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서방 규제 직격탄 맞은 中 에너지 기업들..."정책 변동성에 해외 투자 좌초 위기"

글로벌이코노믹

서방 규제 직격탄 맞은 中 에너지 기업들..."정책 변동성에 해외 투자 좌초 위기"

선그로우 "스파이웨어 낙인에 美 수입 금지·주가 40% 폭락"… 민간기업 향한 안보 공세 토로
EVE에너지 "헝가리 배터리 공장에 100억 위안 투자… 정권 교체로 20년 감가상각 올스톱 위기"
美 ITC 특허 조사·EU 환경 규제 잇단 덫… CATL·셈코프 헝가리 공장도 멈춰 서며 확장 급제동
중국 간쑤성 둔황 태양광 산업단지의 태양광 패널 전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간쑤성 둔황 태양광 산업단지의 태양광 패널 전경. 사진=로이터

중동 전쟁발 오일 쇼크로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그로우(Sungrow·양광전원)와 EVE에너지(억위리튬)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청정에너지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의 예측 불가능한 지정학적 규제와 수입 금지 조치로 인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해외 장기 투자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였다고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세계 2위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태양광 인버터 제조사인 선그로우는 미국의 '전력망 안보(스파이웨어) 금지령'에 가로막혀 주가가 40% 이상 폭락했고, 세계 7위 배터리사인 EVE에너지는 한국 LG에너지솔루션과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특허 소송과 함께 유럽의 핵심 생산 거점인 헝가리에서 정권 교체 후 거센 환경·정치적 역풍에 직면했다.

최소 20년의 장기 회수 기간이 필요한 해외 설비 투자에서 서방의 급변하는 정책 변동성이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셈이다.

9월 9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선그로우와 EVE에너지 최고경영진은 홍콩에서 열린 블룸버그NEF(BNEF) 주최 포럼에 참석해 해외 시장의 정책 일관성과 상업적 윤리를 촉구하며 지정학적 탄압의 부당함을 일제히 호소했다.

선그로우 "고스트 소프트웨어가 뭔지도 몰라"… 美 금지령에 주가 40% 폭락


선그로우는 최근 미국 정부가 외국산 전력망 핵심 장비에 대해 국가 안보 위험을 이유로 수입 금지 처분을 내리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각각 7월과 5월부터 중국산 인버터가 원격 조작이나 백도어를 통해 전력망을 마비시키는 '스파이웨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식적인 배제 절차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선전 증시에 상장된 선그로우 주가는 지난 6월 말 언론 보도 이후 무려 40% 이상 수직 낙하했다.

안후이성 허페이에 본사를 둔 선그로우의 차이쭈(Cai Zhuang) 제품 사업 총괄 매니저는 포럼에서 "지정학적 논리는 때때로 극도로 비이성적이며, 우리처럼 완전히 민간이 소유한 순수 사기업에 대해 억울한 오해가 난무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서방 당국이 주장하는 사이버 위협을 겨냥해 "사실 우리 자신조차 그들이 말하는 '고스트 소프트웨어(유령 소프트웨어)'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며 인버터를 통한 해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EVE에너지 "100억 위안 묻었는데 포기 못 해"… 헝가리 정권 교체에 발목


EVE에너지 역시 미국과 유럽 양쪽에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미국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으로 인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유럽 시장의 전초기지로 삼았던 헝가리 공장은 현지 정치 지형 변화로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위안화강(Yuan Huagang) EVE에너지 수석 부사장은 포럼에서 "배터리 셀 기가팩토리와 같은 초대형 인프라 투자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최소 20년 이상의 감가상각 기간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현지 정부의 정책 일관성을 호소했다.

위안 부사장은 "우리 같은 기업들이 약 100억 위안(약 15억 달러·약 2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본을 현지 시장에 쏟아부은 이후에는 사업을 중간에 포기하고 철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투자 기업에 대한 안정적인 미래 예측 가능성과 비즈니스 윤리에 대한 존중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친중 성향을 보였던 헝가리는 최근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중국 기류가 급변했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CATL(닝더스다이)과 세계 최대 분리막 제조사인 셈코프(Semcorp·은첩고분)는 최근 헝가리 공장에서 주민들의 환경 오염 및 보건 문제 제기와 환경청의 규제 강화로 인해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이에 따라 차이 매니저와 위안 부사장은 서방의 엄격한 규제망을 통과하기 위해 현지 컴플라이언스(법률 준수) 체계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BNEF "에너지 안보가 전환 촉진"… 중동 확전 시 유가 100달러 돌파 경고


이러한 규제 장벽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전환 압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앨버트 청(Albert Cheung) BNEF 최고경영자(CEO)는 "고유가와 자원 무기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청정에너지 전환의 당위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주변을 모방해 전기차를 사고 지붕형 태양광을 올리는 '클러스터링(군집 효과)'이 장기적인 전환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충격이 금융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페르시아만 카르그섬의 원유 선적 터미널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해상 물류망이 타격을 입을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선을 다시 뚫고 올라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실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화요일 1.63% 상승한 배럴당 99.50달러를 기록하며 100달러 턱밑까지 치솟았다.

중국 에너지 하드웨어 기업들의 해외 투자 수난사는, 향후 ‘중국의 태양광·ESS·배터리 공급망을 배제하려는 미국과 유럽의 안보 블록화 장벽이 현실화되면서, 20년 장기 자본을 투입한 중국 민간 테크 기업들이 서방의 규제와 정치 지형 변화에 갇혀 천문학적인 매몰 비용을 치르는 냉혹한 지정학적 디커플링의 단면’인 동시에 ‘유가 폭등 속에서도 친환경 인프라 수급이 서방의 안보 검증이라는 새로운 지정학적 통행세를 치러야만 하는 이중적 딜레마’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