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폴스타4, 美서 사실상 반값…철수 앞둔 전기차의 역설

글로벌이코노믹

폴스타4, 美서 사실상 반값…철수 앞둔 전기차의 역설

7월 평균 할인율 49.8%…평균 구매가격 2만7445달러
볼보 통해 서비스 계속하지만 잔존가치 급락·부품 공급은 변수
폴스타4.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폴스타4. 사진=로이터
미국 시장 철수를 앞둔 전기차 업체 폴스타가 주력 SUV 폴스타4를 사실상 반값에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보기 드문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차량 자체의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은 뛰어나지만 향후 서비스와 부품 공급, 중고차 가치 등을 감안하면 파격 할인만 보고 선뜻 구입하기 어려운 '양날의 특가'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각) 중국 지리 소유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가 2026년형을 끝으로 미국 시장에서 철수할 예정인 가운데 폴스타4가 대규모 할인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값싼 고급 전기차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2일 보도했다.

폴스타4 기본형의 미국 판매가격은 5만6400달러(약 7706만원)지만 2만5000달러(약 3416만원)의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3만1400달러(약 4290만원)까지 낮아진다. 보급형 전기차나 중고 테슬라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다.
문제는 가격을 낮춘 배경이다. 폴스타는 중국·러시아와 연계된 기업의 커넥티드 차량용 통신 소프트웨어를 제한하는 미국의 새로운 연방 규제를 충족하지 못해 2026년형 이후 미국에서 신차를 판매할 수 없게 됐다.

미국 정부는 외국 적대국이 자동차를 정보 수집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원격으로 차량을 통제하는 등의 국가안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규제를 도입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폴스타가 규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7월 평균 할인율 49.8%…가격만 보면 '파격'

폴스타4는 단순히 철수를 앞둔 재고 차량이라는 이유만으로 싸게 팔리는 차는 아니다.

싱글모터 모델의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 주행거리는 310마일(약 499㎞), 고성능 듀얼모터 모델은 255마일(약 410㎞)이다. 자동차 전문매체 에드먼즈의 실제 주행시험에서는 듀얼모터 모델이 한 차례 충전으로 286마일(약 460㎞)을 주행했다.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들의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탑기어는 폴스타4의 가속 성능과 승차감, 조향 성능을 높이 평가했고 오토카 역시 주행 중 정숙성과 승차감 측면에서 테슬라 모델Y,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가격 경쟁력은 더욱 두드러진다.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에서 판매된 폴스타4의 인센티브 적용 후 평균 할인율은 무려 49.8%에 달했다. 폴스타3도 평균 28.5% 할인됐다.

폴스타4의 인센티브 적용 전 평균 거래가격은 5만4680달러(약 7471만원)였지만 평균 2만7235달러(약 3721만원)의 인센티브가 적용되면서 세금과 등록비, 딜러 수수료 등을 제외한 평균 구매가격은 2만7445달러(약 3750만원)까지 떨어졌다.

스테퍼니 밸데즈 스트리티 콕스 오토모티브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장벽 가운데 하나가 가격이라는 점에서 이 정도 할인은 폴스타4에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부여한다고 평가했다.

◇볼보는 살아남고 폴스타만 퇴출

폴스타가 미국의 새 규제에서 예외를 인정받지 못한 이유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같은 지리 계열인 볼보는 미국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릭 브라이언트 폴스타 북미 책임자는 볼보가 승인을 받은 반면 폴스타가 거부된 구체적인 이유를 회사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폴스타와 볼보는 같은 지리 계열이지만 별개의 회사라는 설명이다.

미국 내 폴스타 대리점인 프레스티지 임포츠는 폴스타가 미국 정부의 규제를 시장 철수 명분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회사를 상대로 2500만달러(약 342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자동차 딜러 출신인 버니 모레노 미국 오하이오주 공화당 상원의원도 지난 7월 폴스타가 차량 한 대를 팔 때마다 3만5000달러(약 4782만원)를 손해보고 있었기 때문에 규제를 편리한 철수 명분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브라이언트는 이를 부인하며 폴스타가 미국 판매를 계속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입장이다.

◇서비스는 계속된다지만 잔존가치는 '빨간불'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폴스타가 떠난 뒤에도 차량을 제대로 정비하고 필요한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공급받을 수 있느냐다.

폴스타는 미국 시장에서 신차 판매를 중단한 뒤에도 기존 차량 소유자에 대한 지원을 계속한다는 '폴스타 프로미스'를 내놓았다. 부품 공급, 정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볼보 딜러망과 함께 계속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브라이언트는 미국의 모든 폴스타 딜러가 볼보 딜러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소비자들이 받는 서비스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판단은 엇갈린다.

자동차 구매 서비스 카엣지 공동 창업자인 레이 셰프스카는 폴스타와 볼보의 관계가 충분히 강하기 때문에 현재 32곳인 폴스타 대리점이 문을 닫더라도 볼보가 서비스를 맡을 수 있다며 큰 우려가 없다고 평가했다.

반면 자동차 구매 컨설팅업체 오토매치의 톰 맥팔랜드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소비자라면 폴스타4를 권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폴스타의 미국 철수가 갑작스럽게 파산해 차량 소유자들이 사실상 방치됐던 피스커보다는 2012년 미국 신차 시장에서 철수한 스즈키 사례와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스즈키는 미국 판매를 중단한 뒤에도 수년에 걸쳐 보증 서비스를 제공했고 현재도 회사 자체가 영업을 계속하고 있어 부품 공급이 가능하다.

폴스타 역시 미국을 떠나더라도 캐나다, 멕시코를 비롯한 다른 시장에서는 계속 자동차를 판매한다.

◇'싼 고급 전기차' 원하는 소비자가 타깃

폴스타4의 가장 적합한 구매자는 캐딜락 리릭,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 타이칸 같은 고급 전기차를 고려하면서도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라는 분석이다.

다만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폴스타가 향후에도 부품과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는 약속을 믿어야 하고 자신이 원하는 색상이나 사양보다 현재 딜러가 보유한 재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중고차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셰프스카는 현재 폴스타 차량의 잔존가치가 크게 훼손됐으며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감가되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를 피할 방법 가운데 하나가 리스다.

폴스타4 싱글모터 모델의 리스료는 월 399달러(약 55만원), 듀얼모터는 월 499달러(약 68만원)까지 낮아졌다. 듀얼모터의 경우 계약 때 1499달러(약 205만원)를 내는 조건이며 지역에 따라 세부 계약 내용은 달라진다.

리스는 계약 종료 때 차량을 반납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철수에 따른 중고차 가격 하락 위험을 소비자가 직접 떠안을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다.

폴스타4의 파격 할인은 미국의 대중국 자동차 규제가 소비자 시장에서 만들어낸 역설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상품성이 높은 고급 전기차가 보급형 전기차 수준의 가격까지 내려왔지만 그 가격에는 브랜드의 미국 철수와 향후 잔존가치라는 위험이 함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폴스타4는 미국 소비자에게 보기 드문 '반값 고급 전기차'인 동시에, 싼 가격이 위험을 충분히 보상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하는 특수한 선택지가 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