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달러 대비 약 8% 상승…SK하이닉스 ADR 자금·기술주 매도 완화·한국은행 금리 인상 겹쳐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국내 투자 확대에 따른 해외 달러 수익의 환류, 국내외 기술주 조정에 따른 자금 유출 완화, 한국은행의 통화 긴축 전환이 원화 가치의 급반등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원화가 지난 한 달 동안 미국 달러 대비 약 8% 올라 콜롬비아 페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아시아 약체에서 세계 2위로
원화는 올해 상반기 수개월 동안 수십 년 만의 낮은 가치에서 거래됐다. 한때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당시 원화는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충격에 노출된 필리핀 페소, 인도 루피, 인도네시아 루피아를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가장 부진한 통화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했는데도 원화 약세가 이어지자 정책당국과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원인을 놓고 고심했다.
그러나 7월 들어 반도체 기업의 해외 자금이 국내로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금융시장 자금 흐름이 달라지면서 원화의 방향도 급격히 바뀌었다.
FT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국내 투자계획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 수익의 장기적인 국내 환류를 촉진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원화 강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6월 국내에 AI 기반시설과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1조달러(약 1446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아바스 케슈바니 RBC캐피털마켓 아시아 거시전략 총괄은 “두 회사의 투자계획은 한국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2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규모 국내 투자가 “매우 오랜 기간에 걸친 달러 매도를 의미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해외에 보유한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 투자비로 사용하면서 외환시장의 원화 수요가 장기간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는 7월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265억달러(약 38조3000억원)를 조달했다. 조달 자금의 대부분은 국내 투자에 사용될 예정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현물환과 선물환시장을 통해 하루 약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추산했다.
FT는 이러한 자금 유입이 일시적인 성격도 있지만 단기적으로 원화 수요를 추가로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코스피 급락이 원화 매도 압력 낮춰
원화는 7월 코스피가 약 25% 하락했는데도 강세를 나타냈다.
AI 투자 호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적으로 반도체주 매도세가 나타났고 국내 증시도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미툴 코테차 바클레이즈 아시아 외환·신흥시장 거시전략 책임자는 “주가 급락이 외국인의 한국 주식과 원화 매도를 완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기준지수와 비교해 한국 주식을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게 됐다. 이에 따라 차익을 실현하고 한국 주식 비중을 줄이기 위한 매도가 이어졌다.
위재현 교보증권 선임연구원은 외국인이 여전히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지만 매도 강도는 6월보다 크게 낮아졌다고 밝혔다.
미국 기술주 하락도 원화에 우호적인 자금 흐름을 만들었다.
한국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마이크론, 스페이스X 등 미국 기술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왔다. 미국 기술주가 조정을 받으면서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매수와 이에 필요한 달러 수요도 줄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훌리오 칼레가리 JP모건 아시아 채권 최고투자책임자는 “경제 기초여건뿐 아니라 자금 흐름도 원화 반등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 금리 인상이 반등 뒷받침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전환도 원화 강세를 강화했다.
한국은행은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2.75%로 조정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것은 3년여 만에 처음이다.
금리가 오르면 원화 자산의 수익률이 해외 자산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져 외국 자금 유입과 원화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다나 아피오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기업과 가계의 해외 자금을 국내로 더 많이 들여오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전보다 조직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의 긴축적 태도는 예상보다 강한 경제지표를 배경으로 한다. 한국 경제는 2분기 3.7% 성장했으며 6월 물가상승률은 3.2%로 높아졌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9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치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물가를 통제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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