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피리언, 3D 검증 플랫폼 '아구스' 공개…화웨이와 '기술 독립' 연대
월가 "시놉시스·케이던스 풀플로우 장벽 높아…단기 극복 미지수"
월가 "시놉시스·케이던스 풀플로우 장벽 높아…단기 극복 미지수"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전자설계자동화(EDA) 업계가 화웨이의 신규 칩 아키텍처 지원을 위해 일제히 세를 결집한다. 화웨이가 제안한 자체 스케일링 법칙을 중심으로 중국 설계툴 기업들이 뭉치면서, 미세공정 한계를 3D 집적으로 우회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및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필사적으로 육성 하는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Electronic Design Automation) 소프트웨어 분야다.
서구권 첨단 노광장비 제재를 시스템 전반의 신호 이동 시간 압축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타우 법칙은 트랜지스터를 더 미세하게 만드는 대신 신호 전달 시간을 최소화하도록 회로와 시스템 전체를 최적화하는 개념이다. 다만 월가와 주요 연구기관은 현지 업체의 개별 도구 진입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이 장악한 통합 생태계 장벽을 단기에 넘기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이제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 연대'라는 새로운 전선으로 확장하는 국면이다.
미세공정 한계 돌파하는 '타우 법칙'과 3D 집적
이는 제조 장비 확보가 막힌 상태에서 설계 기술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중국의 생존 전략으로 평가된다. 베이징대 연구진도 화웨이의 3차원 회로 구조인 '로직폴딩(LogicFolding)'과 호환되는 프로토타입 설계 도구를 공개하며 지원에 나섰다.
논리 블록을 평면에 펼치지 않고 3차원으로 재배치해, 동일한 공정 노드에서도 약 55% 수준의 트랜지스터 밀도 증가를 달성했다는 분석이 도출되기도 했다. 화창증권 우밍위안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공정과 아키텍처에 맞춘 협력적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며 엠피리언, 프라이머리스 테크놀로지, 세미트론릭스 등 주요 EDA 상장사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 '빅3'의 종단 간 생태계 장벽…상업화가 관건
중국 업계의 결집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냉정하다. 미 상무부가 케이던스, 시놉시스, 지멘스 EDA 등 주요 업체의 중국향 판매에 포괄적 라이선스 의무를 부과하면서 미국 빅3에 대한 의존도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구축한 독점 체제를 흔들기에는 기술적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다. 3차원 적층 설계는 다층 레이아웃 배선과 전력 무결성 분석 등 복잡한 수학적 모델을 처리해야 하므로 고도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필수적이다. 중국 AI 칩 기업 리스텐AI의 한차오양 마케팅 부사장은 "설계 도구의 독자 개발과 공급망 전반의 협력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진단했다. 중국 반도체 연구기관 아이씨와이즈(ICwise)는 이 단계의 엔지니어링 구현에 최소 4년에서 5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엔드투엔드 풀플로우(Full-Flow)' 디지털 솔루션의 부재다. 설계 입력부터 논리 합성, 배치·배선, 타이밍·전력 검증, 사인오프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통합 생태계를 제공하는 업체는 여전히 미국 빅3뿐이라는 게 월가의 중론이다.
중국 도구는 검증이나 DRC, 3D 패키징 등 개별 공정의 틈새 역할을 하지만 단독으로 양산 워크플로우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세미애널리틱스는 개별 중국 EDA 공급업체들의 매출이 성숙 공정 위주로 연간 5억(약 7595억 원)에서 10억 달러(약 1조 5190억 원) 안팎에서 정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글로벌 리서치들은 중국 EDA 시장이 2024년 수십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전체 시장 내 중국 업체 비중도 한 자릿수 초반에서 중반대로 빠르게 확대된 것으로 추정한다.
국내 팹리스 업계가 주목할 '지정학적 신호탄'
단기적으로 중국의 3D IC 설계 자립 시도는 공급망 내부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시스템에 종속된 생태계는 글로벌 표준과의 격차를 키울 위험도 존재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이 목표로 제시한 오는 2031년 '1.4나노미터급 동등 트랜지스터 밀도' 달성 여부는 실제 상업적 워크플로우에 진입해 고수율의 양산 체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평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반도체 설계 업계에도 작지 않은 변수다. 중국이 자체 아키텍처와 설계 툴을 고도화하면 가성비를 앞세운 전력반도체, CIS, IoT MCU 등 레거시 및 특화 칩 분야에서 국내 팹리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진영은 글로벌 EDA 빅3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첨단 패키징 및 HBM 연계 설계를 자체 IP로 확보해 '도구-설계-패키징' 삼박자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첫째, 중국 EDA 상장 3사의 합산 매출뿐 아니라 R&D 비중, 해외 매출 비율 변화를 같이 보아야 한다. 내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술 및 제품 경쟁력 측면에서 한계가 드러났다는 신호일 수 있다.
둘째, 타우 법칙 기반 설계가 기린(Kirin)이나 어센드(Ascend) 등 실제 양산 칩에 반영되는지 추적해야 한다. 실제 양산 적용 시 EDA 툴 라이선스 및 서비스 매출이 동반 증가하는지, 미국 도구 대체율이 어느 정도인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중국의 반도체 우회 전략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표준의 분절을 가속하는 지정학적 변수다. 투자자는 기술적 성취와 상업적 채택 사이의 간극을 냉철하게 구분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