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급 원수로 A1B 탑재 전격재편…조선소·부품 삼각병목 노출
원자로·우라늄 자원 전함에 쏠려…호주·영국 원잠 공급차질 우려
원자로·우라늄 자원 전함에 쏠려…호주·영국 원잠 공급차질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미 해군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해양 안보 프로젝트인 '트럼프급(Trump-class)' 유도미사일 전함(네임쉽 USS 디파이언트)의 추진 방식을 원자력(Nuclear Propulsion)으로 확정했다. 초기 구상이었던 재래식 가스터빈 통합전기추진 방식에서 벗어나 원자력 전함(BBGN) 체계로의 전환이 공식화되면서, 미국 내 항공모함 건조 일정뿐만 아니라 미·영·호 삼각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의 차세대 원자력 추진 잠수함 공급망 전체에 거대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무제한 항속거리와 에너지 무기 탑재…원자력 전함(BBGN)의 작전적 당위성
7월 29일(현지 시각) 네이비 룩아웃에 따르면 지난 2025년 말 'BBG(X)'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 미 해군의 초안은 가스터빈과 디젤 발전기를 사용하는 재래식 통합 전기 추진 방식이었다. 그러나 2027 회계연도(FY2027) 30개년 함정 건조 계획을 통해 미 해군은 이 함정을 원자력 전함(BBGN)으로 재지정하고,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에 탑재된 A1B 원자로를 적용할 것이라고 미 의회에 공식 보고했다.
새롭게 재편된 트럼프급 유도미사일 전함(BBGN)의 제원과 전술적 가치는 압도적이다. 추진 체계는 포드급 항공모함과 동일한 A1B 원수로 2기를 탑재하며, 무장으로는 Mk 41 수직발사대(VLS) 128셀에서 최대 200셀, 재래식 Prompt Global Strike(CPS) 극초음속 미사일 12셀, 그리고 핵탄두 탑재형 SLCM-N 순항미사일을 아우른다. 차세대 에너지 무장으로는 32메가줄(MJ) 전자기 레일건과 고출력 지향성에너지 무기(레이저)를 집약시켰다. 이는 1990년대 버지니아급 순양함(CGN-41) 퇴역 이후 미 해군이 손에 쥐는 최초의 원자력 수상 전투함이라는 독보적인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또한 인도-태평양의 광활한 수역을 기동할 때 가스터빈 함정이 지니는 보급함 의존도(연료 제약)를 완벽히 제거할 수 있다.
"원자로도, 조선소도 부족하다"
문제는 원자력 기술 그 자체보다 미국 방위 산업의 극심한 공급망 정체(Chokepoint)에 있다. 미 해양 원자력 기지의 공급망 구조를 들여다보면 삼각 병목 현상이 극명히 노출된다. 미국 내에서 수상 원자력함을 건조할 수 있는 시설은 HII 헌팅턴 잉걸스 뉴포트 뉴스 단 한 곳뿐이나, 포드급 항모 사업 지연으로 이미 부하가 가중되어 있다. 잠수함을 전담하는 제너럴 다이내믹스 엘렉트릭 보트(GD Electric Boat)는 콜롬비아급 전략원잠(SSBN)과 버지니아급 공격원잠(SSN) 가동에 전력을 다하고 있어 여력이 없다. 가장 심각한 원수로 공급사인 BWX 테크놀로지스(BWX Technologies)는 항모 2기 및 각급 잠수함 원자로를 동시 생산하느라 이미 과부하 상태다.
원자로는 건조 착수 2~3년 전에 선발주되어야 하므로, 신규 원자력 전함(BBGN) 프로그램의 추가 발주는 숙련된 원자력 인력, 도크 자원, 원수로 부품을 두고 기존 항모 및 잠수함 사업과 직접적인 확전 경쟁을 벌이게 만든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HASC)가 포드급 항모와 기존 핵 잠수함 건조에 차질을 주지 않을 대책을 보고하라며 미 해군에 강력히 요구하고 나선 이유다.
오커스 안보 동맹과 영국·호주 잠수함 사업으로의 파장
우선 버지니아급 원잠의 건조 속도가 이미 목표치에 미달하는 상황에서 원자로 부품과 원자력 인력이 트럼프급 전함으로 분산될 경우 호주로의 버지니아급 양도 시기와 건조 스케줄이 밀릴 위험이 크다. 영국의 경우 원자로 자체는 롤스로이스(Rolls-Royce Submarines)가 독자 생산하므로 직접적 생산 충격은 적으나, 차세대 PWR3 원자로는 미 해군의 S9G 원자로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어 기술 지원 병목에 노출된다.
더 큰 문제는 원자로 연료인 고농축 우라늄(HEU)이다. 영국은 지난 1962년 자체 무기급 우라늄 농축을 중단한 이후 기존 재고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 의존해 왔다. 영국이 계획 중인 드레드노트급 SSBN 4척과 SSN-AUKUS 12척, 그리고 호주용 SSN-AUKUS 8척에 들어갈 무기급 농축 우라늄 공급망이 미국 내 원자력 전함 사업 진입으로 인해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영국 정부가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17억 파운드 규모의 국가 원자력 연료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으나, 자체 농축 시설 재구축에는 최소 15~20년이 소요된다.
정치적 위험 요소와 '355척 함대'라는 현실적 벽
정치적·재정적 불확실성도 거세다. 전함 1척당 건조 비용은 포드급 항공모함을 상회하는 170억~180억 달러(약 24조 5400억 원~25조 9800억 원 / 환율 1달러=1,443.60원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 해군성 장관 존 펠란(John Phelan)과 대릴 코드레이(Daryl Caudle) 해군참모총장은 원자력 추진 선택이 함정의 건조 기간을 늘려 적시 전력화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피력한 바 있다. 미 해군이 오는 2040 회계연도까지 355척 함대 목표를 달성하기조차 가파른 상황에서, 총 15척의 원자력 전함을 건조하겠다는 구상은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의회 일각에서는 트럼프 재임 기간이 끝날 경우 이 초대형 원자력 전함 사업이 백지화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의회는 현실적 대안으로 재래식 추진 기반의 차세대 구축함 DDG(X) 프로젝트의 병행 추진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해양 제해권을 장악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과감한 원자력 전함 카드가 미국 방산 인프라의 한계와 맞물리며, 서방 미·영·호 삼각 안보 동맹의 방산 생태계 전체를 거대한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