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감시 드론·육군 드론 제작 3D 프린터 카메라에 중국산 탑재 논란… 데이터 유출 공포 확산
셀룰러 모듈·전기차부터 군복까지 '중국산 침투'… "비용만 좇다 국방 인프라 킬 스위치 넘겨"
국방비 동결 속 군사 훈련 축소 논란… 전문가들 "나토 동맹국과의 공동 조달로 공급망 정화해야"
셀룰러 모듈·전기차부터 군복까지 '중국산 침투'… "비용만 좇다 국방 인프라 킬 스위치 넘겨"
국방비 동결 속 군사 훈련 축소 논란… 전문가들 "나토 동맹국과의 공동 조달로 공급망 정화해야"
이미지 확대보기영국 군사 장비와 핵심 국방 공급망 전반에 걸쳐 중국산 부품이 광범위하게 침투한 정황이 잇달아 드러나면서, 영국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 공급망에 대한 기형적 의존'을 끊어내기 위해 최저가 위주의 군수 조달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최고조에 달했다.
해군 감시 드론과 육군 자폭 드론 제작용 3D 프린터는 물론, 관용 전기차와 최전선 장병들의 군복에 이르기까지 중국산 제품이 무차별적으로 채택되면서 잠재적인 데이터 도청 및 '원격 킬 스위치(원격 작동 중단)'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월 5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영국 안보 전문가들과 야당 의원들은 영국 국방부(MOD)를 향해 최저가 입찰 원칙에 매몰된 현행 조달 규정을 즉각 폐기하고 동맹국 중심의 회복력 있는 국방 공급망을 재구축할 것을 공식 촉구했다.
최근 영국 해군이 운용하는 'K3 스카우트' 감시 드론과 육군이 자폭 드론을 자체 제작하기 위해 도입한 3D 프린터 내부 카메라 등 핵심 부품에서 중국산 모듈이 탑재된 사실이 현지 언론을 통해 잇달아 폭로되며 안보 논란의 불을 지폈다.
영국 국방부는 현재까지 민감한 군사 기밀 데이터가 중국으로 유출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원격 통신 기능이 내장된 중국산 장비의 침투 자체가 심각한 안보 결함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수년간 '가장 싼 것'만 고집하다 취약점 자초"… 야당·싱크탱크 성토
영국 보수당의 '그림자 내각' 국가안보부 장관을 맡고 있는 알리시아 커언스(Alicia Kearns) 하원의원은 가격 효율성만을 앞세운 국방 행정이 국가를 중국의 감시망에 무방비로 노출시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커언스 의원은 "영국 정부가 수년간 비용 절감과 최저가 옵션만을 우선시한 결과, 중국 공산당은 영국 국방 공급망에 치명적인 구조적 취약점을 설계하고 우리의 주권적 산업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었다"며 "군수 조달 결정은 단순한 초기 구매 비용이 아니라 장비의 보안성과 위기대응 회복력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닛케이 아시아와의 질의응답에서 "정부의 최우선 책무는 국가 안보 수호이며, 장비와 네트워크, 데이터의 보안을 극도로 엄중하게 다루고 있다"며 "엄격한 보안 스크리닝 절차와 다층적인 안전장치를 통해 외부 위협을 철저히 완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중국전략위험연구소(CSRI)의 샘 굿맨(Sam Goodman) 수석 정책 이사는 "영국 정부는 국방 공급망에 대한 정밀 감사를 게을리한 채 가장 저렴한 입찰자에게만 유리한 낙찰 규정을 고수해 왔다"며 "그 결과 전략 안보 장비 분야에서 중국 공급망에 대한 매우 위험하고 불건전한 의존 구조를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관용 전기차·포클랜드 군복까지 중국산… "셀룰러 모듈 즉각 금지해야"
중국산 기술 침투는 첨단 무기체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영국 정부 부처들이 수백 대의 중국산 전기차(EV)를 관용차로 리스 도입한 사실이 알려졌으며, 소셜 미디어에는 보안 요원들이 공무용 스마트폰을 차량에 연결하지 말거나 차내에서 기밀 대화를 금지하라는 경고 스티커를 부착한 사진이 유포되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찰스 파튼(Charles Parton) 선임 객원연구원은 사물인터넷(IoT)과 연결되는 중국산 '셀룰러 통신 모듈'의 위험성을 강력히 경고했다.
파튼 연구원은 "중국산 셀룰러 모듈이 탑재된 모든 장비는 백도어를 통해 중국 본토로 위치 및 센서 데이터를 전송하거나 잠재적 시스템 침투 통로를 열어줄 위험이 있다"며 "국방 조달 당국은 '중국산 셀룰러 통신 모듈이 장착된 차량이나 장비는 단 한 대도 들여놓을 수 없다'는 절대적 조달 기준을 세워야 마땅하지만, 여전히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공급망 감사조차 회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2023년 제정된 영국 조달법상의 안보 위험 '조달 금지 블랙리스트'에 중국산 통신 모듈 제조사를 즉각 공식 등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지어 전통 피복류에서도 어처구니없는 조달 실태가 폭로됐다.
올해 초 그레이엄 에반스(Graham Evans) 상원의원은 의회 토론에서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를 공식 방문했을 당시 지급받은 영국군 제복의 원산지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인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방위산업협회 '메이크 UK 디펜스(Make UK Defence)'의 앤드루 키니버그(Andrew Kinniburgh) 사무총장은 "조국을 지키는 군 장병들에게 중국산 피복과 장비를 지급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영국에는 군에 기여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기능성 섬유, 3D 프린팅, 정밀 드론 기술을 보유한 자국 방산 기업들이 넘쳐난다"고 꼬집었다.
국방비 증액 난항 속 훈련 축소… "나토 공동 조달로 활로 찾아야"
영국이 취약한 최저가 조달에 매달리는 배경에는 만성적인 재정 압박과 국방예산 확보 난항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BBC와 더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재정 부족에 직면한 영국 정부가 일선 군부대에 대규모 야외 기동 훈련과 워게임(지휘소 연습)을 축소하거나 잠정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졌다.
정부의 최신 국방 투자 계획에 따르면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은 2027~2028년까지 2.7% 수준에 머물며 향후 10년간 정체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예산 제약 속에서도 중국산 부품을 배제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나토(NATO) 동맹국과의 공동 조달'을 제시하고 있다.
단일 국가 차원의 조달 비용 부담을 나토 파트너들과 분담함으로써 비(非)중국산 장비 구매에 따른 단가 상승 압박을 해소하고, 신뢰할 수 있는 우방국 및 자국 방산 공급망을 복원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커언스 의원은 "적대적인 외국 정권이 비상시 영국의 핵심 기반 시설과 국방 전력에 '원격 킬 스위치'를 작동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타협 없는 감사와 지속적인 투자가 국가적 차원에서 결단되어야 하며, 국가 안보가 담보되지 않는 경제적 안보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국방 조달 체계를 둘러싼 이번 쇄신 촉구는, 향후 ‘효율성과 가격 논리에 치우쳐 동맹국의 방산 공급망마저 잠식했던 중국산 저가 IT·부품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전면적인 안보 디커플링(탈동조화) 움직임이 군수 조달 시스템의 영구적 법제화로 이어지는 결정적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