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타격’ 위협 직후 중국 CIPS 하루 거래액 1.2조 위안 ‘역대 최고’
유럽 시장 장기 침체 속 중국 인민은행 “위안화, 이미 전 세계 2위 무역 금융 통화로 우뚝”
서방 제재국 넘어 중동 산유국까지 ‘페트로위안’ 합의 가동… 3월 원유 정산 비중 41% 첫 도달
유럽 시장 장기 침체 속 중국 인민은행 “위안화, 이미 전 세계 2위 무역 금융 통화로 우뚝”
서방 제재국 넘어 중동 산유국까지 ‘페트로위안’ 합의 가동… 3월 원유 정산 비중 41% 첫 도달
이미지 확대보기비록 미국 달러화가 국제 금융 무대에서 여전히 견고한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서방의 제재 회피 자본과 중동 산유국의 자본이 위안화 결제망으로 무섭게 도피하면서 글로벌 통화 지형의 지각변동이 현실화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라임타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란을 향해 '석기 시대로 되돌리겠다'고 초강력 군사 보복을 위협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중국이 독자 구축한 위안화 국경 간 은행 간 결제 시스템(CIPS)은 역사상 최대 일일 거래량 기록을 전격 갈아치웠다.
4월 2일 당일 CIPS의 거래액은 무려 1조2200억 위안(약 275조 원)으로 급등하며 지난 2월 일일 평균 거래량의 두 배를 껑충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유럽 정체되면 금방 추월” 페트로달러 틈새 파고든 ‘페트로위안’ 결제망의 습격
이 같은 위안화 결제 자본의 폭발적인 증가는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이 석유 대금 정산에서 위안화 합의점 비중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린 데 따른 직접적인 결과다.
본토 언론과 글로벌 연구기관들이 널리 인용한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중동 지역과 중국 간의 원유 거래에서 위안화 표시 정산 비중은 역사상 최초로 무려 41%를 돌파했다. 위안화가 원유 무역 결제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달러에 이어 ‘세계 2위 통화’의 자리를 꿰찬 것이다.
중국 금융 전문가들과 싱크탱크들은 위안화가 유로화를 넘어서는 순간이 턱밑까지 다가왔다고 단언한다.
류샤오춘 상하이교통대학교 중국금융연구원 부회장은 "징후는 이미 너무나도 명백히 나타나고 있다"며 "솔직히 유럽 경제가 지금처럼 가혹한 정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유로화는 조만간 위안화에 2위 자리를 전격 추월당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국인민은행(PBOC)의 판공성 총재 역시 앞서 공식 발표를 통해 "위안화는 이미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무역 금융 통화이자 세 번째로 큰 지급 통화로 확고히 안보 지위를 다졌다"고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물론 벨기에에 본부를 둔 국제 결제 메시징 네트워크인 스위프트(Swift)의 4월 공식 자료에 따르면 위안화의 결제 비중은 전체의 2.85%로 6위에 머무르며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에 뒤처진 것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들은 스위프트 데이터가 자본 시장의 거대한 흐름을 누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중심의 스위프트 시스템 밖에서 이뤄지는 CIPS 거래, 양자 통화 스와프,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이란 간의 1대 1 직접 결제 규모가 스위프트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 당국은 현재 중·러 간 양자 무역의 거의 100%가 현지 통화로 정산되며, 그중 위안화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고 시인했다. 서방의 가혹한 금융 제재 압박을 피하고 미국의 추적 펜스를 우회하려는 국가들이 스위프트를 고의로 탈퇴하고 중국 국경의 소규모 지역 은행 체인을 통해 다이렉트 위안화 정산을 고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의 4.5% 대가 2%대 차입 비용… 판다 채권 발행 90.3% 폭증 어닝 서프라이즈
과거 위안화 국제화 추진은 단순 무역 결제에만 치중되어 투자와 금융 기능이 치명적인 약점(약한 고리)으로 꼽혀왔으나, 지난 1년간 상황이 180도 뒤집혔다.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로 달러 조달 단가가 치솟은 반면, 중국의 위안화 금리는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위안화 시장에서 3년 미만 만기의 차입 비용(쿠폰 금리)은 초우량 기업 기준 2% 미만에서 안정되어 있다. 반면 미국 달러화 채권의 기업 발행 금리는 기본 4.5% 이상을 상회한다.
이 같은 가혹한 비용 격차는 글로벌 투자자들과 국가들이 위안화 자산으로 몰려들게 만드는 강력한 자석이 되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외국 정부와 기관이 중국 본토에서 발행한 위안화 표시 채권인 ‘판다 채권(Panda Bonds)’의 발행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0.3% 폭증한 1365억 위안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파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글로벌 남부(Global South) 국가들이 핵심 발행국으로 참여했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의 폭발적인 해외 투자 인프라 확장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해외에 공장을 지을 때 국산 장비와 원자재를 대거 수입하면서 환율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위안화로 직접 대금을 치르는 카르텔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마테오 조반니니(Mateo Giovannini) 중국산업상업은행 수석 재무 관리자는 "세계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 거래하는 국가가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수출입업자들이 통화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직접 위안화로 송장을 발행하는 평행 결제 생태계(Parallel Settlement Ecosystem)가 완벽히 출현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CIPS 네트워크는 전 세계 191개국, 1790여 개가 넘는 직접 및 간접 참여 기관을 확보하며 2020년 대비 세 배 이상 덩치를 키웠다.
‘자본 통제’의 덫과 ‘안전 자산’의 장벽… 디지털 위안화로 선도 우위 확보 노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국제화 속도를 과장하거나 달러의 즉각적인 몰락으로 해석하는 비이성적 낙관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위안화가 달러의 왕좌를 완전히 빼앗아 오기 전까지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 장벽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Alicia Garcia Herrero) 나티시스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현상은 전 세계 2위 자리를 광범위하게 장악하는 전쟁이 아니라, 중국의 통상 영향력 영역 안에서 이뤄지는 점진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탈달러화 이야기"라고 신중론을 폈다.
중국 지도부가 여전히 엄격한 '자본 통제(Capital Controls)'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어 금융 시장의 유동성과 개방성이 미국 국채 시장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본 시장은 위기 쇼크 상황이 닥치면 여전히 위안화가 아닌 미국 국채를 궁극의 안전 자산(Safe haven)으로 보고 압도적으로 달러화로 회귀하는 경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유로화의 미래 역시 암울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장기화된 유가 폭탄과 에너지 공급망 교착, 분열된 자본 시장이 유로의 모멘텀을 완전히 약화시켰다.
중국 파이낸스 포럼 싱크탱크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유로화가 법적 규제 환경과 정책 투명성 면에서 여전히 위안화에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e-CNY)’ 개발 및 대규모 블록체인 상용화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반면 유로존은 디지털 화폐 도입에 늑장 적응을 보이고 있어 기술적 선도 우위마저 중국에 통째로 내줄 위기에 처했다.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Mark Carney)가 뉴욕 경제클럽에서 "부상하는 경제 강국인 중국이 글로벌 국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책임을 더 지고 자본 계좌를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처럼, 바야흐로 자본시장은 달러가 전 세계적 패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위안화가 유라시아 대륙, 중동 에너지 시장, 그리고 남남(South-South) 무역 블록을 단단히 장악하는 거대한 ‘복합 다극 통화 시대’의 개막을 목격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