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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석유 특수…정유사·원유ETF 동반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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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석유 특수…정유사·원유ETF 동반 급등

엑손모빌 순익 2배·셰브런 5배 가까이 증가…종전 기대에 유가는 고점서 빠르게 후퇴

엑손모빌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엑손모빌 로고.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휘발유·경유 가격이 오르면서 미국 석유기업과 원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큰 폭의 실적 개선과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엑손모빌의 분기 순이익은 1년 전의 두 배로 늘었고 셰브런과 정유업체 발레로에너지의 이익도 약 5배로 증가했다.

원유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일부 미국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80% 안팎에 달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종전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에 고점에서 빠르게 내려오면서 전쟁 특수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엑손모빌 순이익 21조원으로 두 배

2일(이하 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엑손모빌과 셰브런은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크게 개선된 2분기 실적을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엑손모빌의 2분기 순이익은 145억달러(약 21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셰브런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00% 가까이 증가했다. 증가율이 400%라는 것은 순이익 규모가 1년 전의 약 5배가 됐다는 뜻이다. 셰브런의 정유부문 이익은 500% 증가했다. 직접 원유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유를 휘발유과 경유 등 석유제품으로 가공하는 과정에서도 큰 수익을 올린 것이다.

정유업체 발레로에너지의 분기 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400% 넘게 늘었다. 발레로는 세계 정유시설의 처리 능력이 수요보다 하루 약 500만배럴 부족한 상태라고 추산했다. 세계 원유 재고도 필요한 수준보다 1억배럴 이상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원유와 석유제품을 원하는 양만큼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오르면서 정유사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 오르면 정유사 이익도 늘어난 이유

석유기업의 수익은 원유 생산량뿐 아니라 원유와 석유제품의 판매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엑손모빌과 셰브런처럼 원유 생산과 정제를 함께 하는 기업은 국제유가가 오르면 생산한 원유를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정유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휘발유와 경유의 판매가격이 원유 가격보다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정유사는 원유를 사들인 가격과 휘발유·경유 등을 판매한 가격의 차이에서 수익을 낸다. 이 차이를 정제마진이라고 부른다.

이란 전쟁으로 원유 수송과 정유시설 가동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석유제품 공급이 부족해지자 정제마진이 커졌다. 셰브런과 발레로의 정유부문 이익이 원유 생산기업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난 배경이다.

◇2분기 미국 유가 평균 27% 상승

CNBC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4∼6월 평균 배럴당 92달러(약 13만3000원)를 웃돌았다. 지난 1분기보다 27% 높은 수준이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운송이 제한되면서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가 아시아와 유럽 등으로 이동하는 핵심 수송로다. 해협이 막히거나 선박 통행이 제한되면 산유국이 원유를 생산하더라도 해외 시장으로 내보내기 어려워진다.

원유 공급이 실제로 감소할 가능성뿐 아니라 앞으로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선물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120달러에서 72달러까지 급등락

국제유가는 올해 이란 전쟁 상황에 따라 큰 폭으로 움직였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원유 가격은 3월 초 이후 배럴당 120달러(약 17만4000원)에 가까운 수준까지 올랐다가 한때 72달러(약 10만4000원)까지 떨어졌다.

전쟁 확대와 원유시설 공격 소식이 나오면 유가가 급등하고 협상이나 휴전 가능성이 제기되면 곧바로 하락하는 흐름이 반복됐다.

지난달 31일 미국 원유 가격은 배럴당 85달러(약 12만3000원) 아래로 내려왔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약 13만원) 안팎에서 거래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에 종전 합의의 윤곽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을 언급하자 국제유가는 일주일 동안 5% 넘게 하락했다.

석유기업은 2분기 고유가로 사상급 실적을 냈지만 시장에서는 전쟁 프리미엄이 이미 약해지기 시작한 셈이다.

◇원유 ETF 수익률 80% 안팎

CNBC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원유와 에너지기업에 투자하는 미국 ETF도 큰 폭으로 올랐다.

