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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기요사키 "부자아빠와 벼락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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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기요사키 "부자아빠와 벼락거지"

기요사키 부자아빠 저자 /사진= 기요사키 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
기요사키 부자아빠 저자 /사진= 기요사키 홈페이지
1956년의 어느 날, 하와이 힐로의 한 가정집 뒷마당에서는 기묘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홉 살 소년 로버트 기요사키는 같은 반 부유층 아이들의 주말 파티에 초대받지 못하자, 깊은 박탈감을 느끼고 친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나요?" 주 교육부 고위 관료이자 뛰어난 학자였던 아버지는 "부자가 되려면 돈을 버는 법(Make money)을 배워야 한단다"라고 답했다.

어린 기요사키는 이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였다. 즉, ‘돈을 직접 만드는 것’이 부자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기요사키는 단짝 친구 마이크와 함께 온 동네를 돌며 다 쓴 치약 튜브를 수거했다. 당시 치약 튜브는 플라스틱이 아닌 납(Lead)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두 소년은 낡은 냄비에 치약 튜브를 녹인 뒤, 석고 틀에 부어 5센트짜리 니켈 주화를 직접 찍어내기 시작했다. 마당에 나온 아버지는 아연실색했다. 아버지는 "너희가 하고 있는 일은 불법 위조지폐 제조다"라며 즉각 작업을 중단시켰다.

철부지 같은 ‘가짜 동전 주조’ 사건은 훗날 기요사키의 금융관을 송두리째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아홉 살 소년이 납을 녹여 위조 동전을 찍어내던 행위와, 오늘날 중앙은행이 장부상으로 아무런 실물 담보 없이 무제한으로 통화를 발행하는 행위가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었다. 이 기막힌 에피소드는 훗날 그가 전 세계를 뒤흔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현대 금융 시스템이 조작해 낸 ‘가짜 돈(Fake Money)’의 정체를 고발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로버트 토루 기요사키(Robert Toru Kiyosaki)는 1947년 4월 8일 하와이주 힐로에서 일본계 미국인 4세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하와이에 정착해 성실함과 교육을 중시하던 전형적인 중산층이었다. 부친 랄프 기요사키(Ralph H. Kiyosaki)는 하와이주 교육감을 지낸 명망 높은 교육학 박사였고, 모친 마조리는 간호사였다. 외견상 부족함 없는 환경이었으나, 기요사키의 유년기는 물질적 결핍과 상대적 박탈감의 연속이었다.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부유한 사탕수수 농장주나 의사, 은행가 자제들과 어울렸지만, 높은 학식과 지위를 가진 그의 아버지는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기요사키는 이 친아버지를 ‘가난한 아빠(Poor Dad)’로,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으나 실전 사업을 통해 하와이 굴지의 자산가가 된 친구 마이크의 아버지를 ‘부자 아빠(Rich Dad)’로 규정했다. 두 아버지의 상반된 삶을 관찰하며 그는 학교 교육이 결코 가르쳐주지 않는 돈의 생리를 체득해 나갔다.
기요사키의 경력은 일반적인 금융 전문가의 경로와는 판이하다. 최종 학력이 미국 상선사관학교이다. 뉴욕 킹스포인트에 위치한 사관학교에서 군사 훈련과 해양 무역을 전공했다. 졸업 후 스탠더드 오일(Standard Oil)사에서 항해사로 일하며 높은 급여를 받았으나, 안주하지 않았다. 해병대에 자원입대하여 건십(Gunship) 헬리콥터 조종사로 베트남 전선에 투입되었다. 전장의 극한 상황 속에서 리더십과 냉철한 위기 대응 능력을 배웠다. 전역 후 그는 돈을 버는 데 가장 중요한 능력이 '판매 기술'임을 깨닫고 제록스사에 세일즈맨으로 입사하여 최우수 영업사원으로 기록되었다. 1977년 나일론과 벨크로를 결합한 서퍼용 지갑을 개발해 대히트를 쳤으나, 해외 복제품 난립과 경영 미숙으로 파산을 겪었다. 이후 록 밴드 머천다이징 사업을 재기시켰으나 또다시 자금난을 겪으며 실전 비즈니스의 냉혹함을 온몸으로 배웠다.그는 학교에서 배운 학문이 아닌, 파산과 재기의 반복 속에서 현금 흐름의 본질을 깨달았다.

997년 출간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Rich Dad Poor Dad)》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4,000만 부 이상 팔려나가며 금융계의 고전이 되었다. 이후 그는 《캐시플로 쿼드런트》와 부자 아빠의 투자 가이드》에 이어 2019년 《가짜(FAKE): 돈, 교사, 자산에 대한 경고》 등을 잇달아 비판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기요사키가 규정한 3가지 가짜는 명확하다. 그 첫째가 가짜 돈 (Fake Money)이다. 금태환이 폐지된 이후 정부가 윤전기로 무한정 찍어내는 법정 불환지폐(달러)는 가짜이다. 둘째는 가짜 스승(Fake Teachers)이다. 금융의 본질을 모르면서 "좋은 직장을 얻어 저축하라"고만 가르치는 전통 학교와 교육자들을 가짜라고 규정했다. 셋째는 가짜 자산 (Fake Assets)이다. 내 주머니에서 돈을 빼가는 부채임에도 자산으로 둔갑한 거주용 주택, 펀드, 파생상품도 가짜로 보았다.기요사키는 종종 월가와 주류 경제학계로부터 "위기 조장자(Doomsayer)"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그의 파격적인 주장은 실제 글로벌 경제의 변곡점마다 현실화되며 대중적 신뢰를 쌓았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적중: 파산 직전까지 금융당국이 안전하다고 외치던 리먼 브라더스의 붕괴를 사전에 경고했다.수년 전부터 연준의 제로금리와 양적완화가 화폐 가치를 파괴할 것이라 경고하며 비트코인, 금, 은과 같은 탈중앙화 실물 자산으로 대피할 것을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거침없는 어조와 족집게식 전망을 두고 '신통력'이라 부르기도 한다. 기요사키 본인은 이를 신비주의가 아닌, 부채 기반의 통화 시스템이 필연적으로 맞이할 수학적 종말을 읽어낸 결과라고 설명한다

자본주의 정글에서 생존하는 법아홉 살 소년이 뒷마당 냄비에서 위조 주화를 녹여 만들던 그 시절부터, 기요사키가 세상에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단 하나였다. 시스템이 정해준 규칙대로 일하고, 저축하고, 세금을 내는 자는 영원히 시스템의 노예로 남는다. 화폐의 타락이 일상화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명목상의 지폐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진짜 자산과 스스로 현금을 창출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그의 경고는 단순한 투자 조언이 아닌, 허상의 화폐 체제 속에서 개인의 실질 가치를 지키기 위한 냉엄한 생존 전략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