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분석서 지역 60% 야간조도 비정상 감소…방글라데시 70% 넘어
동남아 에너지 수입액 229조원 전망…ADB 성장률 4.9%로 하향
동남아 에너지 수입액 229조원 전망…ADB 성장률 4.9%로 하향
이미지 확대보기경제적 충격이 위성사진에서 포착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확산한 가운데 농촌과 영세 사업자 등 취약계층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경제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란전쟁 발발 이후 아시아 지역 육지 면적의 약 60%에서 야간조도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야간조도는 밤에 위성에서 관측되는 인공조명의 밝기를 뜻한다. 경제적 충격을 직접 측정하는 지표는 아니지만 전력 소비와 상업 활동의 변화를 파악하는 보조 자료로 활용된다.
불빛 감소는 수도와 주요 산업도시보다 농촌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기반시설이 취약하고 연료비 상승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지방 가구와 영세 사업자들이 전력 소비와 경제활동을 먼저 줄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에너지 물량의 80% 이상이 아시아 시장으로 향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해방의 날’ 관세로 이미 타격을 받은 아시아의 수출 의존형 취약국에 에너지 충격까지 겹친 셈이다.
◇ 연료비 급등에 직원 해고하고 전기레인지 대신 숯불
블룸버그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는 지난 2월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휘발유 가격이 40% 넘게 올랐다. 휴전 이후 가격이 다소 낮아졌지만 운송비와 사업 운영비는 여전히 가계와 소상공인을 압박하고 있다.
캄보디아 농촌 지역에서 식당에 얼음을 납품하는 45세 자영업자 다라는 연료비가 급등하고 주문이 줄자 직원 5명 가운데 2명을 해고했다. 자녀의 영어 수업도 중단하고 전기레인지 대신 숯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루 얼음 판매량은 50포대에서 20포대로 감소했다. 주택과 사업을 담보로 받은 2만달러(약 2860만원)의 은행 대출까지 안고 있어 에너지 위기가 다시 악화하면 집과 사업체를 모두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도 충격을 받고 있다.
필리핀 말라파스쿠아섬에서 다이빙 리조트를 운영하는 맷 리드는 전기를 디젤 발전기로 생산하는 가운데 연료비가 두 배로 뛰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예약은 약 25% 감소해 추가요금을 올리고 비용 절감을 검토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국내 주유소의 연료 가격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최장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 방글라데시 국토 70% 불빛 감소…공장 가동도 차질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국가별 연료 수입 의존도와 소득 수준을 바탕으로 유가 충격에 가장 취약한 아시아 경제를 선별한 뒤 전쟁 전후의 야간조도 변화를 계절적 요인을 제거해 비교했다.
방글라데시의 피해가 가장 컸다. 지난 5월 기준 방글라데시 국토의 70%가 넘는 지역에서 야간조도가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미얀마, 파키스탄, 중국, 인도, 캄보디아에서도 광범위한 불빛 감소가 나타났다. 일부 국가에서는 휴전이 이뤄진 6월 들어 상황이 다소 완화됐다.
위성사진에서 나타난 변화는 연료비 상승으로 관광, 운송, 에너지 집약적 산업 활동이 줄어든 현상과 대체로 일치했다. 특히 기반시설이 취약하고 가계의 비용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대도시 외곽과 농촌에서 충격이 컸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전쟁으로 늘어난 에너지 수입 비용만 약 25억달러(약 3조5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국제 기준가격의 약 세 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현물 LNG를 구매해야 했다.
산업도시에서는 새 공장 건설이 중단되고 기존 공장의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기업들은 사무실 조명 사용을 줄였고 쇼핑몰과 식당은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도록 요구받고 있다.
방글라데시 전역의 전력 부족 규모는 300MW에 달한다. 특히 농촌에서는 정전이 하루 수 시간씩 이어지는 지역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동남아 에너지 수입액 229조원…성장률 전망 하향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개발도상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1%에서 4.9%로 낮췄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4.3%로 높였다.
원자재 공급망이 정상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국제유가가 2027년까지 전쟁 이전 수준을 크게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전쟁 이전보다 높은 가격으로 연료를 수입하면서 올해 역내 에너지 수입액이 지난해의 약 두 배인 1600억달러(약 228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마테오 란차파메 ADB 거시경제연구부문 책임자는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에너지 수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세계 원유 공급에서 사라진 물량을 고려하면 역사상 가장 큰 수준의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각국 정부는 세금 인하, 보조금 지급, 에너지 절약 조치로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데 나섰다. 베트남은 항공편을 감축했고 중국과 태국은 정제연료 수출을 제한했다. 필리핀은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 러시아·중국으로 공급선 다변화
에너지 확보 경쟁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외교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6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너지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도 연료 공급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중국의 지원을 받는 약 10억달러(약 1조4300억원) 규모의 수력발전 사업을 최근 착공했다. 라오스도 중국과의 전력망 연계를 확대하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가 전쟁으로 오른 연료 가격을 정부가 흡수하는 과정에서 재정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아시아 일부 지역에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와 비슷한 경제적 상처가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계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채를 늘리고 기업들이 직원을 해고하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하면 경제가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란차파메 책임자는 “이번 충격이 단순한 경기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 경제의 잠재 생산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