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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 세계 철광석 70% 쓸어 담는 '국가 구매 카르텔'로 가격 결정권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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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 세계 철광석 70% 쓸어 담는 '국가 구매 카르텔'로 가격 결정권 장악

국영 CMRG, 리오틴토·포테스큐 개별 접촉 금지령… 호주 과점에 맞선 '단일 창구' 강제
해상 수요 70% 장악하고도 분열로 손해 보던 과거 청산… BHP 가격 양보와 위안화 결제 관철
항공기·칼륨·의료기기 이어 원유·가스·곡물로 확대 조짐… 호주 "판매자 카르텔로 맞서야" 긴장
8월 13일 중국 동부 칭다오의 한 항구에서 크레인이 수입된 철광석을 하역하고 있다. 국가는 제철 원자재 구매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8월 13일 중국 동부 칭다오의 한 항구에서 크레인이 수입된 철광석을 하역하고 있다. 국가는 제철 원자재 구매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전 세계 해상 철광석 물동량의 70% 이상을 빨아들이는 중국 정부가 분열된 국내 제철소들의 개별 구매를 원천 차단하고 국영 단일 기업으로 조달 창구를 일원화하는 ‘중앙집중식 구매 카르텔’을 전면 가동하고 나섰다.

과거 일본 제철소들이 단일 대오로 누렸던 막강한 바잉 파워(구매력)를 벤치마킹해, 파편화된 자국 철강사들이 외국 광산 대기업들과 개별 협상을 벌이며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 경쟁을 벌이는 '이탈 행위'를 국가 행정력으로 억누르겠다는 포석이다.

세계 최대의 수요처라는 물리적 덩치를 국가 통제력과 결합해 글로벌 원자재 가격 결정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지정경제학적(Geo-economic) 승부수로 풀이된다.

9월 12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게재된 베이징 소재 글로벌 싱크탱크 트리비움 차이나(Trivium China)의 데이비드 팅쉬안 장(David Tingxuan Zhang) 전략 애널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자원 통제 정책은 '방대한 수요를 일사불란한 단일 목소리로 통일'하는 제도적 강제 단계에 돌입했다.

CMRG, 리오틴토·포테스큐 개별 협상 강제 중단… '구매 규율' 행정력 행사


베이징 당국은 2022년 철광석 수입 창구를 일원화하기 위해 설립한 공룡 국영 기업인 중국광물자원그룹(CMRG)을 통해 서방 광산 메이저들을 향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최근 CMRG는 복수의 자국 대형 제철소에 세계 2위 철광석 생산업체인 영국·호주계 리오틴토(Rio Tinto)와의 모든 개별 가격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호주 3위 광산 기업인 포테스큐(Fortescue)의 특정 철광석 제품에 대해 중국 주요 항구에서의 하역 및 통관 인도를 일시 중단하라는 지침을 제철소들에 하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전격적인 개입은 개별 제철소가 단기적 이익을 위해 광산업자들과 이면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중국 전체의 집단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강력한 규율 강제 조치다.
실제 외부 시장 추정에 따르면 CMRG는 이미 중국 전체 철광석 수입 물량의 50% 이상을 직접 통제하고 있으며, 그 비중은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BHP 무릎 꿇리고 위안화 결제 관철… 호주 "판매자 카르텔 맞불" 검토


이러한 국가 주도의 단일 대오는 이미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를 거두고 있다.

CMRG는 지난 4월 세계 최대 광산 기업인 호주 BHP와의 치열한 장기 계약 협상 끝에 가격 인하 양보를 공식적으로 이끌어냈다.

특히 계약 조건에 중국 위안화 기반의 가격 책정 벤치마크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합의를 관철시키며 글로벌 광물 거래에서의 탈달러화 및 금융 주도권까지 확보했다.

글로벌 광산 기업들이 더 이상 중국 제철소 간의 과당 경쟁을 유도해 높은 마진을 취하기 어려워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호주 정부는 자국 광산업체들이 연합해 협상 카르텔을 구성하는 방안까지 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규모'가 권력을 낳지 않는다… 뼈아픈 교훈서 출발한 '수요 무기화'


중국 지도부가 철광석 시장을 국가 주도로 통제하게 된 배경에는 수십 년간 겪은 뼈아픈 실패의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2000년대 초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철광석 수입국으로 부상했을 당시, 일본제철을 필두로 단일한 규율을 유지했던 일본과 달리 중국의 수백 개 영세 제철소들은 서로 더 많은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과열 입찰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호주와 브라질의 소수 과점 광산 대기업에 일방적인 가격 결정권을 헌납하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단순히 시장 규모만 크다고 해서 자동으로 글로벌 패권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강력한 통제와 조율이 결여된 수요는 외국 생산자들의 손쉬운 먹잇감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중국은 이 같은 쓰라린 학습을 토대로 다양한 전략 품목에서 '국가 통합 구매' 모델을 이미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왔다.

2000년대 캐나다와 동유럽 소수 카르텔에 맞서 국가 주도의 단일 칼륨 구매 연합을 결성해 수입 단가를 대폭 통제했다.

개별 국유 항공사의 여객기 구매를 금지하고, 국가 항공기 기자재 수입 창구를 통해 보잉과 에어버스를 상대로 대규모 패키지 단체 협상을 벌여 기술 이전과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뜯어냈다.

분산된 전국 국공립 병원의 구매력을 '중앙집중식 의약품 조달제(VBP)'로 결합해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약가를 70~80% 깎지 않으면 수천 개 병원 시장에서 전면 퇴출하겠다"는 양자택일을 강요했다.

원유·천연가스·농산물로 확산… '지정경제학적 수요 제국' 구축


시진핑 국가주석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국가 안보와 기술 자립을 위해 충분히 활용해야 할 절대적 전략 우위"로 규정하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 경제의 특성상 저렴하고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는 대외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생명선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책 브레인들은 철광석에서 입증된 중앙집중식 구매 메커니즘을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구리 등 비철금속, 대두·곡물 등 농산물 전반으로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강력히 제안하고 있다.

중국의 중앙집중식 철광석 구매 통제는, 향후 ‘전 세계 최대의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이 내부의 분열을 국가 행정력으로 봉합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상대로 단일 구매자(Monopsony) 카르텔을 가동해 가격 결정권을 틀어쥐려는 전략적 게임체인저’인 동시에 ‘단순한 시장 논리의 자유무역 시대를 끝내고 거대한 수요 자체를 국가의 지정학적 무기로 활용해 자원 부국들을 굴복시키려는 중국식 국가자본주의의 노골적인 진화’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