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안보 위협 경고에 빅테크 연합 반발, 저작권 이중 기준 논란도 확산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인공지능 기업들의 빠른 기술 추격으로 미국 정치권과 기술 업계 사이에서 지식 증류 기술을 둘러싼 안보 논쟁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CNBC는 7월 25일(현지시각) 중국 스타트업 문샷 AI가 공개한 오픈웨이트 모델 키미 K3가 미국 최첨단 기술을 위협하면서 지식 증류 기법이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D.C.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기술 효율화 도구에서 국가 안보 위협으로 떠오른 지식 증류
구글의 인공지능 총괄 제프 딘은 2026년 2월 팟캐스트에서 대형 프론티어 모델의 출력값을 활용해 소형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지식 증류 기법을 설명했다. 지식 증류는 거대한 단일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 성능을 개선할 수 있어 업계 전반에서 널리 활용되는 기술이다.
인공지능 보안 기업 시큐리티팔의 푸카르 하말 대표는 지식 증류 행위를 타인이 고생해서 마친 숙제 결과를 그대로 복사하는 일에 비유했다.
빅테크 연합의 규제 반대와 오픈소스 시장 옹호
미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맞서 기술 대기업들은 이례적인 공동 대응에 나섰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팔란티어를 포함한 20여 개 주요 기술 기업은 지난 24일 정책 입안자들에게 성급한 오픈웨이트 모델 규제를 자제해 달라는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 기업은 성급한 통제가 시장 경쟁을 가로막고 인공지능 혁신 동력을 해외로 내몰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빅테크 연합은 지식 증류가 모델 향상과 검증을 위해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표준 기술임을 명확히 했다. 엔비디아는 라마 네모트론 모델군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지식 증류 기술을 정당하게 적용했다는 사실을 연구 논문으로 증명했다.
정보기술 연구기관 인포테크의 샤시 벨람콘다 디렉터 역시 대형 모델의 결과물로 가성비 높은 소형 모델을 훈련하는 방식이 매우 가치 있는 정당한 기법이라고 강조했다. 서한에 서명한 박스의 에론 레비 최고경영자는 미국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출처와 상관없이 가장 우수한 기술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 위협 경고와 인공지능 저작권 논란의 이면
기술 유출의 피해를 주장하는 앤스로픽과 오픈AI의 태도는 매우 단호하다. 앤스로픽은 2026년 2월 공식 발표에서 중국의 딥시크와 문샷, 미니맥스가 가짜 계정 2만 4000개를 만들어 1600만 건의 대화를 무단 추출했다고 고발했다.
기업 가치가 1조 달러(약 1463조 원)에 육박하는 앤스로픽은 무단 지식 증류를 방치할 경우 바이오 무기 개발이나 악의적인 사이버 공격 같은 심각한 국가안보 리스크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은 서비스 이용약관을 통해 타사 모델 학습 목적의 데이터 활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많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산 오픈웨이트 모델 도입을 검토한다.
시큐리티팔의 하말 대표는 안전성 검사만 완료된다면 비용 효율이 높은 키미 K3 같은 모델을 자사 인프라에 도입해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와 빅테크 기업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하는 법적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도서 저자들의 저작권 소송을 대리하는 맥스 프리트 변호사는 미국 정부가 기술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에는 적극적이면서 개인 창작자의 저작권이 무단 활용된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I 인프라 투자와 메모리 반도체 시장 파급력
최근 중국 AI 기업들의 지식 증류(Distillation) 활용 논란은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비용 효율화의 단초가 되는 동시에 글로벌 AI 생태계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옴디아(Omdia)와 트렌드포스(TrendForce)의 2026년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들의 AI 자본지출(CAPEX)은 여전히 사상 최대치(상위 9개 CSP 합산 약 8300억 달러 추정)를 기록 중이다. 지식 증류 기술이 고성능 소형 모델(SLM)의 폭발적 증가를 이끌며 트레이닝 중심이던 AI 투자를 온디바이스 및 실시간 추론(Inference) 서비스 영역으로 급격히 다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안긴다. 지식 증류로 가성비 높은 추론형 AI 서버 배치가 늘어나면 초고성능 HBM(고대역폭 메모리)뿐만 아니라 고용량 서버용 DRAM과 엔터프라이즈 NAND 플래시 전반으로 수요 저변이 크게 확대된다.
반면, 지식 증류 기술을 무기로 한 중국산 오픈웨이트 모델의 범용화는 선두 AI 기업들의 거대 모델 전용 하드웨어 독점력을 약화시키고 메모리 가격 변동성을 키울 리스크도 존재한다.
한국 투자자들은 HBM 단일 품목의 매출 집중도에서 벗어나, 추론 시장 확대에 맞춘 고성능 eSSD 및 LPDDR5X 등 차세대 메모리 밸류체인의 수혜 여부를 다각도로 검증해야 한다. 단기적 기술 도용 논란에도 불구하고 AI 인프라의 확산이라는 거대한 대세는 불변하며, 추론 중심의 메모리 수요 다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기업만이 2026년 이후 AI 반도체 2차 상승장의 주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