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 석유수요 전망 ‘극과 극’…OPEC·IEA 왜 갈렸나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 석유수요 전망 ‘극과 극’…OPEC·IEA 왜 갈렸나

OPEC은 올해 38만배럴 증가, IEA는 250만배럴 감소…EIA도 약 170만배럴 감소, 내년엔 236만~260만배럴 반등 전망
OPEC·IEA·EIA의 엇갈리는 2026년 석유수요 전망. 사진=OPEC·IEA·EIA이미지 확대보기
OPEC·IEA·EIA의 엇갈리는 2026년 석유수요 전망. 사진=OPEC·IEA·EIA

글로벌 석유시장을 전망하는 주요 기관들이 올해 수요를 놓고 정반대의 결론을 내놓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도 세계 석유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는 반면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오히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본지가 최근 나온 OPEC, IEA, EIA의 석유시장 관련 보고서를 12일(이하 현지시각) 비교·분석한 결과 올해 세계 석유수요 전망을 둘러싼 가장 낙관적인 전망과 비관적인 전망의 차이는 하루 약 288만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관별로 석유수요와 액체연료 소비를 집계하는 범위와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어 절대치의 단순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올해 수요 방향을 놓고 OPEC과 IEA·EIA가 정반대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점은 뚜렷하다.

내년으로 시선을 옮기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세 기관 모두 세계 석유수요가 하루 236만~26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같은 시장을 분석하는 주요 에너지기관들이 올해 전망에서는 극단적으로 갈리면서도 불과 1년 뒤에는 증가 전망으로 다시 크게 수렴하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전망이 엇갈리는 핵심에는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의 공급 차질이 수요를 얼마나 위축시켰는지, 아시아를 중심으로 높은 연료 가격이 소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중동의 생산·수송 정상화가 언제 이뤄질지에 대한 판단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 OPEC은 ‘증가’…IEA는 감소폭 250만배럴로 확대


OPEC이 지난 10일 발표한 9월 월간석유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석유수요는 지난해보다 하루 38만배럴 증가한 하루 1억584만배럴에 이를 전망이다.
OPEC은 올해 들어 수요 증가 전망을 다섯 차례 연속 낮췄지만 여전히 연간 수요가 증가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지역별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수요가 하루 약 11만배럴 줄어드는 대신 비OECD 지역에서 약 49만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수요는 하루 약 1만배럴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해 사실상 정체에 가깝게 봤다. 인도는 약 6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IEA의 판단은 갈수록 OPEC과 멀어지고 있다.

IEA가 11일 발표한 9월 석유시장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수요는 하루 25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8월 보고서보다 감소폭이 하루 94만배럴 더 커진 것이다.

IEA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교착 상태를 이어가면서 중동 원유 흐름의 정상화가 내년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간유분과 석유화학 원료 공급 감소, 높은 연료 가격이 소비를 계속 압박할 것으로 봤다. 수요 감소는 아시아에서 특히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IEA는 올해 2분기 세계 석유수요가 전년 동기보다 하루 530만배럴 감소한 데 이어 3분기에는 340만배럴, 4분기에도 20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8월 보고서에서 4분기 수요가 하루 58만배럴 증가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달라진 판단이다.

EIA의 9월 전망 역시 OPEC보다 IEA에 가깝다.

EIA는 세계 액체연료 소비가 2025년 하루 1억428만배럴에서 올해 1억2590만배럴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감소폭은 하루 약 169만배럴이다.

같은 2026년을 놓고 OPEC은 하루 38만배럴 증가, IEA는 250만배럴 감소, EIA는 약 170만배럴 감소를 보고 있는 셈이다.

가장 낙관적인 OPEC과 가장 비관적인 IEA 사이의 전망 차이는 하루 약 288만배럴로 확대됐다.

◇ 전망 가른 핵심은 아시아 수요·전쟁 장기화


이 같은 격차는 단순한 계산 방식의 차이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국제에너지포럼(IEF)이 지난 8월 OPEC·IEA·EIA 전망을 비교했을 때도 2026년 수요 전망은 OPEC의 하루 60만배럴 증가에서 IEA의 160만배럴 감소까지 220만배럴 차이가 났다.

IEF는 당시 전망 차이의 상당 부분이 비OECD 국가의 수요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당시 OPEC은 비OECD 수요가 하루 60만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반면 IEA는 120만배럴, EIA는 8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봤다.

특히 중국 전망이 갈렸다.

OPEC은 당시 중국 수요가 하루 약 1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IEA는 46만배럴 감소, EIA는 25만배럴 감소를 전망했다.

OPEC도 9월 보고서에서는 중국 수요 증가 전망을 하루 1만배럴 수준까지 낮췄지만 전체 세계 수요가 감소한다는 쪽으로까지 전망을 바꾸지는 않았다.

반면 IEA는 9월 보고서에서 아시아 지역의 중간유분과 석유화학 원료 수요가 높은 가격과 공급 부족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판단하면서 올해 세계 수요 감소폭을 더 확대했다.

전쟁 장기화에 대한 판단도 중요해졌다.

IEA는 중동에서 정상적인 원유 흐름이 회복되는 시점을 내년으로 미루면서 올해 세계 석유공급이 하루 570만배럴 감소한 1억70만배럴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8월 세계 석유 생산은 전달보다 하루 160만배럴 줄어 1억10만배럴로 감소했다. 걸프 지역에서는 1000만배럴이 넘는 생산이 중단된 상태가 이어졌다.

수요가 크게 줄어들더라도 공급 감소폭이 더 크고 재고까지 빠르게 소진되면서 시장 수급은 여전히 빠듯한 상황이라는 것이 IEA의 판단이다.

