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 "과도한 낙관론이 금융 불안 키운다" 지적
'기술 혁신'과 '자금 사이클' 간 괴리… 조건부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수립해야
'기술 혁신'과 '자금 사이클' 간 괴리… 조건부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수립해야
이미지 확대보기국제결제은행(BIS)이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과도한 낙관론이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부채 위험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번 발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재원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고대역메모리(HBM) 공급 계약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BIS "기술은 맞지만, 가격이 틀릴 수 있다"
BIS가 최근 발표한 연례 경제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제가 중동 분쟁과 호르무즈 해협 폐쇄 등 여러 충격을 견딘 배경으로 AI 투자를 꼽았다고 지난 28일(현지시각) 머니컨터롤이 보도했다.
BIS의 이번 경고는 AI 기술 자체의 혁신성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금융 사이클로서의 과잉 레버리지 가능성'을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 흐름은 맞지만, 단기적인 투자 가격 책정이 틀릴 수 있다는 프레임이다.
실제로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현재 엔비디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35배 안팎을 기록하며 과거 5년 평균 대비 20% 이상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IB) 추정치 기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주요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하이퍼스케일러) 5개사의 합산 자본지출(CAPEX) 규모가 2025~2026년 누적 1조 달러(약 1548조 원) 선에 육박하는 만큼, 시장의 자본수익률(ROIC) 검증 압박도 정점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 매출의 상당 부분이 소수 빅테크에 집중된 구조에서 이들의 설비투자 속도 조절은 전방 수요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금줄에 따라 갈리는 HBM 시나리오
시장조사업체 컨센서스 기준 2024년 이후 연평균 60%를 웃도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온 HBM 시장은 전방 자금줄 추이에 따라 세 가지 경로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우선 빅테크의 설비투자가 지연되고 GPU 발주가 감소하는 '하락(베어)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하반기 이후 공급망 내 HBM 재고 축적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성장률 자체는 다소 둔화하더라도 이미 확정된 공급 계약 물량과 절대적 인프라 수요에 힘입어 완만한 우상향을 유지하는 '보통(베이스)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AI 연산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및 에이전틱 AI 영역으로 확장되며 인프라당 메모리 탑재량이 급증하는 '상승 시나리오'에서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장기화된다.
특히 HBM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공급망 비중이 높아 전방 투자 변동성에 더 민감하게 노출되는 특성이 있다. 반면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는 수직계열화 장점과 고객사 다변화 잠재력을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가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다만 HBM은 여전히 고도의 맞춤형 전공정 설계와 첨단 패키징 공정의 병목 현상으로 인해 기술 장벽이 높아, 단순한 자본지출 둔화가 곧바로 대규모 공급 과잉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팽팽하다.
글로벌 수급과 패시브 자금 이동 변수
미국 기술주 밸류에이션 조정 국면에서는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며, 한국 반도체 주식도 동반 매도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동은 국내 기업의 기초체력뿐만 아니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경로, 달러 인덱스 추이, 나스닥 지수의 변동성과 더 밀접하게 동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ETF 및 나스닥 지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패시브 자금 흐름을 통해 국내 대형 반도체주에도 기계적인 매도 압력이 전이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배 안팎으로 역사적 하단에 위치해 있어 하방 경직성을 기대할 수 있으나,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가치평가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 전략, 핵심 체크 포인트와 행동 지침
자산 배분 관점에서 보수적 접근을 고민하는 투자자라면 단순한 심리적 위축이 아닌 정량적 트리거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핵심 점검 사항은 빅테크 3사(마이크로소프트·메타·알파벳)의 분기별 설비투자 지침(가이드라인) 변화, 대만 TSMC의 첨단 패키징 라인 가동률 및 엔비디아의 칩 주문 추이, 그리고 3분기 유통 시장 내 HBM 혼합평균판매가격(Blended ASP)의 하락 전환 여부다. 이는 다양한 세대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들의 가격을 판매량 기준으로 가중 평균한 단가다.
엔비디아가 오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차세대 인프라 투자 증가율 둔화를 시사하거나 HBM 유통 가격 꺾임 현상이 실제 지표로 확인된다면, 수요 둔화 우려가 주가에 선반영될 확률이 높다. 해당 지표들의 변곡점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공격적인 비중 확대보다 자산 방어력 제고와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