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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근로자 이직 급브레이크…금융위기 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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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근로자 이직 급브레이크…금융위기 후 수준

8월 16만2000명 고용 늘어도 채용·퇴직 모두 저조
‘저채용·저해고’ 고착…직장 지키기가 새 경력전략으로


지난 2020년 11월 1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점심시간을 마친 뒤 작업 현장으로 복귀하기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체온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0년 11월 1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점심시간을 마친 뒤 작업 현장으로 복귀하기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체온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고용이 다시 늘고 있지만 직장인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회사가 직원을 적극적으로 해고하지 않는 대신 신규 인력도 잘 뽑지 않으면서 이미 직장이 있는 근로자들은 이직을 피하고 현재 자리를 지키는 쪽을 택하고 있다는 뜻이다.

근로자들의 직장 이동 빈도는 지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노동시장이 회복되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졌다.

6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노동시장은 근로자의 퇴직과 기업의 해고가 모두 적고 신규 채용도 부진한 이른바 ‘저채용·저해고’ 국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고와 자발적 퇴직을 모두 포함하는 전체 이직률이 금융위기 이후 몇 년 동안 기록했던 저점 부근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WSJ는 이같이 보도했다.

그 반대편에 있는 기업의 채용률도 마찬가지로 낮다.

가이 버거 버닝글래스인스티튜트 노동경제학자는 “현재 근로자들이 밖에 더 좋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고 WSJ에 설명했다.

◇고용 16만2000명 늘었지만 노동시장 ‘회전문’은 멈춰

표면적인 미국 고용지표는 최근 개선됐다.

8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은 16만2000명 늘어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돌았다. 실업률도 4.1%를 유지했다. 올해 미국의 신규고용 증가폭은 월평균 약 8만명으로 지난해 월평균 약 1만명에서 상당히 회복됐다.

그러나 2024년 기록했던 월평균 12만2000명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일자리의 총량보다 노동시장 안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속도다.

경제가 활발할 때에는 근로자가 더 높은 임금이나 좋은 근무조건을 찾아 회사를 떠나고 기업은 그 빈자리를 다시 채운다. 이직이 또 다른 채용을 낳으면서 노동시장의 ‘회전문’이 빠르게 돌아간다.

현재 미국에서는 이 연결고리가 약해졌다.

회사가 해고를 자제하면서 기존 근로자의 고용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지만 동시에 신규 채용도 줄어 다른 직장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지금 직장을 그만둘 위험이 과거보다 커진 셈이다.

이는 실업률 4.1%라는 낮은 숫자와 구직자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일자리가 있는 사람에게는 비교적 안정적인 노동시장이지만 새로 들어가려는 사람이나 회사를 옮기려는 사람에게는 문이 좁은 구조다.

◇사무직일수록 몸 사려…실직하면 장기화 위험

특히 사무직 근로자들이 움직임을 꺼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최근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고용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다른 회사로 옮겼다가 다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부담이 이직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재 직장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새로운 직장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안정성을 우선하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에는 실직 기간이 길어질 위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8월 기준 미국 실업자 가운데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실업자는 전체의 약 27%에 달했다.

일단 직장을 잃으면 다음 직장을 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신규 채용이 적은 사무직과 전문직 분야에서는 이 같은 위험이 더 크게 체감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은 외부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기보다 현재 회사 안에서 역할을 넓히거나 승진 기회를 찾는 쪽으로 경력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자주 옮겨야 성공’ 공식도 흔들린다

WSJ에 따르면 불과 몇 년 전 미국 노동시장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탱 이후 기업들의 구인난이 심화하면서 근로자들이 더 나은 임금과 조건을 찾아 대거 회사를 떠나는 ‘대퇴사’ 현상이 확산했다.

새 회사로 옮기는 것이 더 높은 급여를 받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확신 자체가 약해졌다.

이직하지 않는 것이 반드시 직장 만족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버거 이코노미스트는 “낮은 채용과 낮은 해고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재 노동시장에서 근로자들은 바깥에 좋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 직장을 오래 다니는 행동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잦은 이직이 야망이나 적극적인 경력 관리의 신호로 인식됐다면, 지금은 좋은 직장을 확보하고 이를 지키는 능력도 경력 관리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 취업자에게는 반대 효과가 나타난다.

기존 근로자가 회사를 떠나지 않으면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신규 채용도 줄어든다. 이는 대학 졸업생과 실업자, 경력 전환을 원하는 근로자가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더욱 어려워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미국의 8월 고용 증가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경기 급랭 우려는 다소 줄었다.

그러나 WSJ는 고용 증가와 별개로 채용과 퇴직이 모두 낮은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람을 쉽게 내보내지도, 새로 뽑지도 않고 근로자 역시 자리를 떠나지 않는 ‘저채용·저해고’가 지속되는 한 미국 노동시장이 완전히 활력을 되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