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 몸값 떠받치는 자사주 매입의 덫… 현금흐름 최대 89% 착시 효과
장부 가려진 '시간 이동된 비용'… 지금 이익은 미래 청구서 미뤄둔 결과
장부 가려진 '시간 이동된 비용'… 지금 이익은 미래 청구서 미뤄둔 결과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천문학적인 설비투자를 단행하는 가운데, 이들의 겉보기에 화려한 장부 이면에 숨겨진 부실 리스크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핵심 자산인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지급하는 주식 보상 비용을 반영하면, 실제 주주들이 가져갈 수 있는 진짜 현금은 시장의 기대보다 훨씬 적다는 지적이다.
자사주 매입에 숨겨진 인재 영입 비용의 부메랑
AI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데이터센터 건설 같은 눈에 보이는 시설 투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진짜 경쟁은 핵심 자산인 AI 엔지니어를 확보하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 기업들은 막대한 규모의 주식 보상(주식 기반 보상·SBC)을 지급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금융 분석 팟캐스트 '테이크 온 더 위크'에 출연한 케빈 코하르키 퍼듀 대학교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메타가 직원들에게 주는 주식 보상 비용은 연간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영업활동현금흐름)의 20% 안팎에 달한다.
기업들은 보통 '영업으로 번 돈에서 시설 투자비를 뺀 값'을 주주들에게 돌아갈 '잉여현금흐름(FCF)'으로 계산한다. 직원들에게 주식으로 보상한 것은 당장 현금이 나간 게 아니라는 이유로 비용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분 가치 하락을 막으려고 자사주를 사들이느라 결국 막대한 현금이 유출된다. 따라서 주주의 몫이 줄어드는 효과를 반영한 '조정된 잉여현금흐름(Dilution-Adjusted FCF)'을 따져봐야 진짜 기업 가치를 알 수 있다.
메타·알파벳 '진짜 현금' 계산해보니
이러한 회계적 착시를 걷어내고 주식 보상으로 인해 나간 실질적인 현금 유출액을 빼서 진짜 현금흐름을 산출하면 빅테크 기업들의 성적표는 완전히 달라진다.
조너선 웨일 WSJ 칼럼니스트와 코하르키 교수가 공동 분석한 결과, 메타의 2025년 회계연도 기준 기존 잉여현금흐름은 460억 달러(약 70조 7600억 원)에 달했으나 주식 보상 비용을 조정한 진짜 잉여현금흐름은 50억 달러(약 7조 6900억 원)로 89.1% 급감했다. 알파벳 역시 기존 730억 달러(약 112조 2900억 원)에서 조정 후 240억 달러(약 36조 9100억 원)로 67.1% 토막 났다.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메타는 130억 달러(약 19조 9900억 원)에서 90억 달러(약 13조 8400억 원)로 줄었고, 알파벳은 100억 달러(약 15조 3800억 원)에서 40억 달러로 현금흐름이 급감했다. 주주들에게 돌아갈 진짜 현금이 의미 있게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주식으로 보상을 주면 기업 입장에서는 세금을 아끼는 효과가 있으며, 자사주 매입 역시 반드시 써야 하는 돈이 아니라 경영진이 주주 환원을 위해 선택하는 경영 판단이라는 논리다. 아울러 AI 초창기 경쟁에서 우수한 인재를 선점하는 것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미래의 더 큰 돈을 벌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빚더미로 변하는 구조와 '비용 미루기'의 덫
그러나 진짜 현금이 줄어들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빚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신호다. 과거 빅테크 기업들은 공장이나 대규모 장비가 필요 없어 빚이 거의 없는 가벼운 구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AI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이 붙으면서 막대한 돈이 묶이는 자본집약적 산업, 즉 과거의 중화학공업이나 장치 산업처럼 변모하고 있다.
벌어들이는 진짜 현금이 부족해지자 이들은 신용도를 담보로 빚을 내기 시작했다. 알파벳은 올해 1분기에만 300억 달러(약 46조 1400억 원)의 자금을 새로 빌렸으며, 주식 보상에 따른 가치 하락을 메우기 위해 자본시장을 동원했다. 아직은 이들 기업이 쥐고 있는 현금이 많아 버틸 만한 수준이지만, 고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빚을 내서 대규모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구조로의 변화는 주가 평가에 큰 부담이다.
더 큰 리스크는 반도체 기업과 빅테크 기업 사이의 '회계 시차'에서 발생한다. 엔비디아 같은 반도체 기업은 칩을 파는 즉시 매출과 이익을 장부에 적는다. 반면 이 칩을 사 온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건물이 다 지어지고 불을 켜기 전까지는 장부에 비용(감가상각비)을 나눠 담는 과정을 미룰 수 있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두 기업 모두 이익이 급증하는 것처럼 보여 증시 전체를 끌어올린다.
하지만 이는 현재 증시의 이익 중 상당 부분이 미래로 청구서를 미뤄둔 '시간 이동된 비용' 위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의 실적 호조는 미래 비용의 선반영이 아니라 나중에 낼 비용을 뒤로 미뤄둔 '후이연'일 뿐이기에, 현재 주가가 비싸도 괜찮다는 근거로 사용되기 어렵다. 데이터센터 가동과 함께 유예기간이 끝나고 비용 청구서가 들이닥치면 실제 쓸 수 있는 현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비디아 측은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규모가 해마다 최대 4조 달러(약 6153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IT 총지출액(약 6조 달러, 약 9229조 원)의 절반 이상을 AI에만 쏟아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월가에서는 빅테크의 현금흐름이 2029년까지 다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 낙관하지만, 이는 데이터센터가 먹어 치울 엄청난 전력과 용수 비용, 그리고 기술이 바뀌면서 15년 주기로 짧아진 장비 교체 주기(재투자 사이클)를 간과한 계산이다.
주가 평가의 기준이 바뀐다
결과적으로 AI 시대 빅테크 기업들의 몸값 표시는 장부상 이익(EBITDA)이나 단순히 발표되는 현금흐름 지표를 넘어, 지분 가치 하락과 숨은 현금 유출을 모두 반영한 '조정된 잉여현금흐름'으로 기준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두 가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첫째, 기업이 발표하는 현금흐름에서 주식 보상 비용과 이를 메우려 쓴 자사주 매입 규모를 비교해 보고, 내 주식의 가치를 갉아먹지 않는 '진짜 현금'이 얼마인지 계산해야 한다.
둘째, 막대한 에너지 소비로 인해 데이터센터 장비들을 얼마나 빨리 새것으로 바꿔줘야 하는지(재투자 강도)를 따져봐야 한다.
앞으로 시장은 단순히 매출이 얼마나 늘었느냐보다 주주의 지분을 지키면서 투자를 이어갈 체력이 있느냐에 따라 주가를 매길 것이다. 당장 눈앞의 화려한 성적표 뒤에 숨은 비용 청구서를 먼저 읽는 안목이 필요한 때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