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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퓨어 리튬, ‘흑연 없는’ 배터리 9315회 충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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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퓨어 리튬, ‘흑연 없는’ 배터리 9315회 충방전

중국이 세계 흑연 90% 이상 가공…북미 공급망 겨냥
에너지밀도 2배·무게 절반 주장…40여개 업체와 상용화 협의
퓨어 리튬이 개발 중인 흑연 없는 리튬금속 배터리 파우치셀. 사진=퓨어 리튬이미지 확대보기
퓨어 리튬이 개발 중인 흑연 없는 리튬금속 배터리 파우치셀. 사진=퓨어 리튬

미국의 배터리 스타트업 퓨어 리튬이 흑연을 사용하지 않는 리튬금속 배터리로 9315회 이상의 충·방전 사이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전 세계 흑연 가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는 퓨어 리튬이 리튬인산철(LFP) 양극과 리튬금속 음극을 결합한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실험실 시험에서 9315회의 충·방전을 달성했다고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퓨어 리튬은 같은 조건에서 개발 중인 다른 리튬금속 배터리가 이 정도의 충·방전 사이클을 기록한 사례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배터리는 전고체 배터리나 실리콘 음극 배터리와는 다르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면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흑연 음극을 리튬금속으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퓨어 리튬은 이를 통해 배터리의 무게와 비용을 낮추면서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밀리 보도인 퓨어 리튬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이 배터리가 현재 사용되는 배터리와 비교해 무게는 절반 수준이면서 에너지 밀도는 두 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흑연 가공 90% 이상 장악

퓨어 리튬이 흑연 제거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배터리 공급망 문제가 있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흑연의 90% 이상은 중국에서 가공된다. 현재 대부분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음극재로 흑연을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 제조업체가 중국 중심의 소재 공급망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퓨어 리튬은 흑연이 배터리 내부에서 리튬이온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공간을 제공하지만 그 자체가 전기화학 반응에 직접 참여하는 소재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퓨어 리튬은 흑연을 없애고 그 공간을 에너지를 저장하는 소재에 더 많이 배정하면 배터리의 무게를 줄이면서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극에는 LFP를 사용한다.

LFP 배터리 역시 중국 중심의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분야지만 미국에서도 관련 생산망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퓨어 리튬의 배터리는 흑연뿐 아니라 니켈, 망간,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북미 지역 소재를 중심으로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1시간 충전·1시간 방전 9315회 반복

이번 실험은 1C 충전과 1C 방전 조건에서 진행됐다.

1C는 배터리 용량을 1시간 만에 충전하거나 방전하는 속도를 의미한다. 배터리를 한 시간 동안 충전한 뒤 한 시간 동안 방전하는 과정을 9000회 이상 반복한 셈이다.

회사 측이 공개한 자료에서는 수천회의 충·방전 이후에도 방전 용량 감소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험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속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퓨어 리튬이 본사를 보스턴에서 시카고로 이전하면서 약 6000회 충·방전 시점에 시험이 중단됐고 배터리는 상온에서 약 4개월 동안 보관됐다.

시험을 다시 시작한 뒤에는 중단 직전보다 용량 유지 성능이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퓨어 리튬 측은 초기 시험에서 나타난 상대적으로 큰 변동은 당시 보스턴 연구소에 온도조절 장치가 없었고 여러 차례 정전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퓨어 리튬은 2025년 1월에도 동일한 수준의 1C 충·방전 조건에서 2200회 이상 작동한 뒤 배터리 용량의 80% 이상을 유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험 배터리 에너지밀도는 공개 안 돼

다만 9315회 시험에 사용된 배터리셀의 실제 에너지 밀도는 공개되지 않았다.

퓨어 리튬은 별도로 1세대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1kg당 300Wh이며 2세대 제품은 425Wh/kg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가 제시한 에너지 밀도 수치가 이번 9315회 시험에 사용된 셀에서 실제로 구현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흑연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음극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퓨어 리튬은 전기도금 방식으로 구리 집전체 위에 리튬금속을 직접 쌓아 원하는 두께의 음극을 만든다. 기존처럼 흑연 음극재를 별도로 제조해 사용하는 방식과 차이가 있다.

보도인 CEO는 이 공정을 통해 리튬 음극이라는 배터리 구성요소를 한 단계에서 생산할 수 있어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40여개 업체와 상용화 협의

퓨어 리튬 배터리는 아직 상용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지는 않다.

회사는 시카고에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배터리 기술의 상용화와 생산 확대를 위해 40여개 기업과 협의하고 있다.

흑연 없는 리튬금속 배터리를 개발하는 미국 기업은 퓨어 리튬뿐만이 아니다.

팩토리얼, 솔리드파워, 퀀텀스케이프도 리튬금속을 활용하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술적인 접근에는 차이가 있다. 팩토리얼과 퀀텀스케이프는 고체 또는 반고체 전해질을 이용하는 기술을 추진하고 있으며 솔리드파워는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기반으로 실리콘 음극과 리튬금속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퓨어 리튬은 이들과 달리 액체 전해질을 유지하면서 흑연을 제거하고 리튬금속 음극의 제조 방식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사이드EV는 “여러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가운데 어떤 방식이 실험실 단계를 넘어 대량생산에 성공할지는 아직 판가름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