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고가 무기 획득체계에 균열… 실리콘밸리식 IT·벤처 자본 3사 파격 낙점
미 방산 생산체계 대전환 예고… 한국 유도무기 수출 전선에 중장기 경고등
미 방산 생산체계 대전환 예고… 한국 유도무기 수출 전선에 중장기 경고등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국방부는 지난 7월 15일(현지시각) 공군에 저렴한 공대지 미사일을 대량 공급하기 위해 안두릴, 코아스파이어, 존5테크놀로지 등 3개 사와 다년 계약을 위한 기본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은 미 공군의 새로운 유도무기 획득 사업인 '저가 대량 미사일 제품군(FAMM)' 계획에 따른 조치다. 미 국방부는 생산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 해마다 미사일 8000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IT 자본과 기술 결합… 방산 문법을 뒤흔들다
미 국방부가 낙점한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기존 유도무기 시장을 독점하던 전통 방산 대기업들과 거리가 멀다. 실리콘밸리식 정보기술(IT) 역량과 벤처 자본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신생 방산기업들이 주도권을 잡았다. 이들은 민간 자본을 동원해 무기 대량 생산 공장을 확장하는 신종 공식을 방산에 적용하고 있다.
안두릴은 미시시피 공장에서 고체 로켓 모터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국방생산법(DPA) 타이틀 III 자금과 자사 투자금을 합쳐 수천만 달러를 투입하는 등 민간 자본 중심의 생산라인 확장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미 의회는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이 사업에 최대 5년 생산 계약 권한을 부여했다. 미 국방부는 오는 2027 회계연도 법안에서 이를 7년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장기적이면서 안정적인 수요 신호를 보장해 민간 투자를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다.
미 국방부의 신생 생태계 육성은 공군의 공대지 미사일 사업인 FAMM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군은 지상과 해상 컨테이너에서 운용하는 저가 순항미사일 사업인 '저가 컨테이너화 미사일(LCCM)'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수송기에서 팔레트 형태로 미사일을 무더기 투하하는 플랫폼인 '드래곤 카트'까지 더해 공중과 지상을 아우르는 촘촘한 저가 유도탄 생태계를 동시다발로 구축하는 모양새다.
발당 수십억 원에서 1억 원대로… 생산 기간 2년 벽 허문다
미 공군이 획득 패러다임을 바꾼 배경에는 치열한 실전에서 겪은 심각한 무기 고갈 우려와 느린 조달 속도가 있다. 미군의 기존 핵심 정밀 유도무기인 합동공대지장거리미사일(JASSM-ER)은 한 발에 최대 260만 달러(약 38억 5100만 원)에 이른다. 고가일 뿐 아니라 주문 후 실제 인도까지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긴 제작 기간이 약점으로 지목됐다.
저가 미사일을 대량으로 쏟아부어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핵심 무기 재고를 보존하는 전술이 가시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저가 순항미사일과 고체 로켓 모터 등 공급망 전반에 걸쳐 이미 수십억에서 수백억 달러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치한 상황이다.
한국 방산에 미칠 영향과 과제… "서방 가격 구조 재편 대비해야"
FAMM 미사일이 한국의 대표 유도무기 수출 품목인 장거리 공대지·대함 미사일이나 지대지 전술탄을 즉각 대체하는 동일 성능의 무기는 아니다. 그러나 비싸고 정교한 소량 유도탄 중심이던 서방 시장의 가격과 무기 획득 구조 자체를 미국이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현재 한국산 장거리 공대지·대함 미사일은 서방 제품보다 저렴하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해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미국이 FAMM과 LCCM 같은 초저가 재고탄을 국제 표준 옵션으로 대량 공급하기 시작하면 시장이 체감하는 싸다는 기준 자체가 완전히 바뀐다. 한국의 가성비 우위가 상대적으로 퇴색할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한국 방산업계와 정부는 미국 시장의 구조 변화를 가늠할 핵심 지표들을 면밀히 추적하고 선제적인 대응책을 구상해야 한다. 미군의 FAMM 연도별 예산과 수량 추이를 점검해 이 사업이 일시적 실험에 그치는지 혹은 상시 운용탄 재고로 완전히 안착하는지 수요를 확인해야 한다.
미국 신생 방산기업들로 유입되는 민간 자본 규모를 모니터링해 방산 생산 체계의 민간 전환 속도를 읽어내는 작업도 필수다. 고체 로켓 모터 제조에서 3D 프린팅 등 디지털 제조 혁신 기술이 상용화되는 속도를 파악해 한국 기업의 원가 경쟁력 방어선을 재설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한국내 방산 제조 환경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은 기존 유도무기 생산 라인의 자동화와 모듈화 수준을 냉정히 진단해야 한다. 수송기 투하형 컨테이너 무기 체계 등 새로운 운용 개념에 맞춘 신무기 개발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선, 자동차, 배터리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대량 생산 노하우를 지닌 한국의 제조 플랫폼 기업들과 IT 스타트업의 역량을 방산에 접목하는 크로스오버 전략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무기 생산 공정의 원가 파괴에 나서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