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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 대란 현실화… 말레이시아, 아세안 전력망 통합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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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 대란 현실화… 말레이시아, 아세안 전력망 통합 촉구

안와르 총리 "AI 인프라발 전력 수요 폭증, 단일 국가 감당 한계" 계통 연계 재촉구
조호르 전력 예비율 한 자릿수 초반 급락 위기, 10GW 신규 승인 대기에 인프라 병목 극심
국내 전력 기자재 빅3, 북미 레퍼런스와 짧은 리드타임 무기로 동남아 시장 정조준
지정학적 갈등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공급망 지형도를 급격히 바꾸고 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10일(현지시각)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에 역내 전력망 구축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지정학적 갈등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공급망 지형도를 급격히 바꾸고 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10일(현지시각)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에 역내 전력망 구축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정학적 갈등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공급망 지형도를 급격히 바꾸고 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10(현지시각)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에 역내 전력망 구축을 강하게 촉구했다. 디지타임스와 더에지말레이시아 등 보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차질로 화석 연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난 상황에서 빅테크의 AI 데이터 센터발 전력 수요 폭증이 겹친 탓이다.

안와르 총리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에너지전환컨퍼런스(ETCon26) 기조연설에서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 단순 생산을 넘어 공급 안보와 가격 안정성, 지속가능성 확보로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어느 한 국가의 역량만으로는 폭발적인 미래 수요를 효율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데이터 센터 몰리는 말레이시아, 전력 예비율 비상


말레이시아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세안의 데이터 센터 허브다. 특히 싱가포르와 인접한 조호르의 세데낙 기술 파크와 수도권 클랑 밸리를 중심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 센터 한 곳의 평균 전력 소비량은 100메가와트(MW)에 달해 중소도시 전체의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
현재 조호르 지역에 투자가 확정돼 대기 중인 신규 데이터 센터 전력 규모만 10기가와트(GW)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현지 전력 예비율이 한 자릿수 초반(5~9%)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베인앤컴퍼니는 말레이시아의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 비중이 오는 2027년까지 전체 전력의 21%로 세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추산했다.

아세안 국가 간 전력 협력은 이미 실증 단계를 거쳤다. 말레이시아는 2022년 라오스의 수력 발전 전력을 태국을 거쳐 싱가포르로 송전하는 다국적 국경 간 전력 거래를 성사시켰다. 다만 국가별로 상이한 전력 요금 체계와 규제 장벽, 주파수·전압 등 송전망 표준 불일치와 일부 회원국의 정치적 리스크는 통합 속도를 늦출 변수로 지목된다.

국경 넘는 전력망, 한국 전력 기자재 빅3에 거대한 기회


전문가들은 아세안 전력망 통합 추진이 한국의 전력 기자재 업계에 거대한 전환 국면을 마련해 줄 것으로 내다본다. 국가 간 서로 다른 전압 계통을 연계하고 송전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고도의 인프라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붕괴 속에서도 북미 시장 등에서 입증한 독보적인 납기 경쟁력과 시공 레퍼런스를 무기로 유럽 및 일본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있다. 특히 글로벌 변압기 공급 부족 장기화 속에서 상대적으로 짧은 생산 리드타임과 선제적인 증설 여력을 확보한 점이 강력한 차별화 포인트로 꼽힌다.

국내 전력 빅3는 각자의 특화 영역을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 영토를 넓히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 분야의 압도적인 납기 신뢰성을 바탕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정조준하고 있으며, 효성중공업은 송전 효율을 극대화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압기와 무효전력을 제어해 계통을 안정화하는 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STATCOM) 영역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LS에코에너지는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지에서 해저 케이블 및 배전 특화 제품인 버스덕트(Bus Duct) 공급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전력망 효율화와 다국적 거래 시장의 미래


단기적으로는 AI 기술을 접목한 전력망 제어 최적화와 재생 에너지 발전량 예측 프로젝트가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화력 발전 의존도를 낮추면서 늘어나는 수요를 관리하는 가장 신속한 대안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간 전력 거래를 중개하는 거대 에너지 플랫폼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전환의 기폭제는 현지 전력 예비율 하락 마지노선 직면과 대형 데이터 센터의 신규 승인 재개 시점이 될 전망이다. 전력 부족이 임계치를 넘어서는 순간, 국경 간 전력 수입을 위한 HVDC 해저 케이블과 변압기 대규모 발주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정학적 위험에 대응한 공급망 다변화 흐름과 맞물려 아세안 전력 허브 국가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를 위한 아세안 전력 인프라 체크포인트


첫째, 아세안 회원국 간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 케이블 연계 사업의 발주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 국가 간 전력 이동의 핵심 선로인 해저 케이블 계약 실적은 국내 전선 업계의 중장기 매출을 결정 짓는 척도다.

둘째, 말레이시아 조호르 및 클랑 밸리 데이터 센터의 전력 할당량과 가동률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 현지 정부의 전력 공급 능력과 규제 여부는 인프라 기자재 공급 기업들의 추가 수주 모멘텀과 직결된다.

셋째, 현지 전력 단가(요금) 인상 추이와 빅테크 기업들의 비용 수용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 전력 가격의 변동성은 데이터 센터의 지속적인 투자 여부를 결정하며 이는 곧 전력 인프라 발주량의 선행 지표가 된다.

넷째, 국내 전력 인프라 기업들의 동남아시아 법인 수주 잔고와 분기별 실적 호전 여부다. 북미에 집중됐던 전력 기기 수출 거점이 아세안으로 다변화되는 시점을 포착하는 것이 기술주 투자의 핵심 지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