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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봐도 현금 쥐고 있는다…시장과 멀어진 은행의 ‘돈맥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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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봐도 현금 쥐고 있는다…시장과 멀어진 은행의 ‘돈맥경화’

- BIS, 스웨덴 27개 은행 2년 치 주간 거래 데이터 분석
- 시장에서 돈 자주 빌리는 은행은 불안할 때만 비상금 늘려
- 거래 없는 은행은 손해 감수하고 관성적으로 현금 방치
- 중앙은행 돈줄 죄기 성공하려면 ‘위기 낙인’ 공포부터 없애야
은행끼리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거래 시장에서 멀어진 은행일수록,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중앙은행에 여윳돈을 묵혀둔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은행끼리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거래 시장에서 멀어진 은행일수록,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중앙은행에 여윳돈을 묵혀둔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

은행끼리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거래 시장에서 멀어진 은행일수록,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중앙은행에 여윳돈을 묵혀둔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시장 거래가 활발한 은행은 평소에는 현금을 굴리다가 자금 시장이 불안해질 때만 비상금을 늘리는 유연함을 보였다.

국제결제은행(BIS)97(현지시각) 공개한 보고서에서 스웨덴 중앙은행(리크스방크)20233월부터 20255월까지 27개 은행 주간 거래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은행들이 비상용 현금을 실제로 어떤 이유로 쥐고 있는지 은행별 데이터로 입증한 첫 연구다.

이자 0.1%p 덜 주는데도 20조 원 묵혀둬


스웨덴 중앙은행은 매주 화요일 은행들의 남는 돈을 흡수하기 위해 1주일짜리 단기 채권을 판매한다. 이 채권은 정상적인 기준금리 이자를 쳐주고 언제든 쉽게 현금화할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투자처다.
반면 중앙은행의 일반 예금 통장에 돈을 그냥 넣어두면 채권보다 이자를 0.1%포인트 덜 받는다. , 은행 입장에서는 돈을 채권으로 굴리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다.

더욱이 스웨덴은 법으로 정해진 의무 예치금(지급준비금) 규정이 없고, 은행 간 송금에 필요한 결제 자금도 중앙은행이 낮 동안 무이자로 지원한다. 정부 세금 계좌도 중앙은행에 두지 않아 외부 변수 없이 오직 은행의 자발적인 선택만 관찰할 수 있는 독특한 환경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스웨덴 은행들은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채권을 마다하고, 이자가 낮은 중앙은행 예금 통장에 평균 1400억 스웨덴크로나(19579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그대로 방치했다.

활발한 은행은 상황 대응’, 겉도는 은행은 기계적 보관


연구진이 27개 은행(대형 5, 중형 6, 소형 16)을 자금 거래 시장 참여 여부로 나눠 살펴보니 극명한 행동 차이가 드러났다.

다른 은행들과 수시로 돈을 주고받는 15활성 은행은 돈의 입출금 변동이 커지거나 단기 자금 조달 금리가 뛸 때 비상금을 늘렸다. 반면 시장 거래가 원활해져 돈을 구하기 쉬워지면 쥐고 있던 비상금을 줄이고 자금을 운용했다.

반면 자금 거래 시장에 아예 참여하지 않는 12비활성 은행은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지난주에 넣어둔 금액을 그대로 유지했다. 돈을 굴리는 방법을 찾지 않고, 손해를 보더라도 과거에 보관하던 방식 그대로 중앙은행 통장에 묵혀둔 셈이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안전자산을 얼마나 쥐고 있어야 하는지 규정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는 두 집단 모두에서 현금 보유 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은행들이 굳이 현금이 아니더라도 국채 같은 다른 안전자산으로 규제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3억 원씩 날려…비상 창구 편히 쓰게 해줘야


스웨덴 은행들이 더 나은 투자처를 놔두고 중앙은행 예금에 돈을 묵혀둠으로써 날린 이자 수익은 하루 평균 225만 스웨덴크로나(31466만 원)에 달했다. 은행들이 적지 않은 이자 손실을 보면서도 현금 쥐고 있기를 고집한 셈이다.

실제로 과거 시중에 돈이 넘쳐나던 시기에는 은행 간 자금 거래가 거의 끊겼다가, 중앙은행이 돈줄을 죄자 다시 거래가 서서히 살아나는 모습이 확인됐다. 시중에 현금이 지나치게 풍부하면 은행들이 굳이 시장에서 돈을 빌리려 하지 않고, 돈이 부족해져야 비로소 거래에 나선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돈줄을 죄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스웨덴처럼 은행의 현금 보관 비용을 낮게 유지하고 있어, 은행들이 여전히 필요 이상의 현금을 쌓아둘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중앙은행이 시장의 돈을 원활하게 흡수하려면, 유휴 현금을 그냥 쥐고 있을 때의 비용 부담을 확실히 주고 위기 시 중앙은행 비상 대출 창구를 이용하더라도 부실 은행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