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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108억 달러 완공"… 中, 亞 직통 '핑루 운하' 개통하며 남진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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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108억 달러 완공"… 中, 亞 직통 '핑루 운하' 개통하며 남진 가속도

727억 위안 투입한 '세기의 프로젝트' 개통… 주강 삼각주 우회해 남부 통킹만 직결
항로 560km 단축 및 연간 52억 위안 물류비 절감… 2035년 베이부만 항구 물동량 2억 톤 추가
캄보디아·태국 등 해외 일대일로 표류와 대조… 아세안 "투자 환영하나 中 과잉생산 밀어내기 경계"
2024년 6월 핑루 운하를 위해 친저우 인근 진강 준설 작업.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6월 핑루 운하를 위해 친저우 인근 진강 준설 작업. 사진=AP/뉴시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전방위적인 대중국 관세 장벽 속에서 동남아시아가 중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확고히 자리 잡은 가운데, 중국 정부가 내륙 제조업 기지와 아세안(ASEAN)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108억 달러(약 14조 5,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내륙 수로 ‘핑루(平陸) 운하’를 착공 단 4년 만에 전격 완공하고 공식 개통한다.

기존에 내륙 화물이 상하이, 광저우, 홍콩 등 동부 해안의 양쯔강 및 주강(진주강) 삼각주로 수천 킬로미터를 우회해야 했던 비효율을 깨고, 광시좡족자치구 내륙 수계(시강)를 남쪽 통킹만(베이부만)으로 곧바로 관통시킨 것이다.

과거 수에즈·파나마 운하에 필적하는 공학적 난공사를 국가 동원 체제로 단 4년 만에 밀어붙인 이번 개통은,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중국의 공급망을 동남아시아 경제권과 물리적으로 강제 결합하려는 베이징의 거대한 지정학적 '남진(南進)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9월 12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17일 광시의 수도 난닝에서 개막하는 연례 '중국-아세안 엑스포(CAEXPO)' 일정에 맞춰 핑루 운하의 상업 운항을 정식 개시한다.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105배 흙 파내… 65m 낙차 뚫은 '공학적 돌파'


중국 당국이 1,000년 전 베이징과 항저우를 잇던 경항 대운하에 빗대어 ‘세기의 프로젝트’로 명명한 핑루 운하는 1920년 쑨원(孫文)이 저서 『건국방략(중국의 국제발전)』에서 "내륙 윈난·구이저우성을 해양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한 구상을 100여 년 만에 현실화한 것이다.

공사 규모와 공학적 난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광시 내륙 산악 지대를 뚫기 위해 파낸 토사와 암석만 약 3억 1,500만 입방미터(㎥)에 달한다. 이는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인 '냐오차오(새둥지)' 105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방대한 양이다.

특히 해수면과의 낙차가 65미터에 달하는 내륙 고지대와 바다를 잇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최대 5,000톤급 화물선을 단 30초 만에 개폐하며 들어 올리고 내릴 수 있는 3단계 거대 유압식 수문 갑문 시스템을 구축했다.
수문 작동 메커니즘을 3D 프린팅으로 특수 제작하고 수직 적층식 절수 수조를 자체 설계하는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 돌파구도 마련했다.

항로 560km 단축·연 52억 위안 절감… 파나마 대비 '공짜 통행료' 파격


운하 개통의 경제적 파급력은 즉각적이다.

화물선들이 광둥성 광저우나 선전, 홍콩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통킹만으로 빠져나가면서 해상 운송 경로가 기존 대비 무려 560km 단축된다.

중국 관영 CCTV는 이를 통해 역내 기업들의 물류비용이 연간 52억 위안(약 1조 원) 이상 절감될 것으로 분석했다.

통행료 정책 역시 공격적이다.

물류 대란으로 갑문 경매 슬롯 가격이 250만 달러를 웃돌았던 파나마 운하와 달리, 중국 당국은 2026년 남은 기간 동안 핑루 운하 수문 통과료를 전면 무료화하기로 했다.

