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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거품일까, 가치일까… 답은 '이 지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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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거품일까, 가치일까… 답은 '이 지표'에 있다

페이션트 캐피털, 엔비디아·메타 대거 편입… "예상 PER, S&P500과 비슷"
배당 펀드마저 삼킨 반도체 쏠림… 마이크론 실적이 AI 수요 질적 검증할 분수령
미국 월가의 베테랑 가치투자자들이 인공지능(AI)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적극적으로 담기 시작했다. 고평가 성장주로 인식되던 기술 기업들이 강력한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월가의 베테랑 가치투자자들이 인공지능(AI)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적극적으로 담기 시작했다. 고평가 성장주로 인식되던 기술 기업들이 강력한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월가의 베테랑 가치투자자들이 인공지능(AI)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적극적으로 담기 시작했다. 고평가 성장주로 인식되던 기술 기업들이 강력한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추구하는 배당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반도체 기술주에 과도하게 쏠리면서 자칫 기술주 조정 국면에서 방어력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동시에 울린다.

기술주의 거품 여부를 가릴 핵심은 단순한 주가수익비율(PER)이 아니라 실제 현금 창출력과 자본 효율성을 뜻하는 자유현금흐름(FCF)과 투하자본수익률(ROIC)이다.

배런스(Barron’s)는 지난 22(현지시각) 자산운용사 페이션트 캐피털 매니지먼트(Patient Capital Management)의 포트폴리오 운용 전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전설적인 가치투자자 빌 밀러가 후원하는 페이션트 캐피털의 기회 신탁 펀드는 지난 1년간 35%의 수익률을 올리며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승률인 25%를 크게 웃돌았다.

펀드 운용에 참여하는 크리스티나 시겔 맬본 부매니저는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통적인 가치주의 개념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비싸 보이지만 몇 년 뒤를 내다봤을 때 저평가 상태인 기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이 운용사는 알파벳, 아마존, 메타 플랫폼스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거대 정보기술 기업과 AI 반도체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알파벳, 아마존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23.3배에서 26.5배 사이다. S&P500 지수의 평균 PER22.3배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지 않다. 특히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의 선행 PER17배까지 내려왔다.

전통 가치투자자들이 빅테크에 주목하는 진짜 논거는 주가수익비율 하락을 넘어선 자유현금흐름 수익률(FCF Yield)과 높은 ROIC에 있다. 특히 반도체와 대형 기술주 특성상 PER은 이익 사이클에 따라 왜곡되기 쉬워 FCF 기반 평가가 더 유효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빅테크 기업들이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을 압도하는 ROIC를 기록하며 막대한 현금을 쥐고 있기에, 대규모 자본 지출(CAPEX) 속에서도 실제 현금 창출 기반 가치는 훼손되지 않는다. 이 지표가 유지될 경우 AI 투자는 단순 성장주가 아니라 고수익 자본재 산업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

배당 펀드마저 삼킨 AI'반도체 팩터' 착시 리스크


AI 열풍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배당 자산의 지형도 바꾸고 있다. 자금 유입이 집중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지만, 특정 기술주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금융데이터 기업 베타파이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S&P500 지수가 9.1% 상승하는 동안 18% 이상 오른 배당 ETF15개에 달했다. 이들 상위권 펀드의 호실적 뒤에는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집중 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 가장 성적이 좋은 '위스덤트리 신흥시장 품질 배당성장 펀드'는 올해만 35% 급등했다. 이 펀드는 대만 TSMC와 한국 반도체 기업 등 두 종목의 비중이 전체 자산의 25%를 넘는다.

미국 기술 배당주를 담는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테크놀로지 배당 펀드' 역시 올해 22% 상승했다. 그러나 자산의 38%가 반도체와 장비 업종에 쏠려 있고 소프트웨어 비중도 19%를 차지한다. 상위 종목 집중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구조에서는 배당 수익률(Dividend Yield)보다 단순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률(Price Return)이 성과를 왜곡하기 쉽다. 사실상 '배당 ETF'라기보다 '반도체 팩터 ETF'에 가까워 기술주 조정 국면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를 주목한다. 월가에서는 마이크론의 5월 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00% 가까이 폭증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 실적 발표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AI 수요의 질(quality)을 검증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평균판매단가(ASP) 상승과 비트그로스(Bit growth)가 일반 디램(DRAM) 시장의 수요 회복 및 빅테크 등 고객사의 재고 안정화로 확산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HBM 중심의 고수익 구조가 범용 메모리까지 확산되느냐가 AI 사이클의 지속성을 가르는 핵심 변수다. 이것이 불발되면 AI 수요는 고가 특수 시장에 머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헬스케어·전력 관리로 눈돌리는 월가… 대안 시나리오 가동


AI 자산의 독주 속에서도 균형을 잡으려는 움직임은 이어진다. 가치주 펀드와 전통 배당 펀드들은 고평가 논란을 피하기 위해 방어적 성격의 업종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고 있다.

페이션트 캐피털은 지난 2년간 유나이티드헬스그룹과 CVS 헬스 등 대형 의료보험 기업 비중을 확대했다. 가입자 수 늘리기 경쟁을 멈추고 강력한 가격 결정력(pricing power)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정책을 편 결과 유나이티드헬스는 올해 25%, CVS30% 각각 상승했다.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로 안정성을 확보한 셈이다.

아울러 이들은 코인베이스, 에이디엔 등 핀테크 자산과 주가 급락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어도비 등을 저가 매수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자산 규모 1000억 달러(1535400억 원)에 달하는 세계적 배당 펀드인 '찰스 슈왑 미국 배당주 ETF' 역시 차별화된 경로를 걷는다. 이 펀드는 올해 17% 오르며 견고한 성적을 냈는데, 기술주 비중은 18%S&P500 지수의 기술주 비중인 38%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대신 전력 관리 반도체 수요 증가의 수혜를 입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퀄컴을 상위 종목에 배치했다. AI 데이터센터 확장은 결국 인프라의 전력 병목과 효율성 문제로 이어지며, 전력 관리 반도체는 AI 확산의 필수 인프라로 재평가되고 있다. 동시에 에너지, 헬스케어 등 경기 비민감 업종을 과체중 편성해 AI 거품론에서 한 발짝 물러나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투자자들이 향후 변동성 장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산의 지속 가능성을 정량적으로 판별할 '3단계 투자 판단 프레임'을 구축해야 한다.

첫째, 수요 검증 단계에서는 빅테크의 자본 지출(CAPEX)이 실질적인 매출 성장으로 연결되는지 전환율을 점검해야 한다.

둘째, 밸류 검증 단계에서는 단순 주가수익비율(PER) 외에 자유현금흐름(FCF) 창출력과 투하자본수익률(ROIC)의 우위를 확인해야 한다.

셋째, 리스크 검증 단계에서는 보유 펀드의 반도체 업종 쏠림 등 ETF 집중도와 핵심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사이클 변화를 추적해야 한다.

AI 투자의 성패는 기대감이 아니라 '현금화 속도'가 결정할 것이다. 거대 기술 기업의 높은 자본 지출이 실질적인 매출 성장으로 연결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향후 자산 배분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