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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현대모비스, 로봇 지분 가치 '주가에 미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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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현대모비스, 로봇 지분 가치 '주가에 미반영’

CLSA "현대차만 올랐다…기아·모비스·글로비스 저평가 논란"
휴머노이드 시장 2030년 106조원… 액추에이터 수주 선점한 모비스 주목
현대차 주가에는 로봇 기대감이 이미 반영됐지만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에는 지분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이미지=제미나이3 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 주가에는 로봇 기대감이 이미 반영됐지만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에는 지분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이미지=제미나이3


휴머노이드 로봇산업의 승패가 기술 개발이 아닌 대량 생산 능력으로 판가름 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 중심에 현대차그룹이 서 있다.

홍콩 소재 투자은행 씨틱 CLSA(이하 CLSA)는 지난 23일(현지시각) 서울에서 열린 '북동아시아 포럼'에서 이같이 진단하며, 현대차 주가에는 로봇 기대감이 이미 반영됐지만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에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기업 특유의 대형 공장 네트워크와 공급망이 로봇 양산 경쟁에서 결정적 우위 요소로 부각되고 있어서다.
공장이 곧 무기… 자동차 제조업체가 로봇 강자로

CLSA의 브라이언 리 연구원은 포럼에서 "기아가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17%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각각 11%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세 회사의 주가에는 지분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첫 대규모 수요처는 가정이 아닌 공장이다. 가정용 배치는 안전·법적 책임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환경 자체가 지나치게 복잡하다. 반면 공장은 작업 반경이 제한돼 있고 동작이 반복적이며 안전 구역 설정이 수월하다.

이미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는 현대차그룹 생산 시설 내에서 시범 운용 중이다. 테슬라는 자사 공장에 옵티머스를 투입했고, 피규어 AI는 BMW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앱트로닉은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로봇 적용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무대 시연이 아닌 실제 양산 라인과 연계된 파일럿 프로그램들이다.

CLS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휴머노이드 생산량은 약 5만 대였다. 현재 개발 일정대로라면 2028년 40만 대, 2030년에는 100만 대를 웃돌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월 CES 2026에서 2028년까지 연 3만 대 규모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전용 생산 공장을 미국에 완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테슬라와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자체 공장이라는 '내부 수요처'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과 차별화된다. 스타트업은 고객사를 찾아야 하지만, 두 회사는 자기 공장에서 로봇을 바로 쓸 수 있다.

액추에이터가 핵심… 현대모비스, 전량 공급 계약 선점


경제성도 교체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CLSA는 미국 공장 근로자 한 명의 연간 고용 비용이 10만 달러(약 1억 5436만원)에 근접하는 반면, 산업용 휴머노이드의 연간 운영 비용은 2030년 3만 달러(약 4630만원), 2035년에는 1만 달러(약 1543만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노동 비용을 60~70%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제조업체 기준으로 매출의 10% 수준인 인건비가 이 비율만큼 절감되면 영업이익률이 최대 5%포인트 가까이 개선될 수 있다.

CLSA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이 2030년 690억 달러(약 106조원), 2035년 3200억 달러(약 493조원), 2045년에는 1조 달러(약 1543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시장에서 관건은 액추에이터다. 로봇 관절을 구동하는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는 제조 원가의 80~85%를 차지하며, 휴머노이드 한 대에 30~50개가 들어간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1월 CES 2026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와 협력 체계를 공식화하고, 아틀라스 양산 시점에 액추에이터 전량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부품 설계 및 양산 과정에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로봇 액추에이터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지정학도 공급망 재편을 가속하는 변수다. 현재 다수의 비중국 로봇 개발사가 액추에이터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미국이 수입 제한 조치를 강화할 경우 한국과 유럽 부품사에 반사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 CLSA는 HL만도, 셰플러(Schaeffler), 보쉬(Bosch)도 이 시장을 겨냥해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먼저 5만 대 찍는 기업이 시장 장악… 불확실성도 상존

데이터 축적 속도가 차세대 경쟁력을 가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장에 배치된 로봇은 운영 데이터를 쏟아내고, 이 데이터는 다음 세대 로봇 학습에 투입된다.

CLSA는 연 5만~10만 대 생산에 먼저 도달하는 기업이 제조 원가를 경쟁사보다 30~40% 낮추는 동시에 데이터 격차를 벌릴 것으로 봤다. 전기차(EV)가 밟아온 '규모→원가→보급→데이터' 선순환과 같은 경로다.

다만 불확실성도 적지 않다. 로봇 가격이 현재 대당 10만~15만 달러(약 1억 5434만~2억 3151원)에서 2030년 4만~5만 달러(약 6173만~7717만원)로 떨어진다는 전제가 공급망 병목 해소 여부에 달려 있다. 안전성 확보도 숙제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동하는 로봇은 신뢰도가 사실상 100%에 가까워야 하며, 유지보수 비용이 경제적 유인을 상쇄할 수 있다.

노동 규제도 보급 속도를 좌우할 변수다. 미국과 유럽은 제조 인력 부족이 심각해 도입이 빠를 수 있다. 미국만 해도 지난해 제조업 인력 부족 규모가 약 40만 명에 달했다.

반면 강력한 고용 보호 규정을 둔 한국과 일본은 도입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휴머노이드 생산의 3분의 2 이상을 담당하며 공급망 우위를 쥐고 있어 단기간에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

주요 로봇 개발사들은 올해 말까지 부품 공급사 선정을 마무리하고 2028년 양산 가동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CLSA는 "가장 똑똑한 로봇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대량 생산해 현장에 투입하고 가장 빨리 개선하는 기업이 결국 승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