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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질리티 'Digit' 나스닥 간다… 휴머노이드 첫 상장 3조 8천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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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질리티 'Digit' 나스닥 간다… 휴머노이드 첫 상장 3조 8천억

엔비디아·아마존·폭스콘 투자… SPAC 합병으로 올해 상장
아마존 창고·도요타 공장 실전 배치… 피지컬 AI 투자 문 열려
레인보우·두산로보틱스 등 국내 휴머노이드 관련주 동반 수혜 주목
어질리티 로보틱스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며 휴머노이드 기업 최초로 약 3조 8천억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게 되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어질리티 로보틱스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며 휴머노이드 기업 최초로 약 3조 8천억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게 되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간형 로봇 업계의 공개 시장 진입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을 통해 약 25억 달러(약 3조 8682억 원) 기업가치로 나스닥 상장에 나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일(현지시각) 어질리티 로보틱스가 투자은행가 마이클 클라인(Michael Klein)이 이끄는 특수목적법인 처칠 캐피털 코퍼레이션 XI(Churchill Capital Corp. XI, 나스닥 CCXI)과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AGLT' 티커로 상장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거래로 조달하는 총 자금은 6억 달러(약 9283억 원)를 웃돌 것으로 양사는 밝혔다.

폭스콘 선두로 PIPE 투자 2억 달러 확보


자금 구성을 보면, 처칠 XI의 신탁 자금 4억 2천만 달러(약 6497억 원)에 폭스콘(Foxconn)이 주도하는 주식 사모 투자(PIPE) 2억 달러(약 3094억 원) 이상을 더하는 구조다.

폭스콘은 이미 어질리티의 기존 주주로, 엔비디아(NVIDIA) 벤처 투자 부문인 엔벤처스(NVentures), 소프트뱅크, 아마존 산업혁신펀드 등도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어질리티의 대표 제품은 양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Digit)'이다. 디짓은 별도 시설 개조 없이 사람이 쓰는 공간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됐으며, 물류창고·제조 현장·배송센터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WSJ에 따르면 아마존 물류창고, 자동차 부품 제조사 셰플러(Schaeffler), 물류 기업 QXO, 도요타 캐나다 공장이 현재 디짓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도요타 캐나다 우드스탁 공장에서는 1년간 시범 운영을 거쳐 디짓 7대에 대해 로봇 구독 서비스(RaaS) 방식의 상업 계약을 체결했다. RaaS란 로봇을 구매하지 않고 구독 방식으로 빌려 쓰는 모델로, 기업들의 초기 투자 부담을 크게 낮춰 준다.

엔비디아 안전 규약 최초 채택… 상장 전 기술 신뢰도 높여

상장 발표 직전인 지난 23일(현지시각), 엔비디아는 로봇 분야 최초의 전스택(Full-Stack) 안전 시스템 '헤일로스 포 로보틱스(Halos for Robotics)'를 공개하면서 어질리티가 이 규약을 처음 적용하는 기업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디짓에는 엔비디아 IGX 토르(IGX Thor) 하드웨어와 헤일로스 코어(Halos Core)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산업 안전 국제표준 IEC 61508·ISO 13849 등의 요건을 충족하도록 검증받는다.

어질리티의 페기 존슨(Peggy Johnson) 최고경영자(CEO)는 "휴머노이드가 대규모로 가치를 창출하려면 안전이 로봇 전체 시스템에 내재화돼야 한다"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진정한 인간-로봇 협업을 가능케 해 차세대 제조·물류 현장의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CEO는 WSJ 인터뷰에서도 독립 휴머노이드 기업 가운데 상장 순서가 가장 빠른 것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잠재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판단에서다. 오리건주 세일럼 공장을 풀 가동할 경우 연간 1만 대 생산이 가능하며, 더 정교한 파지(把持) 기능과 강화된 안전 규격을 갖춘 차세대 디짓에 대한 선주문도 이미 확보했다고 그는 밝혔다.

경쟁 치열하지만 상장 타이밍은 '선점 효과'


휴머노이드 시장 경쟁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테슬라 옵티머스,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전기 구동형), 피겨 AI(Figure AI), 앱트로닉(Apptronik) 등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앱트로닉은 올해 초 구글과 메르세데스-벤츠의 투자를 받아 50억 달러(약 7조 7325억 원) 기업가치로 9억 3500만 달러(약 1조 4461억 원)를 조달했다.

중국의 유니트리(Unitree), UBTECH 등도 공격적인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어질리티의 이번 SPAC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개인 투자자들이 몰릴 수 있는 투자 창구를 먼저 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처칠 캐피털의 클라인은 과거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Lucid), 소형 원자력 기업 오클로(Oklo) 등을 SPAC으로 상장시킨 경력이 있다.

저금리 시기 SPAC 붐이 꺼진 뒤 시장이 위축됐지만,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 회복세와 함께 SPAC 거래도 다시 늘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50년까지 5조 달러(약 7736조 원) 규모로 커질 수 있다. 아직 상업 배치 사례가 손에 꼽히는 지금, '최초의 나스닥 상장 휴머노이드 기업'이라는 타이틀이 어질리티에 투자 심리상 유리한 고지를 줄지 주목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