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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타델, AI 폭락장 역이용해 7월 수익률 6%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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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타델, AI 폭락장 역이용해 7월 수익률 6% 기록

시추에이셔널 주식 포트폴리오 10% 할인 인수
웰링턴 펀드 연초 이후 12% 상승…AI주 투매도 진정
켄 그리핀 시타델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켄 그리핀 시타델 CEO. 사진=로이터

켄 그리핀이 이끄는 미국 헤지펀드 시타델이 인공지능(AI) 관련주 급락으로 궁지에 몰린 경쟁사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할인된 가격에 인수하며 7월 한 달간 약 6%의 수익률을 올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타델의 대표 펀드인 웰링턴 펀드가 지난달 5.9% 상승했다고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웰링턴 펀드의 올해 누적 수익률은 12%로 높아졌다.

시타델은 710억달러(약 101조8000억원) 이상을 운용하는 대형 헤지펀드다. 웰링턴 펀드는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 여러 자산에 투자하는 시타델의 대표적인 멀티전략 펀드다.

이번 수익의 상당 부분은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설립한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A)로부터 수십억달러 규모의 AI 관련 주식을 인수한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SA는 올해 상반기 AI 기업에 대한 고강도 레버리지 투자로 4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7월 들어 주요 AI 관련주가 급락하면서 보유 자산을 서둘러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시타델은 SA가 내놓은 주식 포트폴리오를 약 10% 할인된 가격에 인수했다. 시장 급락과 강제 매도 압박으로 가격이 떨어진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관련 종목이 반등하면서 단기간에 큰 수익을 거둔 것이다.

◇ 7월 24일까지 제자리였던 웰링턴


시타델도 7월 초부터 순조롭게 수익을 낸 것은 아니었다.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주식시장의 매도세가 확산하면서 웰링턴 펀드는 지난달 24일까지 월간 수익률이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시타델이 SA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인수하기 전 사흘 동안에는 관련 종목의 주가가 더 떨어졌다.
올해 초 급등했던 AI 관련주들이 7월 들어 급격한 조정을 받으면서 비슷한 종목을 보유한 헤지펀드들도 손실을 입었다.

SA의 주요 투자 대상 가운데 하나였던 SK하이닉스 주가는 6월 고점에서 거의 50%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도 SA의 포트폴리오 매각을 앞두고 한때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상반기까지 SA의 높은 수익률을 만들어낸 레버리지 전략은 주가가 하락하자 손실을 빠르게 증폭시켰다. 결국 SA는 상장 주식 포지션 대부분을 시타델에 넘겼다.

매각 절차는 24시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긴박하게 진행됐다.

시타델은 글로벌 트레이딩업체 제인 스트리트, 대형 멀티매니저 헤지펀드 밀레니엄과 SA의 주식 포트폴리오 인수를 놓고 경쟁했다. 시타델은 약 10% 할인된 가격을 제시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 강제 매도 멈추자 AI주 반등


FT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시타델의 인수가 AI 관련주 전반의 추가 급락을 막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SA가 손실과 차입금 상환 압박으로 보유 주식을 계속 시장에 내놓으면서 AI 관련주의 하락 폭이 더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매도 물량이 시타델로 일괄 이전되자 시장에 주식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완화됐다. SA의 주요 투자 종목이었던 블룸에너지, 샌디스크 등은 매각 다음 날 반등했다.

샌디스크 주가는 지난달 29일 이후 약 30% 상승했다.

SA와 비슷한 종목에 투자했던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해당 주식들이 변동성은 매우 높았지만 거래량이 충분한 종목들이었다며 시타델이 이번 거래로 큰 수익을 올렸다고 평가했다.

시타델은 AI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새롭게 판단해 투자했다기보다, 강제 매각으로 시장가격이 급격히 낮아진 순간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정상적인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대규모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것이다.

매각 이후 관련 종목이 반등하면서 할인 인수에 따른 이익과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 급락장을 수익 기회로 바꾼 그리핀


위기에 처한 기업이나 펀드의 자산을 신속하게 사들이는 것은 그리핀이 여러 차례 활용해온 전략이다.

2001년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날 그리핀은 전세기를 이용해 임직원 10여명을 미국 휴스턴으로 보냈다. 이들은 엔론의 사업과 파산 원인을 분석했고, 시타델은 이후 엔론의 주요 분석가 여러 명을 영입했다.

시타델은 2006년에도 천연가스 가격에 대한 잘못된 투자로 붕괴한 헤지펀드 아마란스 어드바이저스의 거래 포트폴리오 전체를 JP모건과 함께 인수했다.

2007년에는 시장 급락으로 무너진 소우드 캐피털매니지먼트의 신용자산 포트폴리오를 사들였다.

그리핀과 함께 근무했던 전직 시타델 직원은 위기에 빠진 경쟁사의 자산을 인수하는 것은 그리핀이 여러 차례 사용한 전형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대규모 포트폴리오를 짧은 시간 안에 분석하고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금융회사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번 SA 거래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AI 관련주가 급락하고 다른 투자자들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매도에 나설 때 시타델은 반대로 대규모 주식 포트폴리오를 인수했다. 가격 하락을 견딜 수 있는 자본과 위험관리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래였다.

◇ AI 전망보다 레버리지가 가른 성패


SA와 시타델의 엇갈린 결과는 같은 AI 관련주에 투자하더라도 자금 구조와 매입 시점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드러냈다.

SA는 AI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 동안 차입을 활용해 수익률을 극대화했다. 상반기에는 이 전략을 통해 400%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하자 차입금이 손실을 키웠고, 가격이 가장 불리한 시점에 보유 주식을 매각해야 했다.

시타델은 SA가 매도 압력을 견디지 못한 순간에 같은 자산을 할인된 가격으로 넘겨받았다. SA에는 손실을 줄이기 위한 매각이었지만 시타델에는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우량 자산을 확보할 기회가 됐다.

시타델의 인수는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SA의 강제 매도가 중단되면서 AI 관련주를 짓누르던 수급 부담이 줄었고, 일부 종목은 곧바로 큰 폭으로 반등했다.

시타델이 7월 초까지 부진했던 수익률을 단기간에 5.9%까지 끌어올린 것은 AI 산업의 방향을 새롭게 예측했다기보다 경쟁사가 버티지 못한 시장 충격을 활용한 결과였다.

AI 관련주의 급등과 급락이 반복된 7월 시장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종목 선택만이 아니었다. 가격이 불리하게 움직일 때까지 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 자본력과 급매물을 즉시 인수할 수 있는 실행력이 헤지펀드의 성과를 갈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