Petalent)의 관계자는 "미국 고객으로부터의 주문이 감소하고 있다"며 "운송비가 불안정하고 섬유 원자재 가격도 상당히 올라 고충이 크다"고 토로했다.
제퍼리스 애널리스트들 역시 618 쇼핑 페스티벌이 일찍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JD.com 와 Tmall에서 가전제품 판매가 심각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전환점" 글로벌 거두들의 경고… 중국 복귀 시 유가 재급등 위험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유가 안정세가 폭풍 전야의 고요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 세계 석유 재고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시장 변동성이 극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원자재 트레이더 트라피구라(Trafigura)는 최근 반기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이제 전환점에 서 있다"며 여전히 심각한 적자 상태라고 진단했다. 엑손모빌(ExxonMobil)의 수석 부사장 닐 채프먼 역시 "글로벌 재고가 전례 없는 수준 바닥에 근접하고 있어 조만간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시선은 중국이 언제 다시 석유 수입을 늘릴지에 집중되고 있다. 다만 이 질문은 분석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 중국이 숨겨둔 지하 전략 비축유(SPR)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예측을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란 전쟁 초기에 중국의 비축유는 10억 배럴을 넘는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공식 데이터가 부족해 현재 수준은 불분명하다. 홍콩에 기반을 둔 한 투자 관리자는 "실제 비축량은 베이징 고위층 외에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예측은 엇갈린다. 우드 매켄지(Wood Mackenzie)의 비신신 분석가는 "높은 원유 가격, 막대한 재고, 약한 국내 수요로 인해 중국의 수입은 계속 억제될 것"이라며, 상업 재고가 중동의 공급 혼란을 150일 이상 상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의 브리짓 페인은 "중국이 충격을 어떻게 흡수하고 있는지가 불확실해 수입 정상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중국이 숨겨진 지하 재고에 의존하고 있다면, 이 재고가 고갈되는 순간 수입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분석가들은 전자가 아닌 후자에 무게를 두었다. 중국 원유 구매자들이 재고 감소를 막기 위해 오는 9월 인도 주기에 시장에 대거 복귀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진단이다.
9월 배송을 위한 구매는 보통 6월 중순에서 말에 시작되는데, 모건스탠리는 "호르무즈 해협이 곧 열린다면 시장 경화 없이 구매가 가능하겠지만, 전쟁 전망이 계속 흐려진다면 이 역시 강력한 유가 상승 위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중 통상 마찰과 지정학적 공급망 교착 속에서, 중국의 조용한 경제적 선택이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각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