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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밀렸던 디지털 카메라, Z세대가 다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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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밀렸던 디지털 카메라, Z세대가 다시 찾는다

스마트폰 사진은 “인위적”…레트로 감성·집중 경험 찾지만 가격 급등은 부담
2024년 6월 7일(현지 시각) 일본 도쿄의 후지필름 매장에 카메라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6월 7일(현지 시각) 일본 도쿄의 후지필름 매장에 카메라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스마트폰 등장 이후 침체됐던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Z세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그 이유도 역설적이다. 스마트폰 사진의 매끈하고 과도하게 보정된 느낌에 피로감을 느낀 젊은 소비자들이 별도 카메라를 다시 찾고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Z세대가 스마트폰 사진의 ‘초가공된 완벽함’을 피하려는 흐름 속에 디지털카메라 판매가 아이폰 등장 이후 처음으로 의미 있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독립형 카메라 출하액은 최근 5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어 지난해 기준 55억 달러(약 8조3600억 원)에 이르렀다. 젊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보다 비싼 카메라까지 사들이면서 나타난 변화다. 독립형 카메라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가 아니라 사진 촬영만을 주된 기능으로 하는 별도의 기기로 주로 디지털카메라가 여기에 해당한다.
디지털카메라는 최근 젊은 층의 이른바 ‘레트로(복고풍)’ 소비 흐름과 맞물려 있다. 소셜미디어에 올릴 독특한 사진을 원하면서도 스마트폰 알림과 앱에서 벗어나 의도적으로 촬영에 집중할 수 있는 기기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 스마트폰에 밀렸던 카메라의 반전


카메라업계는 지난 10여 년 동안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2010년 1억2100만 대 판매로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줄었다. 2023년에는 770만 대까지 쪼그라들었다가 지난해 940만 대로 반등했다.

이 같은 회복세는 카메라 제조사들에 오랜 침체 뒤 찾아온 반가운 변화라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는 이 흐름이 일시적 유행인지, 아니면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기반 이미지에 대한 장기적 반작용인지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가격 급등은 회복세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수요가 몰리면서 인기 모델은 품귀 현상을 빚고, 중고 제품 가격까지 크게 뛰고 있어서다.

◇ 후지필름 “기술 과잉에 대한 반작용”

후지필름 X시리즈를 담당하는 이가라시 유지로는 “고객의 70%가 30대 이하”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소비자들이 기술 과잉과 사진의 상품화 속에서 속도를 늦추려는 욕구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폰 사진이 때로 “인위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이 모든 기술과 계속해야 하는 일들,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답해야 하는 것들에 압도돼 있다”면서 “이에 반작용하려는 경향이 있고, 카메라도 그 일부”라고 말했다.

후지필름의 대표 인기 모델은 ‘X100VI’다. 낡고 오래된 듯한 외관과 현대적 기능을 결합한 제품으로 가격은 1800달러(약 274만 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이 모델 생산을 세 배 이상 늘렸지만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리핀의 30세 콘텐츠 창작자 안즈 메히아도 X100VI 구매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모든 것이 너무 첨단화돼 있어 단절된 느낌이 든다”면서 “요즘 모든 것이 너무 복잡하게 느껴지는 만큼 우리는 더 단순하게 느끼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 인스탁스도 10대 일상으로 확산


Z세대의 카메라 열풍은 디지털카메라에만 머물지 않는다. 즉석에서 사진을 출력하는 후지필름의 인스탁스 카메라 판매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FT는 “인스탁스 판매가 이제 전체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넘어설 정도”라고 전했다.

인스탁스를 담당하는 다카이 류이치로는 “과거에는 결혼식이나 큰 행사에서 주로 쓰이던 인스탁스가 이제 10대들의 일상 속 기기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후지필름은 틱톡 이용자를 겨냥해 올해 초 인스탁스 미니 에보 시네마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카메라와 동영상 녹화기, 즉석 프린터 기능을 하나로 결합한 제품이다. 15초짜리 짧은 영상을 레트로 감성으로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디지털카메라와 인스탁스 호조에 힘입어 후지필름 이미징 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6270억 엔(약 5조96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5.7% 증가했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은 두 배 이상 늘었다. 시장 1위 캐논도 비슷한 회복세를 보였다.

◇ 중고 카메라 가격도 급등


중고 카메라 시장도 Z세대 수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이 부모나 조부모 세대가 쓰던 카메라를 찾으면서 오래된 제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일본 도쿄에서 GT카메라 매장을 운영하는 마에다 마사키는 1990년 처음 출시된 검은색 콘탁스 T2를 가리키며 “15년이나 20년 전에는 9800엔(약 9만3000원)에도 아무도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제품의 매장 가격표에는 27만5000엔(약 261만 원)이 붙어 있었다.

그는 “필름카메라 시장이 거의 10년 전 자신의 매장이 문을 열었을 때와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재고가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충분한 물량이 계속 들어온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가격 논란과 지속 가능성 의문


디지털카메라 붐은 온라인 전문 커뮤니티에서 제조사들이 가격을 지나치게 올리는 것 아니냐는 논쟁도 불러왔다.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확산 이후 살아남기 위해 고급 모델 중심으로 사업을 바꿀 수밖에 없었고, 가격 인상은 원자재와 메모리 비용 상승, 미국 관세 영향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가전 조사기관 BCN의 미치코시 이치로 애널리스트는 디지털카메라 가격이 너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균 디지털카메라 가격이 600달러(약 91만 원)인 반면 스마트폰 평균 가격은 455달러(약 69만 원)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 소비자에게 카메라 장비에 100만 엔(약 950만 원)을 쓰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 카메라 회사가 내놓는 것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또 카메라 기술이 크게 개선된 것도 아니고 조작 방식은 여전히 번거롭다며 소비자들이 충분히 좋은 거래를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 중국 업체 진입 가능성도 변수


업계 회복이 오래갈지도 불확실하다. 미치코시 애널리스트는 강한 모멘텀이 무한정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화웨이나 DJI 같은 중국 기업이 자사 기술을 독립형 카메라에 넣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후지필름의 이가라시도 다음 세대의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정했다. 특히 AI와 함께 성장하는 알파세대가 어떤 카메라 경험을 원할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알파세대가 AI를 친구나 교사처럼 생각할 수 있다며 “우리는 우리의 제안 안에 AI를 어떻게 수용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명확한 답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