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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동맹' 유지냐, '인·태 전략' 다변화냐…600억 달러 캐나다 잠수함 빅딜의 지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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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동맹' 유지냐, '인·태 전략' 다변화냐…600억 달러 캐나다 잠수함 빅딜의 지정학

"기술은 둘 다 통과"…7월 나토 정상회의 전 낙점 관측
한화오션 '1200억 달러' 공세에 獨 TKMS '유럽 금융망' 배수진
대한민국 해군과 조선업계의 기술력이 집약된 KSS-III급 3000톤급 주력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캐나다 정부의 600억 캐나다 달러 규모 최종 낙점 발표가 나토 정상회의 직전으로 임박한 가운데 한화오션의 파격적인 경제 패키지와 독일의 동맹 프레임이 막판 백병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대한민국 해군과 조선업계의 기술력이 집약된 KSS-III급 3000톤급 주력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캐나다 정부의 600억 캐나다 달러 규모 최종 낙점 발표가 나토 정상회의 직전으로 임박한 가운데 한화오션의 파격적인 경제 패키지와 독일의 동맹 프레임이 막판 백병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오는 7월 7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미 안보의 핵심 이정표가 될 '캐나다 정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가 임박했다. 총사업비 최소 600억 캐나다 달러(수명 주기 유지보수 포함 시 1000억 달러 상회)에 달하는 이번 재래식 잠수함 12척 조달 사업은 단순한 무기 획득을 넘어 캐나다의 미래 무역 영토와 경제적 실리를 가름할 고차원적 정치 방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재단(APF)의 줄리아 벤틀리(Julia G. Bentley) 연구원 등이 29일(현지 시각) 발간한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판 퓨어(Stephen Fuhr) 캐나다 국방조달담당 국무차관은 최근 기술 평가 결과 최종 후보인 한국의 한화오션(Hanwha Ocean)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의 제안 기종 모두 캐나다 해군(RCN)의 작전 요구 조건을 완벽히 충족했다고 밝혔다. 하드웨어의 기술적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박빙의 상황에서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의 최종 낙점은 '어느 진영이 캐나다 자국 영토에 더 강력한 장기 제조업 생태계를 이식할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캐나다 정부의 산업기술적이익(ITB) 정책에 맞춰 자국 제조업 생태계를 인공호흡할 경제적 실리 패키지가 핵심 평가지표로 부상했다.

앞서 신설 기구인 국방투자청(DIA)의 듀크 구즈만(Doug Guzman) 최고경영자(CEO)는 하원 국방위원회 청문회에서 해외 공급업체들에게 우선권을 얻고 싶다면 제안서 내용을 최대한 캐나다화하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철저한 자국 중심 실리주의를 예고한 바 있다. 데이비드 맥귄티(David McGuinty) 국방장관 역시 토쿄 무역사절단 현지 인터뷰에서 함대를 두 회사로 쪼개어 분할 발주할 가능성은 낮다며, 군수지원과 유지보수(Sustainment) 체계의 이원화에 따른 비용 가중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화오션 KSS-III, '납기 공백 제로'와 파격적인 현지 공급망 리모델링

한화오션이 제시한 'KSS-III 배치-II'의 최대 강점은 이미 바다 위에서 검증된 실물 플랫폼과 빈틈없는 납기 타임라인이다. 한화오션은 기존 빅토리아급 잠수함의 퇴역 시점(2036~2042년)에 맞추어 오는 2032년에 첫 대체 잠수함을 즉각 인도하고, 2035년까지 4척을 조기 실전 배치하겠다는 구체적인 스케줄을 제시했다. 아직 기체가 완성되지 않은 독일 하드웨어에 비해 안보 공백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실제로 첫 기체는 2021년 8월 대한민국 해군에 인도되어 지난해 마크 카니 총리가 방한 당시 직접 시찰하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호주와 폴란드에서 증명된 현지 공급망 국산화 모델을 기반으로 2026년부터 2044년까지 캐나다 GDP에 1200억 캐나다 달러를 기여하고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데이터를 확약했다. 자동차부품제조협회(APMA) 및 알고마 스틸(Algoma Steel)과 손잡고 현지 생산 제안을 구체화하는 한편, 현대자동차 주도로 수소 트럭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 비버'를 연계했다. 한화오션에 있어 이번 수주는 나토 해양 방산 생태계의 주도권을 쥐는 계기가 되며, 영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화오션을 지지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조달 신뢰성에 힘을 실어준다.

독일 TKMS 212CD, '나토 카르텔'의 연대감과 유럽 국방 금융망 제공


독일 TKMS는 북극해 최적화 설계와 나토 표준 시스템과의 완벽한 상호운용성을 무기로 내세운다.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 중인 212CD는 다이아몬드형 외형으로 얼음 밑 항해력을 높였고, 비자성 특수강을 사용해 극저온 저항성을 높였다. 독일 해군이 나토 재래식 잠수함의 70%를 공급해 온 만큼 군수, 훈련, 전술 통합 면에서 익숙함이 강점이다. 노르웨이는 캐나다의 인프라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자국 잠수함 정비 시설의 설계 도안을 그대로 복제해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덧붙였다.

TKMS는 수명 주기 동안 860억 캐나다 달러의 GDP 기여와 65만 개의 고용 창출을 제시하는 한편, 캐나다가 최근 비EU 국가 중 최초로 유럽연합의 1500억 유로 규모 공동 국방 조달 기금인 'SAFE' 프로그램에 가입한 점을 파고들었다. 독·노 연합에 합류할 경우 캐나다 방산업계가 유럽의 거대 국방 금융망에 진입해 미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주전 이면의 신경전도 거세다. 필립 쇤(Philipp Schön) TKMS 영업총괄이 공통의 작업 언어와 문화적 생태계를 공유하는 나토 동맹국이 유리하다고 프레임을 짜자, 글렌 코프랜드(Glenn Copeland) 한화디펜스캐나다 CEO가 유감스러운 발언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 제안은 아직 초기 생산 단계의 도안에 머물러 있고, 최근 선행 예산 집행으로 인한 TKMS사의 단기 현금 흐름 압박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결국 이번 세기의 결단은 단순히 동급의 디젤 잠수함을 고르는 하드웨어 선택이 아니라, 캐나다가 전통적인 대서양 안보 유대를 심화할 것인지, 아니면 급성장하는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단단한 무기를 장착할 것인지에 대한 캐나다 내각의 지정학적 선택이다. 유럽연합(EU)의 성장률이 1.3%의 침체에 머무는 반면 인·태 지역은 IMF 기준 4~6%의 초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만큼, 마크 카니 총리가 어떤 항로를 개척할지 오타와의 마지막 카운트다운에 전 세계 방위산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