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강관세에도 젊은층 구매 확대
데이비드 멜러 美매출 2년간 70% 증가
데이비드 멜러 美매출 2년간 70% 증가
이미지 확대보기한때 산업용 주방이나 의료기기, 식기세척기 외장재의 이미지가 강했던 스테인리스가 미국 고급 주택과 생활용품 시장에서 새로운 인기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산 철강 관세로 수입 스테인리스 제품 가격이 최대 45% 올랐지만 MZ세대의 구매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오히려 높은 내구성과 현대적인 디자인을 갖춘 스테인리스 제품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고급 생활용품으로 받아들이면서 일부 브랜드의 미국 판매는 크게 증가했다.
6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테인리스 식기와 가구, 그릇 상당수는 이탈리아와 일본 등에서 수입되며 지난해 4월 외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가 시행된 이후 일부 제품 가격이 최대 45% 올랐다. 그러나 가격 상승에도 젊은 소비자들의 구매는 계속되고 있다.
WSJ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들도 호텔 욕실과 가정용 주방 등에 스테인리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WSJ는 “밀레니얼과 Z세대에게 스테인리스 생활용품이 베이비붐 세대의 은제품과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오래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내구성이 뛰어난 데다 독특한 형태와 디자인을 갖춰 식탁이나 실내 공간에서 강한 존재감을 낸다는 얘기다. 고급 은제품이나 도자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도 낮다.
◇ 커피포트 40% 올렸는데 美 매출 70% 증가
미국에서 인기를 얻는 스테인리스 생활용품 가운데 현지 생산 제품은 많지 않다.
데이비드 멜러는 대표적인 프렌치프레스 커피포트 가격을 거의 200달러(약 27만원)까지 올렸다. 가격 인상폭은 최대 40%에 달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미국 판매는 줄지 않았다.
데이비드 멜러의 미국 매출은 최근 2년 동안 약 70% 증가했고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도 크게 늘었다.
WSJ는 “스테인리스의 내구성과 디자인이 결합하면서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을 단순한 지출보다 장기간 사용할 제품에 대한 투자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스테인리스 제품 유행은 가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가구 디자이너 한승민은 스테인리스가 최근 “어디에서나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뉴욕 외곽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식용 철제 울타리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금속 부품을 이용해 스테인리스 의자를 제작했다. 가격은 1800달러(약 243만원)다.
최근 인기 있는 스테인리스 디자인은 단순히 산업적인 이미지에 머물지 않는다.
무광택으로 가공하면 자연스럽고 차분한 느낌을 내면서 지문도 비교적 덜 남고, 반대로 표면을 강하게 반사되도록 마감하면 크롬과 비슷한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다.
WSJ는 푹신한 직물이나 부피감 있는 가구, 화려한 벽지 등 최근 유행하는 인테리어 요소와 금속 소재를 대비시키는 방식도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 30달러 접시부터 950달러 테이블까지
WSJ에 따르면 스테인리스 제품의 장점은 디자인뿐 아니라 실용성에도 있다.
일본 브랜드 와사비의 망치질한 듯한 표면을 가진 스테인리스 접시는 수제품처럼 보이지만 식기세척기를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30달러(약 4만원)다.
하우스오브레옹의 스테인리스 사이드테이블은 950달러(약 128만원)로 목재 무늬판을 사용한 제품 590달러(약 80만원)의 거의 두 배다.
그러나 물에 손상될 위험이 적기 때문에 컵받침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실용성이 있다.
유통업체들은 관세에 따른 비용 상승을 일부 자체 흡수하면서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 핀란드디자인숍은 미국 판매가격에 관세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데도 올해 미국에서 스테인리스 제품 판매가 최대 40% 급증했다.
누라 티르코넨 핀란드디자인숍 최고경영자(CEO)는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 해당 소재를 외면할 것으로 예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 고급 강판 가격 3배…비싸질수록 더 찾는다
스테인리스 열풍은 식기와 가구에서 주방과 욕실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디자인 전문매체들에는 스테인리스로 만든 주방과 욕실이 더욱 자주 등장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디자인업체 22RE 창업자 딘 레빈이 2021년 스테인리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고급 스테인리스 강판 가격은 세 배로 올랐다.
그럼에도 레빈을 비롯한 디자이너들은 조리대와 싱크대, 벽 등에 스테인리스를 사용하고 있다.
스테인리스를 넓게 적용하면 공간에 이탈리아의 우주시대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격 상승으로 스테인리스의 비용은 전통적인 고급 인테리어 소재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레빈은 오히려 이런 희소성이 스테인리스의 매력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경제적인 소재였지만 쉽게 구하기 어려워질수록 사람들이 이를 사용하는 데 더 큰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WSJ는 스테인리스가 산업용 소재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 내구성과 실용성, 현대적인 디자인을 동시에 원하는 젊은 소비자에게 고급 생활용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로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도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면서 스테인리스는 관세에 따른 소비 위축이라는 일반적인 흐름을 거스르는 이례적인 주거·생활용품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