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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서 안 냈는데 합격…美 대학 ‘학생 모시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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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서 안 냈는데 합격…美 대학 ‘학생 모시기’ 확산

학령인구 감소에 ‘직접 입학’ 급증…커먼앱 참여 대학 3배 넘게 늘어
미국 앨라배마주 북동부의 잭슨빌주립대. 이 대학은 지난해 시작된 앨라배마주의 직접 입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진=잭슨빌주립대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앨라배마주 북동부의 잭슨빌주립대. 이 대학은 지난해 시작된 앨라배마주의 직접 입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진=잭슨빌주립대

미국에서 대학에 지원서조차 내지 않은 고등학생에게 먼저 합격 통지서를 보내는 대학이 수백 곳으로 늘어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자 대학이 학생의 지원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입학을 제안하는 ‘직접 입학’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대학들이 고교 성적표 등 몇 가지 기준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직접 입학 제도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직접 입학에서는 통상적인 대학 지원 과정에서 요구되는 에세이, 비교과 활동 관련 질문, 표준화시험 성적 등이 생략된다. 학생은 별도의 지원 수수료를 내지 않고 간소화된 절차를 거쳐 여러 대학으로부터 합격 제안을 받을 수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지원자가 학교를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잠재적인 신입생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지원자 감소로 재정 압박을 받는 비선호 사립대를 중심으로 제도 도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 대학 공통지원 플랫폼인 커먼앱에서 직접 입학에 참여하는 대학은 2023~2024학년도 이후 3배 이상 늘었다. 현재 커먼앱 제휴 대학 가운데 약 5분의 1이 직접 입학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0여개 주가 자체적인 직접 입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미 대학입학상담협회(NACAC)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4년제 비영리 대학의 평균 합격률은 70%를 웃돈다. WSJ은 이미 대부분 지원자를 받아들이는 대학이라면 복잡한 지원 과정을 없애 학생에게 먼저 합격을 제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게 직접 입학 지지자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 고교 성적표만 내면 여러 대학서 합격 제안


절차도 단순하다. 직접 입학을 원하는 학생은 관련 플랫폼에 정식 대학 지원서가 아닌 간단한 양식을 작성하고 본인이나 고교가 성적표를 제출한다. 대학은 이를 토대로 입학 조건을 충족한 학생에게 자동으로 합격 제안을 보낸다.
조지아주 포트밸리주립대에서 여름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고교생 이든 존슨도 직접 입학을 통해 합격 제안을 받았다. 존슨은 생물학 전공을 희망하며 별도로 약 20개 대학을 검토하고 있지만 먼저 받은 합격 통보가 대학 진학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WSJ은 전했다.

앨라배마주 잭슨빌주립대는 지난해 주정부 차원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직접 입학을 도입했다.

이 대학에는 최근 입학 주기에 약 2000건의 직접 입학 신청이 들어왔고 이 가운데 150~200명이 실제 등록했다. 일반적인 전형보다 합격생의 등록률은 낮지만 기존 모집권역을 넘어 앨라배마 남부와 서부 지역 학생들에게까지 대학을 알리는 효과를 거뒀다.

직접 입학은 학생이 대학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합격 통지를 받는 경우가 많아 실제 등록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일반 전형보다 낮은 편이다. 대학들이 합격 통지를 보낸 뒤 다시 학생을 설득해야 하는 이유다.

◇ “합격과 학비 부담은 별개”…가격 공개 강화


문제는 합격했다고 해서 학생이 실제로 대학에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비판론자들은 여러 대학에서 갑작스럽게 합격 제안이 쏟아지면 오히려 입시 과정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고 일부 대학은 합격 통지 단계에서 학생이 실제 부담해야 할 비용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앨라배마주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직접 입학에 참여하는 대학이 최초 합격 제안부터 학비 정보를 함께 제시하도록 했다.

대학 정보 플랫폼 니치도 직접 입학과 동시에 성적을 토대로 받을 수 있는 장학금 규모를 제시한다. 이번 입학 주기에 니치를 통해 직접 입학을 제공하는 대학은 160곳이 넘는다.

니치에 따르면 이용자는 연평균 1만7000달러(약 2310만원)가 넘는 장학금 제안을 받고 추가 장학금과 학자금 지원도 신청할 수 있다. 학생 한 명이 받는 직접 입학 제안은 평균 8개에 이른다.

니치는 직접 입학을 이용하는 학생 가운데 가족 중 처음 대학에 진학하는 1세대 대학생과 유색인종 학생의 비중이 일반 입학보다 높다고 밝혔다.

직접 입학 확산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미국 대학이 직면한 인구 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18세 인구가 줄어들면서 대학에 진학할 학생 자체가 감소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대학들이 가장 먼저 신입생 모집난을 겪고 있다.

미시간주 캘러머주칼리지는 올해 처음 직접 입학을 도입했다. WSJ은 학생들이 대학을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대학이 먼저 학생을 찾아 나서는 방향으로 미국의 신입생 모집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