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스페이스X IPO, '토큰화 주식' 시험대 됐다

글로벌이코노믹

스페이스X IPO, '토큰화 주식' 시험대 됐다

무기한 선물은 가격 예측 성공…토큰 주식 판매는 물량 부족에 환불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가상자산 업계의 토큰화 주식 실험이 투자자 수요와 실제 주식 확보 능력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가상자산 업계의 토큰화 주식 실험이 투자자 수요와 실제 주식 확보 능력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챗GPT
스페이스X의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가 가상자산 업계의 ‘주식시장 재발명’ 실험을 시험대에 올렸다.

상장 전 스페이스X 주가를 추종한 무기한 선물은 실제 거래 가격을 비교적 정확히 예고했지만 토큰화된 스페이스X 주식을 판매하려던 일부 거래소는 충분한 실제 주식을 확보하지 못해 환불에 나섰다.

토큰화 주식은 실제 주식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증표로 쪼개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상품이다. 일반 투자자는 이를 통해 비상장 주식이나 고가 주식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토큰이 실제 주식으로 충분히 뒷받침돼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페이스X IPO가 가상자산 업계의 토큰화 주식 실험에 가장 큰 시험대가 됐으며 결과는 엇갈렸다고 1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가상자산 기업들은 수년 동안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비상장 기업이 월가에 상장되기 전부터 거래 가능한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이런 주장을 실제로 검증할 수 있는 최대 사례가 됐다.

◇ 무기한 선물은 시장심리 읽어


블룸버그에 따르면 성과가 있었던 쪽은 스페이스X와 연동된 무기한 선물이다. 스페이스X가 나스닥에서 첫 거래를 시작하기 전 일부 가상자산 플랫폼에서는 스페이스X 주가에 연동된 무기한 선물이 거래됐다.

이 상품은 정식 주식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에 대해 어느 정도 가격을 매기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이 무기한 선물이 나스닥 개장 며칠 전부터 투자자 심리를 보여주는 생생한 지표 역할을 했고, 결국 실제 주식 거래 가격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전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 12일 사상 최대 IPO를 통해 750억달러(약 113조원)를 조달했다. 첫 거래일 주가는 공모가 대비 19% 오른 160.95달러(약 24만30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2조1000억달러(약 3165조원)를 넘어섰다.

상장 전 가상자산 기반 파생상품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은 실제 스페이스X 첫날 거래 범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비상장 대형 기업에 대한 투자자 수요와 기대가 블록체인 기반 시장에서도 일정 부분 가격으로 드러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 토큰화 주식은 물량 확보 실패


그러나 토큰화된 스페이스X 주식 판매 시도는 훨씬 더 복잡했다. 일부 거래소는 실제 스페이스X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토큰화 주식을 판매하려 했지만 폭발적인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주식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몇몇 거래소는 판매를 진행하지 못하고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줘야 했다. 이는 토큰화 주식 시장이 실제 주식시장과 연결될 때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블록체인상에서 거래 가능한 토큰을 만들더라도 그 토큰이 실제 주식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토큰화 주식은 실제 주식의 소유권이나 경제적 권리를 디지털 토큰 형태로 쪼개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상품이다. 이론적으로는 비상장 기업 주식이나 고가 주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주식 보관, 규제 준수, 투자자 보호, 유동성 확보가 모두 해결돼야 한다.

스페이스X 사례는 이 가운데 특히 물량 확보 문제가 치명적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수요는 넘쳤지만, 이를 뒷받침할 실제 주식 공급이 부족했다.

◇ 가상자산 업계엔 절반의 성공


이번 실험은 가상자산 업계에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무기한 선물 시장은 투자자 심리와 예상 가격을 빠르게 반영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토큰화 주식 판매는 실제 주식 확보와 정산 구조가 따라주지 않으면 투자상품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스페이스X IPO는 전통 금융시장에서도 이례적 관심을 모은 이벤트였다.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한 투자자들은 상장 전부터 예측시장과 장외 플랫폼, 가상자산 파생상품을 통해 스페이스X 가격을 추정하려 했다.

이 같은 흐름은 비상장 대형 기술기업에 대한 일반 투자자의 접근 수요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다른 초대형 인공지능(AI) 기업의 상장이 예고된 만큼 토큰화 주식과 비상장 주식 연계 상품에 대한 관심은 계속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스페이스X 사례는 가상자산 시장이 전통 주식시장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는 점도 확인시켰다. 가격 발견 기능은 가능성을 보였지만 실제 주식 소유권과 연결된 상품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려면 훨씬 더 정교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결국 스페이스X IPO는 블록체인이 주식시장을 바꿀 수 있다는 가상자산 업계의 주장을 검증한 첫 대형 시험이었다. 투자자 심리를 읽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제 주식을 토큰화해 공급하는 단계에서는 아직 제도와 물량, 신뢰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