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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급망 사활 건 中, 글로벌 시총 ‘기술 재편’ 기로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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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급망 사활 건 中, 글로벌 시총 ‘기술 재편’ 기로에 서다

텐센트 5,000억 달러 돌파에도 여전한 국영기업 지배구조… 美와의 가치 격차 극복 과제
구경제의 몰락과 기술 주권 랠리… 20년 만에 완전히 뒤집힌 시총 지도
지푸 AI 시총 1조 홍콩달러 돌파 등 스타트업 분전에도 美 7~8배 차이 완강
텐센트(Tencent)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텐센트(Tencent) 로고. 사진=로이터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본 대배치 지도가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가운데, 한때 세계 증시의 패권을 쥐락퓨락했던 중국의 국영 은행과 전통 에너지 거두들이 거센 세대교체 압박에 직면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 줄이 인공지능 인프라와 빅테크 기업으로 집중되면서 전 세계 상장사 질서가 송두리째 뒤바뀌고 있으나, 중국 안방 시장은 여전히 국영 구경제 자본이 시가총액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어 질적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글로벌 금융 데이터 플랫폼 ‘컴퍼니즈마켓캡’의 최신 지표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증시는 그야말로 ‘테크 초강대국’들의 독무대였다. 지난 19일 마감 기준 엔비디아(Nvidia)가 무려 약 5조 1,000억 달러(약 7,830조 원)라는 경이적인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글로벌 왕좌를 거머쥐었고,

알파벳(구글)과 애플이 그 뒤를 바짝 추격했다. 세계 10대 상장기업 중 대만 TSMC, 사우디 아람코, 한국 삼성전자를 제외한 7개 자리가 전부 미국계 인공지능 및 반도체 빅테크 기업들로 채워졌다.

구경제의 몰락과 기술 주권 랠리… 20년 만에 완전히 뒤집힌 시총 지도


반면 중국의 상장사 생태계는 글로벌 트렌드와 판이한 지형을 보여준다. 비록 대형 테크 기업인 텐센트 홀딩스(Tencent Holdings)가 시가총액 약 5,050억 달러를 마크하며 단독 국내 1위 자리를 사수하고 있으나, 그 뒤를 잇는 거대 주주들은 여전히 국영 금융기관, 공공 에너지 발전사, 그리고 백주 브랜드 귀주모태주(마오타이) 같은 소비재 대기업들이다.

홍콩 소재 로터스 자산운용의 홍하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 시장 상황을 두고 "구경제(Old Economy)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으며, 이제 시장의 모든 자본은 첨단 기술력을 갈망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혁신 테크 기업에 천문학적인 프리미엄(밸류에이션 배수)을 기꺼이 지불하는 반면, 전통적인 굴뚝산업은 글로벌 무대에서 매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번 달 뉴욕 증시에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 6위 상장사로 단숨에 뛰어오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SpaceX) 기업공개(IPO) 랠리는 인공지능과 우주 항공 기술이 글로벌 자본의 경계선을 얼마나 공격적으로 다시 그려가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가장 극명한 사례다.

이 같은 지각변동은 불과 20년 전 중국 증시의 영광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난 2007년 상하이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국영 석유공룡 페트로차이나(PetroChina)는 상장 직후 전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의 벽을 뚫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등극했었다.

그러나 기술 주권 시대로 접어든 현재, 페트로차이나는 세계 시총 순위 상위 50위권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한때 글로벌 금융 시총 최상위권을 호령하던 중국공상은행(ICBC)과 중국건설은행 역시 각각 3,110억 달러와 3,830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세계 상위 100대 기업 중위권으로 밀려났다.

체제 전환 아닌 점진적 재균형… 7~8배에 달하는 미·중 빅테크 자본 격차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발간한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00대 상장기업의 총 시가총액은 지난 3월 기준 51.8조 달러라는 역사상 전례 없는 최고치에 도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22% 폭증한 수치로, 상승분의 대부분이 인공지능 인프라 및 첨단 반도체 기술주 랠리에서 비롯됐다.

중국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는 중국 당국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고급 제조업 촉진과 외자 유치 지원책의 수혜를 입은 민간 테크 거두들이 글로벌 스케일을 완강하게 버텨내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시총 2,76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에너지 광물 공급망 리스크 속에서도 독보적인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전자상거래 및 클라우드 거인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 역시 견고한 자본 펀더멘털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22일 시가총액 1조 홍콩달러(약 196조 원) 돌파라는 대기록을 쓴 생성형 AI 스타트업 지푸 AI(Zhipu AI) 같은 차세대 유니콘들이 대거 등판하며 서방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재키 탕(Jacky Tang)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신흥시장 최고투자책임자는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 고도화 전략과 첨단 제조업 투자는 국내 증시의 구성을 금융 중심에서 점진적으로 혁신 중심으로 전환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이는 급격한 체제 전환이라기보다는 점진적인 재균형(Rebalancing)에 가까울 것이며, 국영기업들과 초대형 금융사들이 여전히 지수 구성의 핵심 뼈대로 장기간 남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탕 최고투자책임자는 특히 미국과 중국 주식 간의 구조적 밸류에이션 가치 격차가 여전히 위험할 정도로 벌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시장 상위 10개 기술 기업의 총 가치는 중국 상위 10개 기업의 총합보다 무려 7배에서 8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미국의 꼼꼼한 공급망 차단 벽인 ‘팍스 실리카(Pax Silica)’ 이니셔티브 가동과 중국 상무부의 미국 방산기업 추가 제재 맞소송전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중국 테크 자본의 글로벌 확장을 억누르는 사법적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실수의 여지 없는 완벽한 가격 책정”… AI 펀더멘털 거품론 경고등


아울러 글로벌 시장 분석가들은 치솟는 시가총액의 숫자가 반드시 기업의 강력한 장기 실적이나 현금 흐름을 보장하진 않는다며, 인공지능에 대한 시장의 광적인 열기가 기업 본연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아득히 앞서나가는 현상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로터스 자산운용의 홍하오 CIO는 "AI 관련 분야는 현재 미래 가치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과 희망이 뒤섞여 밸류에이션이 부풀려진 측면이 크다"며 "시가총액의 덩치가 커졌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탄탄한 수익이나 우수한 재무 구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실적 대비 주가 수익 배수(Multiple)의 괴리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데이비드 차오 인베스코(Invesco) 아시아·태평양 글로벌 시장 전략가 역시 기술주 거품론에 무게를 더했다. 차오 전략가는 "인공지능 생태계의 근본적인 성장축은 건전하지만, 현재 시장은 단 하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함을 위한 가격 책정(Pricing for Perfection)’ 상태여서 향후 실수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핵심 반도체 설계 제조사가 향후 AI 가이드라인 업그레이드에 실패하거나, 빅테크 자본 유입의 발목을 잡는 에너지 생산 전력망의 병목 현상, 성장 전망에 직격탄을 날릴 각국 정부의 사법적 규제 변화 등 돌발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면 글로벌 시장이 겪어야 할 조정의 고통은 상상 이상으로 잔인하고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