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아메리카호' 개명에 반감 확산
기업은 美 공급업체 교체…인재·관광객도 캐나다로 회귀
기업은 美 공급업체 교체…인재·관광객도 캐나다로 회귀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갈등이 관세 보복을 넘어 기업 공급망과 소비, 여행, 인재 이동 등 일상생활 전반의 '탈미국' 움직임으로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단 대캐나다 압박으로 양국 간 심리적 거리가 커지면서 수십 년간 이어져온 경제·사회적 연결고리가 장기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산 제품 불매와 미국 여행 기피에서 시작된 캐나다인의 반발이 기업 공급망 재편, 거리명 변경, 해외 인재의 귀환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제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온타리오호의 미국 내 명칭을 '아메리카호'로 변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 캐나다 내 반미 정서를 다시 자극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해부터 미국산 제품을 사지 않거나 미국 여행을 피하는 움직임이 이어져왔다. 최근 갈등이 다시 격화하면서 이런 행동이 일시적인 항의가 아니라 장기적인 생활방식 변화로 굳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 美 공급업체 9곳과 결별…기업도 '탈미국'
기업들은 미국 공급망 의존도를 실제로 줄이기 시작했다.
캐나다 가족기업 채프먼스 아이스크림은 지난해 미국이 캐나다에 첫 관세를 부과한 이후 미국산 원료 사용을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애슐리 채프먼 채프먼스 아이스크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몇 달 사이 오랫동안 거래해온 미국 공급업체 9곳과 관계를 끊었다고 밝혔다.
회사는 2027년 중반까지 미국산 원료 사용량을 현재보다 7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채프먼 COO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수년 남아 있는 만큼 미국의 정책 변화로부터 회사를 보호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역전쟁으로 이익률이 떨어지더라도 제품 가격은 올리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일정 부분의 비용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캐나다 경제는 오랫동안 미국과 긴밀하게 통합돼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에너지, 국방, 제조업 등에서도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공급망과 시장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 美 여행 10.6%↓…관광 소비도 13.6% 감소
캐나다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도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캐나다인의 미국 방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감소했다.
미국 여행 지출도 13.6% 줄어든 50억캐나다달러(약 4조9050억원)에 그쳤다. 반면 캐나다 국내 관광은 증가했다.
에드먼턴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메건 우드워드는 최근 관세 위협이 다시 거세진 뒤 미국행 예약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행사에서 미국 여행을 추천해도 거부하는 고객이 많아졌으며 이들은 여행비를 캐나다 국내에서 쓰거나 유럽으로 향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 소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오타와에 거주하는 프로그래머 데이브 사모일렌코는 넷플릭스 등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을 취소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하는 동안 미국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캐나다인이 미국에서 돈을 쓰지 않겠다는 행동이 정치적 항의를 넘어 소비 습관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 MIT 교수도 토론토로…인재 이동까지 역전
미국과 캐나다 간 인재 이동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계 미국인 천체물리학자인 사라 시거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떠나 토론토대학교로 옮긴다.
시거는 마크 카니 캐나다 정부가 해외의 우수 연구자,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캐나다인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추진하는 인재 유치 정책을 통해 영입됐다.
캐나다 정부는 기술, 무역, 국방 분야의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외 우수 인재 확보에 10억캐나다달러(약 9809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과거에는 캐나다의 우수 인재가 더 많은 연구비와 높은 임금을 찾아 미국으로 이동하는 '두뇌 유출'이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일부 분야에서 흐름이 반대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 '트럼프 길'도 사라지나…70% 이상 강경대응 지지
국민감정의 변화는 상징적인 공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 서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인이 아닌 뉴욕 부동산 개발업자로 유명했던 시절 그의 이름을 붙인 '트럼프 애비뉴'가 있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오타와 시의회는 도로명 변경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새 이름 후보로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따는 방안,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의 머리글자를 딴 'TACO'까지 거론되고 있다.
캐나다 여론도 강경해지고 있다.
지난주 공개된 어배커스 데이터 조사에서는 일자리 감소와 경제적 불확실성이 예상되더라도 카니 총리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중단한 결정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반면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20%만이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지지했고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개명하는 데 찬성하는 비율은 이보다도 낮았다.
미국과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 비군사 국경을 공유하고 공급망과 관광, 문화, 안보 분야에서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국가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갈등은 단순한 관세 분쟁을 넘어 상대국 제품을 사지 않고 여행하지 않으며 기업 거래처까지 바꾸는 단계로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갈등이 종료되더라도 이미 바뀌기 시작한 공급망과 소비 습관, 인재 이동이 과거 상태로 완전히 돌아갈지는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미·캐나다 관계의 균열이 일시적인 정치 갈등을 넘어 구조적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