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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자금, 美 국채 대신 주식으로…달러 안전판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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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자금, 美 국채 대신 주식으로…달러 안전판 약화 우려

미 주식 순유입 6000억달러 넘어…국채·기관채의 2배
AI·블록체인이 자금 견인…증시 조정 때 동반 약세 가능성
미국 국채에 대한 해외 수요가 약해지는 반면 AI 열풍을 타고 미국 주식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몰리면서 달러의 안전자산 역할이 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국채에 대한 해외 수요가 약해지는 반면 AI 열풍을 타고 미국 주식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몰리면서 달러의 안전자산 역할이 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챗GPT
달러 가치가 지난 1년간 큰 폭의 하락 없이 유지됐지만 미국으로 들어오는 해외자금의 성격이 달라지면서 달러가 과거보다 위험자산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국인 자금이 미국 국채 대신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을 비롯한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시장이 하락할 때 달러 가치도 함께 떨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말리카 사치데바 도이체방크 리서치 외환 테마 책임자의 기고문을 통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해외자금의 구조적 변화가 장기적으로 달러의 역할을 바꿀 수 있다고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미 주식 유입 6000억달러 넘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집계하는 주요 통화 대비 달러지수는 지난 1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지정학적 갈등이 이어졌지만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수년 만의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달러 가치가 안정된 표면 아래에서는 해외자금의 투자처가 미국 국채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미국 주식시장에 들어온 순자금은 6000억달러(약 887조9400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 국채와 정부기관채에 유입된 자금의 두 배에 달했다.

미국 주식 순유입액이 채권 순유입액을 웃돈 격차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사치데바는 미국 정부의 재정 상태가 약화하는 것과 달리 기업의 수익성은 개선된 점이 자금 흐름의 변화를 촉진했다고 분석했다. AI가 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반면 정부에는 부의 재분배를 요구하는 압력이 커지면서 정부와 기업의 재무 상태가 더욱 엇갈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점도 해외자금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의 서학개미와 일본 가계 등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블록체인과 자산 토큰화 등 금융기술의 발전도 미국 자본시장에 투자하기 위한 장벽을 낮추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이용자에게 달러 결제망을 확대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자산의 결제수단으로 활용되면 24시간 거래와 빠른 결제가 가능해져 미국 금융시장으로 자금이 더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치데바는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이 국채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는 힘은 약해지고 있지만 기술적 우위가 주식 투자자금을 유치하면서 이를 일부 대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달러, 증시 하락에 더 취약해질 수도


해외자금이 미국 국채보다 주식시장에 의존하는 구조로 바뀌면 달러의 안전자산 성격도 약해질 수 있다.

미국 국채 수요는 역사적으로 경기와 증시 흐름에 반대로 움직였다.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면서 달러 가치가 오르거나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금이 경기 변화에 민감한 주식과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바뀌면 달러도 증시 하락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달러 가치가 AI 산업의 성과에 더 많이 좌우되고 증시 조정기에는 주가와 함께 하락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채의 빈자리를 주식 투자자금이 메우는 흐름은 달러에 필요한 해외자금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자금의 안정성은 이전보다 낮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일본 자금 회귀·아시아 통화도 변수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에 투자한 자금을 자국으로 다시 가져갈 가능성도 달러의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사치데바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정부가 투자 주도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국내로 자금이 돌아오도록 유도하기 위해 공적연금의 목표 자산 비중과 개인투자자 대상 세제 혜택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공적연금과 개인투자자 모두 미국 주식시장에서 활발하게 투자해왔다.

아시아 주요 통화가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도 달러 강세를 제약할 수 있다.

도이체방크의 환율 평가모형에서 가장 저평가된 10개 통화 가운데 6개가 아시아 통화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 등 주요 산업국의 통화가 포함됐다.

이들 국가가 자국 통화의 추가 약세를 더는 용인하지 않을 경우 달러 강세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 대응이 확대될 수 있다.

중국이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는 점도 장기적인 변수다. 중국은 해외에서 위안화를 더 쉽게 빌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며 국제 결제와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치데바는 미국이 기술 혁신을 통해 달러 자산으로 들어오는 자금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중국은 위안화의 해외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 같은 자금 유치 경쟁이 장기적인 통화시장 경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