ETF는 여러 주식이나 원자재 선물 등을 한 상품에 담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금융상품이다. 미국 원유펀드(USO)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87%에 달했다.

브렌트유 가격을 추종하는 미국 브렌트유펀드(BNO)는 78.1%, 인베스코 DB 오일펀드(DBO)는 76% 올랐다.

정유기업에 투자하는 반에크 정유업체 ETF(CRAK)는 44.6% 상승했다.

엑손모빌과 셰브런 등 미국 대형 에너지기업을 담은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ETF(XLE)의 상승률도 30%를 넘었다.

원유 선물 ETF는 석유기업 주식이 아니라 앞으로 특정 시점에 원유를 사고팔기로 한 선물계약에 투자한다.

이 때문에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 관련 기업의 주가보다 더 빠르게 오를 수 있지만 유가가 내려가면 하락폭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원유 선물 ETF 변동성 더 높아

미국 투자분석업체 CFRA에 따르면 원유 선물 ETF인 DBO의 최근 1년 가격 변동성은 38.6%였다.

대형 에너지기업 주식을 담은 XLE의 변동성은 21.1%였다. DBO가 XLE보다 가격이 오르내리는 폭이 약 두 배 가까이 컸다는 의미다.

석유기업 주가는 유가뿐 아니라 생산비와 정유사업, 천연가스 판매, 배당정책 등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반면 원유 선물 ETF는 국제유가의 단기 움직임을 상대적으로 직접 반영한다.

전쟁과 협상 관련 소식에 유가가 하루에도 크게 움직이면서 원유 선물 ETF의 가격 변동도 확대됐다.

ETF닷컴은 지정학적 사건을 근거로 원유 가격의 단기 방향을 예상하는 거래는 기업의 장기적인 실적을 분석하는 투자와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전쟁 시작 전부터 에너지 자금 유입

에너지 관련 금융상품의 상승세가 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에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ETF닷컴은 2024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뒤부터 미국 에너지 관련 주식과 ETF에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먼저 가격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후 이란 전쟁이 발발하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상품의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에너지기업의 생산 확대 기대와 전쟁에 따른 공급 부족이 연이어 가격을 끌어올린 셈이다.

그러나 전쟁 이전부터 가격이 오른 만큼 종전이나 원유 공급 정상화가 현실화되면 상승분 일부가 빠르게 되돌려질 가능성도 있다.

◇종전되면 실적과 유가 방향 달라질 수도

미국 투자정보업체 모닝스타는 지정학적 사건에 따른 원유시장의 방향을 장기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전쟁이 확대되면 공급 차질 우려로 유가가 다시 오를 수 있지만 협상이 진전되거나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면 가격이 빠르게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CFRA는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장기간 이어지기보다 단기적인 반응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CFRA가 제시한 WTI 전망치는 배럴당 60달러(약 8만7000원) 수준이다. 이는 7월31일 가격보다 약 30% 낮고 올해 고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다만 이같은 전망은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개선된다는 전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쟁이 다시 격화하거나 원유 수송 차질이 심해지면 실제 유가는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전쟁 특수와 장기 에너지 수요는 별개

CNBC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단기 유가 상승과 장기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전쟁 특수는 휴전이나 수송로 정상화에 따라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반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는 천연가스와 원자력발전 등 다른 에너지원의 장기 수요를 키울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가동하고 냉각하기 위해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만으로는 날씨에 관계없이 전력을 계속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천연가스 발전과 원전이 보완 수단으로 거론된다.

CNBC가 인용한 전문가들은 전쟁 뉴스에 따라 움직이는 원유 가격과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처럼 여러 해에 걸쳐 나타나는 에너지 수요를 같은 흐름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분석했다.

이란 전쟁은 미국 석유기업과 정유업체에 막대한 단기 이익을 안겼다.

그러나 유가가 이미 종전 기대에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2분기의 석유 특수가 하반기에도 같은 규모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해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