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소양 기르는 미 청소년, 11만 달러 자산 증식 효과
조기 금융 교육 부재한 한국 고교… 초기 자산 격차 고착 우려
조기 금융 교육 부재한 한국 고교… 초기 자산 격차 고착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반면 돈 관리 원리를 가르치지 않은 채 청년들을 자산 시장으로 내모는 한국 공교육의 방치는 향후 심각한 가계 부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고교 80% 금융 과목 의무화… 저소득층 자산 형성 디딤돌
미국 재무설계사(CFP) 자격인증위원회는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50개 주 가운데 39개 주가 고등학교 졸업 요건으로 개인 금융 과목 이수를 의무화했다고 발표했다. 4년 전 35개 주에서 4개 주가 추가로 동참했다. 이 가운데 과반인 20여 개 주는 다른 과목에 일부 내용을 포함하는 방식이 아니라, 독립된 단일 과목으로 최소 0.5학점 이상 이수하도록 규정했다.
지난해 금융 교육을 의무화한 델라웨어주 의회는 수강생 한 사람 앞에 평생 11만 6000달러(약 1억 8000만 원)에 이르는 경제 편익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이는 복리 효과를 활용한 조기 저축 유도와 고금리 부채 회피 효과를 추산한 수치다. 자산 관리 기반이 취약한 저소득층 가구에서 학자금 대출 연체율 감소와 신용점수 상승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미국 청소년은 학교에서 예산 수립, 부채 관리, 복리 효과, 조기 저축의 중요성을 배운다. 반면 금융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나머지 11개 주 학생들은 신용카드 사용법이나 학자금 대출 상환 같은 중요한 금융 결정을 독학으로 처리하며 시행착오를 겪는다.
미국 금융 전문가들은 금융 지식 부족이 부채 상환 지연과 저축 공백으로 이어져 중산층 진입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고 진단한다.
수능 선택률 1%의 그늘… 금융지식 양극화가 부른 구조적 위험
한국 상황은 미국과 딴판이다. 한국 고교 교육과정에서 금융은 사회나 경제 과목의 일부 단원으로만 짧게 다룬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경제 과목 선택 비율은 해마다 낮아져 1% 안팎에 그친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를 보면 만 18세부터 29세까지 청년층의 금융이해도 점수는 성인 평균보다 낮으며, 특히 재무 목표를 세우거나 돈을 관리하는 '금융행위' 부문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공교육이 금융 소양을 체가지 못하는 원인은 세 가지 구조 불합리에 기인한다. 첫째, 대학 입시 중심 구조다. 수능 시험 과목이 아니면 학교 현장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탓에 금융 교육이 파고들 틈이 없다.
둘째, 교사 역량과 교재의 한계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금융기술 환경과 복잡한 금융 상품 트렌드를 일선 교사들이 표준화한 교과서로 따라잡기 어렵다. 셋째, 교육부의 정책 우선순위 배분 문제다. 민주시민교육이나 창의 체험 활동에 밀려 경제 생존 기술인 금융 교육은 늘 후순위로 밀려왔다.
학교 금융 교육의 부재는 초기 자산 형성 격차를 고착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부유한 가정의 자녀는 부모를 통해 사적으로 자산 관리 기법을 대물림받는다. 반면 서민 가정 자녀는 신용점수 관리나 자산 배분 원리를 배울 기회조차 없다. 공교육이 금융을 외면하면 정보 격차가 고스란히 자산 불평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다만 학교 현장의 목소리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기존 교과 체계 안에서 새로운 필수 과목을 늘리면 다른 기초 학문 시수가 줄어들고 교사 수급 갈등이 생길 수 있는 현실적 제약 조건도 고려해야 한다.
실습 위주 한국형 모델 설계… 국가 자본 형성 패러다임 전환
이 같은 우려를 넘어 실행가능한 대안을 찾으려면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 0.5학점 분량의 금융 교육 과목을 필수 졸업 요건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교육 과정의 내용도 구체적으로 채워야 한다.
단순한 저축 장려를 넘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신용점수 관리, 세금 구조, 국민연금 제도, 상장지수펀드(ETF) 기초 개념을 정규 교과에 포함해야 한다. 수업 방식은 이론 주입 반과 시뮬레이션 반으로 양분한다. 학생들이 직접 가계부를 작성하고 모의 대출을 설계해보는 실습 위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장 교사의 전문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경제교육총연합회가 표준 교육과정을 중앙 설계하고, 민간 금융 전문가를 학교 현장에 강사로 적극 참여시키는 보완책이 필수적이다. 평가는 지필시험 대신 자신만의 자산 관리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제출하는 수행평가 방식을 도입하면 실질적인 학습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거시경제 관점에서 조기 금융 교육은 국가 자본 형성 구조를 바꾸는 변수다. 청소년기부터 다져진 건전한 금융 소양은 가계 저축률 상승을 이끌어 국내 자본시장의 장기 안정성을 높인다.
고금리 약탈 대출에 빠지는 빚은 많은데 소득이 적거나 신용이 낮아 위태로운 상태의 대출자가 줄어들면 금융시스템 전체의 부실 위험이 완화된다. 아울러 연금과 상장지수펀드 시장으로 장기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가 전반의 부가 늘어나는 추진력을 얻는다.
자본시장 위험 대응 지표
개인이 자본시장 위험에 대응하고 안정된 자산을 일구기 위해 상시 점검해야 할 지표는 명확하다.
소득에서 부채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방어선을 지켜야 한다. 이 선을 초과하면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 여력이 완전히 상실된다. 소득의 최소 5분의 1을 먼저 떼어 적립하는 소득 대비 저축률 20% 장벽을 넘어야 복리 효과를 장기로 누린다.
신용카드를 한도의 30% 아래로 쓰고 연체를 차단하는 신용점수 상위 20% 사수 노력이 따라야 향후 자산 형성기 대출 비용을 줄인다.
금융 안정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한국도 청년들에게 자산 시장 진입과 차입 투자를 장려하면서, 정작 그 위험을 통제할 리스크 교육을 보다 확대 제공하는 정책으로 강구해야 한다.
돈을 다루는 능력도 어려서부터 배워야 하는 필수 기술이다. 교육 당국은 청소년들이 사회라는 거친 바다에서 살아남을 진짜 생존 무기를 쥐여주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