IEA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이후 세계에서 관측되는 석유재고는 모두 5억700만배럴 감소했다. 하루 평균으로는 280만배럴씩 줄어든 셈이다.

8월 한 달에만 재고가 9500만배럴 감소했다. 비OECD 재고는 중국을 중심으로 5200만배럴 줄었고 해상에 떠 있는 원유 물량도 6500만배럴 감소했다.

◇ EIA “올해 91달러, 내년 74달러”


전망 분열은 유가의 향방을 판단하는 데도 중요하다.

EIA는 9월 단기에너지전망에서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91달러(약 12만2000원), 하반기 평균을 약 90달러(약 12만1000원)로 예상했다.

중동 공급 차질로 올해 들어 세계 원유재고가 약 4억배럴 감소했고 연말까지 추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EIA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과 대체 수송로가 점차 늘어나면서 중동 생산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수출 제약이 연말까지 지속돼 중동 원유 생산은 2027년 2분기까지 전쟁 이전 평균을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브렌트유는 2027년 평균 74달러(약 9만9000원)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공급 부족으로 급감한 재고가 내년 생산 회복과 함께 다시 쌓이기 시작한다는 것이 가격 하락 전망의 핵심 전제다.

EIA 전망대로라면 현재의 고유가는 구조적인 공급 부족이라기보다 전쟁으로 막혀 있는 생산과 수송이 언제 풀리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 150달러 전망 빗나간 이유…재고와 중국


에너지시장 조사기관 라이스타드에너지가 8일 발표한 보고서는 올해 국제유가가 당초 우려만큼 오르지 않은 이유에 주목했다.

라이스타드에너지는 지난 2월 이후 중동에서 발생한 원유 공급 차질 규모가 한때 하루 약 1500만배럴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일부 전망에서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50달러(약 20만2000원)를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후 6개월 동안 국제유가는 평균 약 90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라이스타드에너지는 재고와 대체 수출 인프라, 중국의 수요 조절이 충격을 흡수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이 국제유가가 오를 때 원유 구매를 조절하고 보유 재고를 활용하면서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 사실상 수요 측면의 완충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런 완충장치가 무한하지 않다는 점이다.

라이스타드에너지는 재고가 계속 줄어들면서 지금까지 유가 상승을 억제한 시장의 대응 능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IEA의 9월 보고서에서도 재고 감소 속도는 더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줄어도 공급과 재고가 더 빠르게 감소한다면 가격은 오히려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세계은행 “지정학적 공급 1% 감소하면 유가 11.5% 상승”


세계은행의 분석도 국제유가 전망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뒷받침한다.

세계은행은 지난 4월 원자재시장전망에서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차질이 초래한 초기 세계 석유 공급 감소 규모를 하루 약 1000만배럴로 추산했다.

당시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가장 심각한 공급 차질이 5월까지 끝나고 호르무즈 해협 수송이 연말까지 점진적으로 정상화된다는 전제 아래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86달러(약 11만6000원)로 예상했다.

반면 에너지 시설 피해가 확대되고 수출 회복이 늦어지는 경우 올해 평균 가격이 최대 115달러(약 15만5000원)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IEA가 9월 보고서에서 중동 공급 정상화 시점을 내년으로 미룬 점을 고려하면 세계은행이 제시했던 기본 시나리오보다 실제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은행의 과거 사례 분석에 따르면 지정학적 위험이 급등하는 시기에 원유 생산이 1% 감소하면 국제유가는 평균적으로 최대 11.5% 상승했다.

일반적인 석유 공급 충격 때보다 가격 반응이 약 두 배 강했다.

지정학적 위기에서는 실제로 사라진 원유 물량뿐 아니라 향후 공급 부족에 대비한 재고 확보와 예방적 구매까지 동시에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 올해는 더 벌어지고 내년엔 236만~260만배럴 증가


흥미로운 대목은 2027년이다.

올해 세계 석유수요를 놓고 하루 288만배럴까지 엇갈리는 세 기관이 내년 수요 증가 전망에서는 다시 비슷한 숫자를 제시하고 있다.

OPEC은 2027년 세계 석유수요가 하루 236만배럴 늘어 1억819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IEA는 9월 보고서에서 내년 수요가 하루 26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예상되는 250만배럴 감소분을 소폭 웃도는 반등이다.

EIA도 올해 하루 1억2590만배럴인 세계 액체연료 소비가 내년 약 1억4980만배럴로 늘어 하루 약 239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에는 증가와 감소로 완전히 엇갈린 세 기관이 내년에는 하루 236만~260만배럴 증가라는 비교적 좁은 범위로 수렴하는 셈이다.

다만 공급 전망은 또 다른 변수다.

EIA는 세계 액체연료 생산량이 올해 하루 1억60만배럴에서 2027년 1억990만배럴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수요보다 공급 회복 속도가 빠른 만큼 내년에는 재고가 다시 늘고 유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IEA 역시 올해 하루 570만배럴 감소하는 세계 공급이 내년에는 하루 800만배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주요 기관들의 전망을 관통하는 핵심 변수는 단순히 ‘석유수요가 늘 것인가 줄 것인가’가 아니다.

올해 남은 기간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의 생산·수송망이 얼마나 빨리 정상화되는지, 그때까지 세계 석유재고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중국을 비롯한 주요 소비국이 고유가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가격의 향방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올해 수요 전망은 오히려 더 크게 벌어졌지만 내년 증가폭은 다시 좁은 범위로 모이고 있다. 이는 현재 주요 기관 간 전망 차이가 장기적인 석유수요 방향 자체보다 이란 전쟁이 올해 소비와 공급에 미치는 충격의 크기와 정상화 시점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서 크게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