이후에도 총톤수당 단 1위안(약 190원)의 상징적인 요금만 부과해 내륙 화물의 운하 유입을 강제 유도할 계획이다.

중국 톈펑(TF)증권은 2035년까지 핑루 운하가 싱가포르 PSA와 합작 운영 중인 베이부만 항구(친저우·팡청강·베이하이)에 연간 2억 톤의 신규 화물량을 추가로 안겨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이미 3억 5,800만 톤을 처리한 베이부만 항구의 처리 능력은 이번 운하 개통으로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할 전망이다.

캄보디아 푸난테초·태국 크라 등 해외 일대일로 '표류'와 극적 대조


전문가들은 중국 본토 내에서 단 4년 만에 108억 달러 공사를 끝낸 속도전이, 동남아 현지에서 추진 중인 '해외 운하 프로젝트'들의 극심한 지연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짚었다.

캄보디아 푸난테초 운하는 메콩강 삼각주의 베트남 의존도를 끊기 위해 중국수출입은행이 10억 달러를 지원하고 중국교로공사가 시공하는 17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는 지난달 착공식을 가졌으나, 토지 보상과 환경평가 갈등으로 여전히 본공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태국 크라 운하 및 니카라과 운하는 말라카 해협을 우회하려던 태국 운하 구상은 안보 주권 문제로 승인이 보류됐고, 500억 달러짜리 중미 니카라과 운하는 10년간 방치된 끝에 개발 면허가 전격 취소됐다.

제임스 보튼(James Borton)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선임연구원은 "중국 본토에서는 자금, 토지, 노동력, 정치 권력을 일사불란하게 동원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우호국이라 할지라도 영토 주권, 환경 심사, 인근국과의 외교적 마찰이라는 복잡한 장벽에 부딪힌다"고 설명했다.

아세안의 복잡한 셈법: "제조 허브 도약" vs "中 과잉생산 밀어내기"


전문가들은 핑루 운하에 투입된 727억 위안의 직접적인 자본 회수 여부보다 장기적인 지정학적 파급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폴 로드리그(Jean-Paul Rodrigue) 텍사스 A&M대 해양경영학 교수는 "핑루 운하는 당장의 회계적 투자 수익(ROI)을 따지는 사업이 아니라, 향후 10~20년간 새로운 무역 경로와 해외 시장 접근성을 강제로 창출하기 위한 전략적 매몰 비용"이라고 규정했다.

실제 이 운하는 미국의 '디커플링(공급망 분리)' 및 고율 관세를 피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으로 생산 기지를 옮긴 다국적 기업과 중국 제조사들의 원자재 및 부품 조달 동맥 역할을 하게 된다.

프리얀카 키쇼어(Priyanka Kishore) 포럼 시더스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큰 틀에서 보면 아세안이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비용 효율적인 제조 허브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굳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동남아 현지에서는 중국의 거대한 산업 과잉 생산 능력이 안방 시장을 덮칠 수 있다는 공포도 공존한다.

이미 광시 난닝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건설되었던 호존(Hozon) 전기차 공장이 심각한 적자 속에 방치되어 있는 사례처럼, 중국 내수 부진을 털어내기 위한 밀어내기 수출 통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SAIS의 보튼 연구원은 "동남아 정부들은 중국과의 경제 통합과 인프라 유입은 원하지만, 자국 시장이 서방에서 퇴출당한 중국산 덤핑 제품의 '과잉 설비 배출구'가 되는 것은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핑루 운하의 전격 개통은, 향후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과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내륙의 원자재와 중간재를 동남아시아 제조 벨트로 최단거리 직결시키는 거대한 지정경제학적 남진 수로의 개막’인 동시에 ‘동남아 국가들에게는 공급망 흡수라는 기회와 중국산 과잉 덤핑 공습이라는 위협을 동시에 안겨주는 아시아 무역 지형의 중대한 지각변동’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