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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리 없인 로봇 못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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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리 없인 로봇 못 만든다

중국, 전기차 부품망 그대로 이식…휴머노이드 공급망 90% 장악
글로벌 로봇주 판도 바뀐다…한국 부품사 기회냐 위기냐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사진=연합뉴스


수십 년간 로봇 왕국으로 군림하던 일본이 흔들리고 있다. 인공지능(AI)을 등에 업은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가 열리면서 중국이 부품 조달부터 완제품 양산까지 공급망 전체를 장악해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전기차 산업에서 길러낸 방대한 부품 생태계가 로봇산업으로 그대로 이식되며 경쟁국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도저히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부품 없이는 로봇 못 만든다"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서밋'은 일본 로봇산업의 자축 무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중국의 부상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행사장 최대 인파가 몰린 곳은 중국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의 부스였고, 일본 기업 두 곳은 자사 소프트웨어 시연에 유니트리 로봇을 빌려 쓸 정도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리서치 자동차·산업재 부문 책임자 밍 순 리(Ming Hsun Lee)는 "현재 중국 부품 없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니트리 같은 중국 스타트업들은 5000달러(약 769만 원) 아래 가격에 휴머노이드를 수천 대씩 출하하고 있으며, 일본을 비롯한 경쟁국들은 이 속도와 가격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중국 로봇 제조사들은 센서와 관절 같은 핵심 부품을 일본 등 해외에서 들여와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부품들도 중국에서 생산되며, 밍 순 리는 "중국의 부품 단가가 너무 빠르게 떨어져 다른 나라들이 경쟁 자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올해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차이나 휴머노이드 컨퍼런스'에서 유니트리 솔루션 총괄 장청이(Jiang Chengyi)는 핵심 부품의 90% 이상을 자체 개발하는 수직 계열화 전략을 공개했다.

현재 공식 쇼핑몰 기준 G1 모델의 판매가는 1만 3500달러(약 2076만 원)이며, 양팔 로봇 R1 시리즈는 4290달러(약 659만 원)에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전 세계에 직판하고 있다.

유비테크(UBTech) 최고브랜드책임자 마이클 탐(Michael Tam)은 NYT에 "오전 9시에 설계 도면을 보내면 정오에 3D 출력 부품을 받는다"고 말했다. 유비테크 로봇 부품의 90% 이상이 중국산이며, 현재 수입하는 주요 품목은 로봇 동작 제어용 컴퓨터 칩뿐이다.

전기차 생태계가 로봇 공장을 먹였다

중국이 휴머노이드 경쟁에서 앞서가는 배경에는 전기차 산업의 성장이 있다. 중국은 수십 년간의 정부 투자와 부품 내재화 전략을 통해 스크루부터 리튬이온 배터리까지 모든 것을 국산화해 세계 최대 전기차 수출국으로 올라섰으며, 전기차 부품 업체들이 이제는 로봇 부품도 공급하고 있다.

테슬라가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중심으로 구축한 공급망이 자사 로봇 사업에도 그대로 활용된다. 밍 순 리에 따르면 테슬라는 중국 이외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면서도 부품의 70% 이상은 여전히 중국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비야디(BYD)와 샤오미(Xiaomi) 공장 생산 라인에는 이미 간단한 물류 작업을 담당하는 휴머노이드들이 투입됐다.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중국의 지배력은 더욱 압도적이다. 국제로봇연맹(IFR)의 '월드 로보틱스 2025'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대수는 29만 5000대로 전 세계 시장의 54%를 차지했다.

뉴욕타임스는 2024년 중국 공장에서 가동 중인 로봇이 200만 대를 넘겼으며 한 해에만 30만 대가 추가 설치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나머지 세계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같은 기간 일본(4만 4500대), 미국(3만 4200대), 한국(3만 600대) 등 주요국에서는 신규 설치 대수가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데이터를 인용한 화원증권(華源證券)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국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약 1만 4400대에 달했으며, 올해는 배수 수준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투자 쏠림도 뚜렷하다. 2025년 한 해 동안 중국 투자자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에 쏟아부은 자금은 50억 달러(약 7조 6900억 원)를 넘어, 직전 5년 누적액과 맞먹는 규모다. 올해 첫 다섯 달간의 투자액은 지난해 전체를 10억 달러(약 1조 5380억 원) 가까이 초과했다.

유니트리는 상하이 증권거래소 상장 심사도 통과했다. 유니트리는 커촹반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42억 위안(약 9533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며,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 순이익도 흑자로 전환했다. 유니트리 외에도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로봇 관련 기업이 50여 개에 이른다.

가격은 낮고 성능은 아직…소프트웨어가 관건

중국 기업들이 하드웨어 가격을 무섭게 끌어내리는 사이, 소프트웨어 완성도는 아직 걸림돌로 남아 있다. 유비테크는 올해 생산 목표를 지난해(1000대)의 10배인 1만 대로 잡았지만, 탐 최고브랜드책임자는 자사 로봇의 작업 효율이 사람의 30%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연내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도쿄 행사에서 유니트리 디렉터 샤오리 첸(Xiaoli Chen)은 "유니트리가 많은 주목을 받고 다양한 행사에 나섰지만 이것이 곧 생산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복잡한 환경에서 장시간 작업을 수행하는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 약점을 메우기 위해 중국 기업들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에 기대고 있다. 지난달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유니트리와 엔비디아 칩·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로봇 라인업 출시를 발표했으며, 해당 제품은 오는 10월 출시 예정이다.

유니트리는 한국기업과도 기술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장청이 총괄은 서울 행사에서 "한국기업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산업 특화 솔루션 분야에서 기술 동맹을 맺을 수 있다"며 제조 기업을 협력 모델로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하드웨어 공급망을 틀어쥔 상황에서 로봇 지능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경쟁이 다음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5년 15억 달러(약 2조 3077억 원)에서 2035년 378억 달러(약 58조 1553억 원) 규모로 연평균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는 반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학습 능력이 시장 지배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