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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점도표가 분수령"… 워시 첫 무대, 환율·코스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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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점도표가 분수령"… 워시 첫 무대, 환율·코스피 가른다

유가발 인플레 4.2% 재가열에 '인하' 흔들… 코어는 둔화 '엇갈린 신호'
점도표 3.4%서 3.6% 넘으면 인하 기대 꺼진다… 17일 새벽 확인할 신호는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미국 새 중앙은행 수장의 첫 무대가 '금리 인하'가 아닌 '동결·인상' 논쟁으로 열린다.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7(현지시각, 한국시간 18일 새벽)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시장이 금리 동결을 기정사실로 보는 가운데, 진짜 승부는 베일이 벗겨지기 직전 위원들의 점도표와 의장의 첫 기자회견 발언 수위에 달려 있다.

워시 의장의 처지가 미묘하다. 그는 연준 이사 시절 대표적 매파였다. 의장 후보 시절엔 비둘기파로 돌아서며 인하 기대를 키웠다. 그런데 취임 3주 만에 3년 만의 최고 물가를 떠안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CBS, 블룸버그를 종합하면 워시는 비둘기 본색을 누른 채 매파적 제약에 갇힌 상태로 첫 회의를 맞는다.

동결은 확정… 핵심 변수는 점도표 '3.6% '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는 3.50~3.75%로 묶일 전망이다. CME 페드워치 기준 동결 확률은 97%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인하 뒤 6개월째 같은 자리다.

핵심 변수는 점도표다. 위원 19명이 연말 금리 수준을 점으로 찍는다. 미국 투자전문지 렉스셰어스에 따르면 지난 3월 위원들의 2026년 말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은 3.4%(목표범위 중간점 기준)였다. 이는 연내 0.25%포인트 한 차례 인하를 의미했다.

이번에 인하를 시사한 점이 사라지고 중간값이 현재 금리 수준과 유사한 3.6% 이상(목표범위 3.50~3.75%의 중간점인 3.625% 안팎)으로 오르면 해석이 뒤집힌다. 연내 인하(-0.25%포인트) 전망이 '동결 혹은 인상 가능성'으로 바뀌는 구간이다. 렉스셰어스는 그 경우 연준이 시장에 반영된 '연내 인상 기대'를 용인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인하 기대가 꺼지는 신호다.

헤드라인은 '재가열', 코어는 '냉각'… 엇갈린 물가


물가는 겉과 속이 다르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1년 전보다 4.2% 올랐다. 20234월 이후 가장 높다.
다만 상승의 진원은 유가다.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에너지가 월간 상승분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휘발유는 한 해 전보다 40.5% 뛰었다. 지난 2월 격화된 중동발 지정학적 충돌이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마찰을 통제 불능 수준으로 키운 탓이다.

반면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뺀 코어 CPI0.2% 오르는 데 그쳤다. 시장 예상(0.3%)을 밑돈 둔화다. 주거비 상승폭도 40.6%에서 50.3%로 꺾였다. 결국 헤드라인은 재가열을, 코어는 냉각을 가리킨다.

여기서 정책 딜레마가 생긴다. 연준은 통상 코어를 더 중시한다. 그러나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에너지 급등은 무시하기 어렵다. CBS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표결 위원 12명 가운데 최소 3명이 새해 인상을 점도표에 찍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시가 둔화한 속살보다 유가발 헤드라인에 무게를 두면 매파적 어조가 강해진다.

채권시장은 이미 점도표 상향을 '선반영'


채권시장은 연준보다 먼저 움직였다. 5월 신규 고용이 172000명으로 모든 전망치를 넘어서자, 흐름이 바뀌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4.17%까지 뛰었다. 기준금리 상단(3.75%)을 웃돈다. 시장 금리가 정책금리 변화를 먼저 반영했다는 뜻이다. 30년물은 5%를 넘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시장은 120.25%포인트 인상을 사실상 가격에 반영했다. 점도표 상향을 이미 선반영한 셈이다.

블랙록의 제프리 로젠버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연준이 시장을 주도할지, 아니면 채권시장의 매파적 압력에 떠밀려 갈지가 관건"이라며 "현재는 시장이 연준을 인상 방향으로 압박하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정치적 역설도 존재한다. 줄곧 금리 인하를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2% 물가 쇼크 직후 현 행정부의 실패를 부각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국면이 (정치적으로) 좋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CNBC는 이 발언이 결과적으로 워시 의장에게 정권 눈치를 보지 않고 인하를 늦출 수 있는 뜻밖의 시간적 완충 장치를 제공했다고 풀이했다.

원화·코스피 직격… "자금은 어디로"


미국 금리 향방은 한국 투자자 지갑과 곧장 연결된다. 미국이 인하 대신 동결을 길게 끌면 한미 금리차가 좁혀지지 않는다.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달러 환율은 최근 장중 1500원 선을 넘어 가파르게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미국 고금리 자산으로 쏠리면 코스피 수급에 부담이 된다. 점도표가 위로 튀면 이 흐름은 빨라진다.

다만 완충 요인도 있다. KB증권은 한국이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미국과 다른 경기 흐름을 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를 두고 '환율 약세''업황 개선'이 줄다리기를 벌인다. 외국인이 원화 부담에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사는 이유가 여기 있다.

워시의 'AI 생산성' 시각도 변수다. 그는 인공지능(AI) 발전이 생산성을 끌어올려 물가를 낮춘다고 봐왔다. 이 논리가 살아 있다면 중장기 인하 기대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단기 '매파적 동결', 중장기 두 갈래


단기적으로 17일 회의는 '매파적 동결'에 무게가 실린다. 금리 자체보다 워시의 어조가 시장을 흔들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 그림은 두 갈래다. 유가가 안정되고 코어 둔화가 이어지면 연말 인하 카드가 되살아난다. 반대로 전쟁이 길어지고 유가발 물가가 코어로 번지면 인상이 현실이 된다.

워시는 과거 점도표가 시장에 과도한 시그널을 준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비록 제도상 점도표 발표를 임의로 생략할 수는 없지만,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점도표의 구속력을 강하게 부인하며 '데이터 의존성'만을 고집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소통 스타일을 각인시킬 가능성은 열려 있다.

결국 17일 새벽 한국 투자자가 확인할 지표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점도표 2026년 중간값이 3.4%에서 3.6% 위로 오르는가. 인하 점이 사라지면 원화 약세와 외국인 매도 압력이 커진다.

둘째, 성명서에서 '완화 편향' 문구가 빠지는가. 인하 가능성이 통째로 지워지면 코스피 상단이 눌린다.

셋째, 워시가 기자회견에서 '데이터 의존'을 얼마나 강조하는가. 신호를 아낄수록 시장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진다.

세 신호가 한쪽으로 쏠릴 때 원화와 코스피의 다음 방향이 정해진다. 유가발 헤드라인과 둔화하는 코어 사이에서 워시가 어디에 무게를 싣느냐, 그 한 번의 기자회견이 한국 증시의 여름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