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개발 전쟁 55개월→26개월로 재편… 한국차 경쟁력 재평가 시작되나
2년 연속 수조 적자 닛산의 마지막 승부수… 현대·기아엔 기회인가 위협인가
2년 연속 수조 적자 닛산의 마지막 승부수… 현대·기아엔 기회인가 위협인가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중국산 전기차의 속도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가운데, 닛산자동차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이 자동차산업의 미래 표준을 만들고 있다"며 중국식 개발 방식을 전면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히브리도스이엘렉트리코스(hibridosyelectricos.com)는 지난 22일(현지시각) 이반 에스피노사(Iván Espinosa) 닛산 사장이 국제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기술력, 원가 경쟁력, 개발 기간 등 네 분야에서 중국이 업계 표준을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에서 배우고 그 노하우를 수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55개월짜리 낡은 관행, 26개월로 깨다
닛산이 도입한 개발 가속 방법론의 핵심은 에스피노사 사장이 '중국 플레이북(China Playbook)'이라 명명한 통합 공정 혁신 체계다.
닛산을 포함한 전통 완성차 제조사들은 그간 신차 한 대를 기획 단계에서 양산 개시까지 평균 55개월이 걸렸다. 닛산 경영진이 처음 목표로 삼은 단축 기간은 30개월이었으나, 중국 합작 파트너인 둥펑(東風)자동차와의 실제 협업 결과 이를 훨씬 뛰어넘었다.
최근 발표된 닛케이아시아 인터뷰에 따르면, 닛산과 둥펑이 함께 개발해 지난해 4월 출시한 순수 전기차 둥펑-닛산 N7은 불과 24개월 만에 시장에 나왔다. 이 경험을 발판으로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스카이라인(Skyline)은 26개월 만에 완성해 오는 2026년 말 출시할 예정이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이 공정을 오는 2026 회계연도 신차 프로그램의 90%에 적용할 계획임을 확인했다. 속도를 높이는 데 품질 저하는 없다는 게 닛산 측 설명이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닛케이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설계·테스트·생산 단계에 걸쳐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도구를 폭넓게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불필요한 행정 절차와 관료적 낭비를 줄이고, AI가 부품의 수많은 설계 변수를 동시에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물리적 테스트 횟수 자체를 줄였다는 것이다.
전통 완성차 업계 전반에서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폭스바겐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구조를 기반으로 개발 기간을 50개월에서 36개월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스텔란티스는 오는 2027년 출시를 목표로 B·C·D 세그먼트를 통합 지원하는 모듈형 플랫폼 'STLA One'을 공개하며 기존 5개 플랫폼을 1개로 합치는 작업에 들어갔다.
닛산의 26개월은 이들 경쟁사 목표치를 이미 앞서는 수준이다.
2년 연속 대규모 적자… '속도 혁신'이 유일한 탈출구
이번 선언 배경에는 닛산의 절박한 재무 현실이 깔려있다. 닛산은 지난 3월 종료된 2025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순손실을 5500억 엔(약 5조 2199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년도 6708억 엔 적자에 이은 2년 연속 대규모 손실이다. 판매 부진도 심각하다. 2025 회계연도 글로벌 판매량은 315만 대로 전년보다 6% 줄었고, 2026년 들어 일본 내수 판매는 199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일본 시장 부진의 원인으로 신차 공백과 함께 전임 경영진 시절 축적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꼽았다.
닛산은 비용 절감과 라인업 재편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 직원 9000명 감축을 시작으로 총 2만 명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 중이고, 연구·개발(R&D) 비용도 올해 18% 삭감했다.
플랫폼 전략도 단순화해, 3개 핵심 차량 플랫폼으로 전 세계 판매의 약 80%를 커버하는 구조로 전환할 방침이다. 혼다와의 협업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혼다와의 협의가 "매우 건설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반도체·부품 규격 표준화 등에서 협력의 첫 걸음을 떼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닛산의 '속도 혁신' 전략이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려면 신차 라인업의 실질적 경쟁력 회복이 뒤따라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닛산의 구조조정이 비용 절감에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에스피노사 체제에서 실질적인 신차가 시장에 나오려면 2028년 이후를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개발 사이클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닛산의 실험이 브랜드 부활의 전환점이 될지, 그 첫 검증대는 올해 말 출시될 차세대 스카이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