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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세트장 없이 3개월 만에 완성"… 中 AI 드라마, 황금시간대 안방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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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세트장 없이 3개월 만에 완성"… 中 AI 드라마, 황금시간대 안방 상륙

후난위성TV 프라임타임 정규 편성… 40분물 30부작 드라마 기획부터 방영까지 초고속 완주
망고엑설런트미디어 주가 20% 폭등·시총 19억 달러 급증… 일 1500편 쏟아지는 'AI 숏폼' 경제학
촬영·조명 대신 프롬프트 다루는 '카드 풀러' 등장… 저품질 도파민 자극·미학 파괴 우려 공존
인공지능(AI) 생성 영상이 마침내 중국 지상파 방송의 핵심 황금시간대(프라임타임)를 꿰차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제작 경제학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생성 영상이 마침내 중국 지상파 방송의 핵심 황금시간대(프라임타임)를 꿰차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제작 경제학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간과 고양이가 뒤섞인 기괴한 캐릭터나 의인화된 과일이 사랑을 고백하는 소셜 미디어상의 저품질 B급 영상 수준으로 치부되던 인공지능(AI) 생성 영상이 마침내 중국 지상파 방송의 핵심 황금시간대(프라임타임)를 꿰차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제작 경제학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중국 4대 고전 명작 소설인 『서유기』를 모티프로 등장인물부터 배경, 특수효과까지 100% 생성형 AI 기술만으로 제작된 30부작 대형 드라마가 중국 굴지의 국영 방송사 정규 편성에 성공하면서, 장기 침체에 빠져 있던 중국 미디어 업계에 거대한 충격파를 던졌다.

9월 6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OTT 플랫폼 ‘망고 TV(Mango TV)’를 운영하는 대형 방송사 후난위성 텔레비전은 최근 자체 제작한 완전 AI 드라마 시리즈 『서유기』의 첫 회를 프라임타임에 전격 방영했다.

이번 작품은 회당 약 40분 분량의 정규 드라마 30편으로 구성됐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제작 기간이다.

통상 1년 이상 소요되는 기획·촬영·후반 작업 과정이 AI 비디오 생성 모델의 도입으로 발주부터 첫 방송 송출까지 불과 3개월 만에 압축 완료됐다.

더욱이 방송 시작 후에도 제작이 실시간으로 이어지고 있어, 제작진은 시청자 피드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후속 에피소드의 비주얼과 스토리라인을 주 단위로 즉각 수정·반영하는 유연한 제작 파이프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망고 미디어 시총 19억弗 폭증… "AI 드라마, 국가 정책 지원 업고 주류 등극"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후난방송의 상장 자회사인 망고 엑설런트 미디어(Mango Excellent Media) 주가는 이번 주 일일 거래 제한 폭인 20% 급등세를 두 차례나 기록했다.

단 며칠 만에 시가총액이 130억 위안(약 2조 6,150억 원) 이상 불어나며 AI 엔터테인먼트 전환에 대한 자본시장의 뜨거운 베팅을 입증했다.

베이징의 대형 영화·드라마 제작사 프로듀서 궈궈(Guo Guo)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공영 방송사가 프라임타임에 100% AI 드라마를 배치했다는 것은 중국 정책 당국이 AIGC(AI 생성 콘텐츠)를 국가 차원에서 전폭 지지하겠다는 명확한 시그널"이라며 "실험 단계에 머물던 AI 드라마가 완벽한 주류 영상 산업으로 안착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중국 콘텐츠 생태계에서 AI 침투율은 경이적인 수준이다.

중국네트워크시청프로그램서비스협회(CNSA) 최신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플랫폼에서 공개된 36만 7,000편의 마이크로드라마(숏폼 드라마) 중 74% 이상이 AI로 제작됐다.

중국 전역에서 매일 평균 1,500편 이상의 새로운 AI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배우·조명·세트장 실종… 프롬프트 다루는 ‘카드 풀러’가 제작 현장 장악


제작 비용의 '기하급수적 절감'은 기존 제작 생태계를 해체 수준으로 몰아넣고 있다.

올해 AI 드라마 전문 제작자로 변신한 류잔하오(Liu Zhanhao) 프로듀서는 "완전 AI 프로젝트에서는 현장 세트장, 미술 소품팀, 촬영감독, 조명 기사, 심지어 고액 출연료를 받는 배우조차 필요하지 않다"며 "기존 실사 드라마 대비 제작비가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전통 스태프가 사라진 빈자리는 이른바 ‘카드 풀러(Card Puller·가챠 뽑기 기사)’로 불리는 신종 테크 직군이 차지했다.

이들은 프롬프트 엔지니어이자 시각 디자이너로, 레퍼런스 이미지와 텍스트 프롬프트를 바이트댄스의 '씨댄스(Seedance) 2.5' 등 대형 비디오 모델에 무한 입력·조정하며 최적의 샷을 '뽑아내는' 작업을 수행한다.

단 10명으로 구성된 팀이 일주일 만에 100분 분량의 숏폼 드라마를 뚝딱 완성하며, 정교한 고화질 장편물도 주당 45분짜리 1편을 거뜬히 뽑아내는 속도전이 가능해졌다.

"얼굴 바뀌고 감정 표현 한계"… '도파민 절임' vs '미학 붕괴' 논란


하지만 기술적 결함과 문화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거세다.

현재의 영상 생성 AI는 컷이 바뀔 때마다 등장인물의 얼굴 윤곽이나 의상이 미세하게 바뀌는 '캐릭터 일관성(Consistency) 유지'에 여전히 한계를 보인다.

또한, 인물의 미묘한 심리 변화나 격렬한 갈등이 분출되는 '고밀도 감정 연기'를 자연스럽게 묘사하지 못하고 인형처럼 굳어지는 병목 현상이 상존한다.

그럼에도 텐센트비디오, 아이치이, 더우인(틱톡), 홍궈 등 거대 플랫폼들은 막대한 현금 보조금과 트래픽 가중치를 몰아주며 저비용 고효율의 AIGC 제작을 부추기고 있다.

컨설팅사 웨이블렛 스트래티지(Wavelet Strategy)의 아이비 양 창립자는 "알고리즘이 선호하는 '재벌 2세의 갑질', '통쾌한 복수', '타임슬립' 등 뻔한 흥행 공식을 복제하는 비용이 제로(0)에 수렴하면서 도파민 자극에만 치중한 획일적인 AI 쓰레기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자극적인 AI 영상 소비는 대중의 저품질 콘텐츠에 대한 역치를 비정상적으로 높이고, 아직 서사와 예술적 미학을 학습하지 못한 아동·청소년들의 인내심과 사고력을 파괴할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중국 엔터테인먼트의 이번 AI 드라마 프라임타임 진출은, 향후 ‘수백억 원의 제작비와 톱스타 개런티에 짓눌려 있던 전통 방송 영상 산업이 AI 소프트웨어 기반의 고속·초저가 생산 체제로 패러다임이 전면 전환되는 역사적 분수령’인 동시에 ‘무분별한 딥페이크 복제물과 미학적 저질화에 대응해 국가적 검열 규제와 인간 창작자의 고유 가치가 새롭게 정의되어야 하는 거대한 문화적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