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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전유물’ 원유시장에 개미 몰린다…유가 변동성 커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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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전유물’ 원유시장에 개미 몰린다…유가 변동성 커질까

CME, 1000배럴 계약 100분의 1인 10배럴 WTI 선물 준비
개인 원유거래 1년 새 급증…전문가 “단기 변동 키울 수 있어”
지난 3월 3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앞바다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 당시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3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앞바다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 당시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진=로이터
기관투자자와 원자재 전문 트레이더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원유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와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 이어 계약 규모를 기존의 100분의 1까지 줄인 초소형 원유 선물까지 등장하면서 개인이 국제유가 움직임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문턱이 크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CNBC는 약 3조달러(약 4117조원) 규모의 원유시장이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인투자자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가 시장 유동성을 높이는 동시에 단기 유가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변화의 중심에는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이 준비 중인 10배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이 있다.
기존 CME의 표준 WTI 선물 1계약은 원유 1000배럴이다. 유가를 배럴당 86달러(약 11만8000원)로 계산하면 계약 규모가 약 8만6000달러(약 1억1800만원)에 달한다.

개인투자자를 겨냥해 만들어진 마이크로 WTI도 100배럴 규모다.

새 상품은 이를 다시 10분의 1로 줄여 1계약이 원유 10배럴에 불과하다. 같은 유가를 적용하면 계약 규모가 약 860달러(약 118만원)로 줄어든다.

CME는 당초 지난달 30일부터 10배럴 WTI 선물의 거래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CME는 공식 공지를 통해 규제 검토가 끝나지 않아 출시를 연기했으며 새로운 출시 일정은 추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전쟁 뒤 개인 원유거래 16배 급증
초소형 원유 선물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개인투자자의 급증이 있다.

이토로 싱가포르의 자비에르 웡 시장분석가는 과거 원유 거래가 사실상 ‘부자들의 게임’이었다고 평가했다.

원유시장에 개인이 접근할 방법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선물계약 규모가 워낙 커 상당한 자금을 가진 투자자가 아니면 직접 참여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온라인 증권사와 차액결제거래(CFD), ETF가 등장하면서 이런 구조가 달라졌다.

특히 지정학적 충격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움직일 때 개인투자자의 거래가 빠르게 증가했다.

웡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 3개월 동안 이토로에서 이뤄진 원유 거래 건수는 1년 전 같은 기간의 약 16배로 늘었다.

CME의 기존 100배럴 마이크로 WTI 선물 역시 5월 하루 평균 거래량이 27만2000계약에 달했다. 전년 동월보다 317% 급증한 규모다.

10배럴짜리 계약이 실제 거래되기 시작하면 선물시장에 직접 진입하는 개인투자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원유 ETF를 이용하는 것과 달리 선물은 투자자가 WTI 가격 방향에 직접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가 움직임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개미가 WTI·브렌트 가격까지 흔들까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원유 가격 형성에도 변화가 나타날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디칼리트레이딩의 원자재 시장 전략가 칼리 가너는 “초소형 선물과 미국 원유펀드(USO) 같은 ETF가 등장하면서 자금 규모가 크지 않은 투자자도 원유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개인 참여 증가는 거래량과 유동성을 늘려 원유 생산업체와 소비기업이 가격 위험을 회피하기 쉽게 해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이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해 한 방향으로 몰릴 경우 원유 수급의 실제 변화와 관계없는 단기 가격 변동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있다.

가너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당시 원유시장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원유 수요가 급감하고 저장공간이 부족해지면서 만기를 앞둔 WTI 선물 보유자들이 실물 인수를 피하기 위해 매도에 나섰다. 그 결과 WTI 가격은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반면 유가 반등을 기대한 개인 자금은 원유 ETF로 몰리면서 선물시장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했다.

가너는 투자자금의 흐름이 때때로 원자재 가격을 실제 수급이 설명할 수 있는 수준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개인이 WTI나 브렌트유 가격의 방향 자체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올레 한센 삭소은행 원자재전략 책임자는 원자재 가격은 결국 현물 수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투자자금만으로 실제 원유시장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전략가도 국영 석유기업, 글로벌 에너지기업, 원자재 거래회사, 대형 산업체들이 거래하는 물량이 개인투자자를 압도한다고 설명했다.

개인 참여가 늘어나면 거래량이 증가하고 지정학적 뉴스가 나왔을 때 WTI와 브렌트유의 단기 움직임이 커질 수 있지만 국제유가의 장기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생산량과 소비, 원유재고, 지정학적 변수라는 것이다.

CME가 추진하는 10배럴 WTI 선물은 개인이 원유시장에 접근하는 비용을 크게 낮추는 또 하나의 단계다.

다만 거래 문턱이 낮아진다고 해서 원유 투자의 위험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중동의 군사적 충돌이나 산유국의 생산 결정처럼 예상하기 어려운 뉴스에 따라 국제유가가 단시간에 크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CNBC는 원유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더라도 WTI와 브렌트유의 기본적인 가격 결정 구조까지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다만 더 많은 개인 자금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뉴스에 따른 단기 가격 움직임과 거래량은 과거보다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