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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과 합쳐도 연금 못 살린다… 독일 ‘유보’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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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과 합쳐도 연금 못 살린다… 독일 ‘유보’의 경고

헌법상 부양원칙 장벽에 제도 전환 비용 부담… 장기 순재정 효과는 무산
임용 범위 축소 권고에 교직 사회 긴장… 한국형 연금 개혁에 경종
독일 정부의 연금 개혁 청사진을 그려온 전문가위원회가 공무원의 일반 국민연금 통합 안건을 이번 권고안에서 최종 유보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정부의 연금 개혁 청사진을 그려온 전문가위원회가 공무원의 일반 국민연금 통합 안건을 이번 권고안에서 최종 유보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독일 정부의 연금 개혁 청사진을 그려온 전문가위원회가 공무원의 일반 국민연금 통합 안건을 이번 권고안에서 최종 유보했다.

연금위원회는 지난 23(현지시각) 연방정부에 전달한 30개 항목의 개혁안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공무원 직역연금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고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가 24일 보도했다.

당초 모든 국민을 하나의 연금 틀에 묶어 재정을 확충하겠다던 구상은 독일 특유의 법적·재정적 한계에 부딪혀 후퇴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연금 수급자 사이의 고통 분담 형평성을 약화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낸다.

헌법적 장벽과 이중 재정 부담에 막힌 통합안


독일 연금위원회가 공무원의 국민연금 편입이라는 공식을 거두어들인 배경에는 독특한 법적 권리와 천문학적인 전환 비용이 자리한다.

독일 경제매체 한델스블라트 등에 따르면 독일의 공무원 제도는 헌법상 '국가의 부양원칙(Alimentationsprinzip)' 및 전통적인 '직업공무원제(Berufsbeamtentum)'와 결부된 독립 체계다.

독일의 공무원은 스스로 기여금을 내는 보험 가입자가 아니라, 국가가 생애를 책임지고 보장하는 신분이다. 따라서 직역연금 통합은 단순한 행정 체계 개편이 아니라 헌법상 신분 보장 구조를 통째로 재설계해야 하는 문제로, 이에 따른 정치적·법적 비용이 매우 크다.

지방정부의 이중 재정 부담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제도를 바꿀 경우 각 지방정부는 기존 퇴직 공무원에게 줄 연금(Pension)을 계속 책임지면서, 동시에 현재 일하는 공무원을 위해 새로 도입되는 연금 보험료까지 조달해야 하므로 재정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진다.

위원회는 가입자가 늘어 단기적으로 기금이 축적되는 현상은 '착시'에 불과하며, 미래의 지급 의무까지 더하면 장기적인 순재정 효과는 전무하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신규 공무원 100만 명이 국민연금으로 편입되면 초기에는 보험료 수입이 늘어 재정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수급 연령에 도달하면 동일한 지급 의무가 누적돼 결국 상쇄된다. '단기 흑자 착시와 장기 효과 미미'라는 구조적 한계가 통합 무산의 본질이다.

공무원 임용 범위 축소 기류… 교육계 구조조정 예고


직역연금의 전면 통합은 피해 갔으나 공무원 조직의 미래 구조는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위원회는 공무원 연금의 수급 수준을 단계적으로 깎아 일반 연금과의 격차를 좁히는 방안을 내놓았다.

특히 독일공영방송(ZDF)은 국가의 핵심 주권적 권한을 행사하는 치안이나 국방 등으로만 공무원 임용 범위를 좁히라는 권고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지침이 시행되면 일선 학교의 교사나 대학교수 등 교직 사회의 신규 공무원 임용 규모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고령화로 연금 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신규 공무원 유입 자체를 줄여 장기 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하려는 조치다. 독일은 교사를 포함한 상당수 공공 인력을 공무원으로 운용해 왔기 때문에, 이들의 임용 범위 축소는 미래 연금 부채의 총량을 통제하기 위한 고육책과 다름없다.

"모두가 동참해야 합의 가능"… 형평성 논란 유발


이번 개혁안은 자영업자와 정치인에게 연금 가입을 의무화하면서도 공무원 개편은 뒤로 미뤄 사회적 갈등의 소지를 남겼다.

가브리엘 펠버마이어 오스트리아 경제연구소 소장은 독일학술방송(DLF) 인터뷰에서 공무원이 고통 분담에서 한걸음 물러선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연금 구조조정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집단이 함께 기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통합=재정 안정' 환상 깨진 한국, 정교한 비용 추계 선행돼야


독일의 유보는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통합을 추진 중인 한국에 큰 착안점을 날린다. '통합=재정 안정'이라는 단순 공식은 현실에서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가입자 기반을 넓히는 미봉책으로는 연금 고갈을 막을 수 없으며, 오히려 천문학적인 초기 전환 비용과 기존 수급권 보장이라는 이중 부담만 짊어질 수 있다. 한국형 연금 개혁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단기적 재정 착시에서 벗어나 미래 지급 의무까지 포함한 정교한 시뮬레이션이 선행되어야 한다. 구조적 한계를 외면한 통합은 또 다른 재정적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