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앤트로픽(Anthropic)의 최고경영자(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주도해 온 ‘AI 속도조절론’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 사업 사령탑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이 전격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오픈AI의 최대 투자사이자 글로벌 빅테크의 가장 큰 손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가 AI 통제와 안전성 확보에 공개적으로 힘을 싣고 나서면서, 기술 업계의 속도조절 논의는 급격히 힘을 얻고 있다.
술레이만 MS AI CEO는 2026년 9월 14일 자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간 최우선 AI(Human-First AI)’ 행동강령을 공식 발표했다. 핵심은 단호하다. AI는 인간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범위 안에서만 작동해야 하며, 스스로 독립적인 목표를 설정할 수 없다. AI가 자신의 추론 과정이나 코드를 은폐하는 행위, 그리고 인간이 판독할 수 없는 신경망 내부 언어로 기계끼리 소통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했다. 나아가 AI의 법인격 인정 요구나 모델 자체의 권리 보유 주장도 거부했다.이는 "인공지능의 폭주를 막기 위해 엄격한 안전성 평가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경고해 온 다리오 아모데이의 철학과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런던 서민가에서 옥스퍼드 중퇴까지: 이민자 가정 출신의 반골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일반적인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과 출생부터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1984년 8월 영국 런던 북부에서 시리아 출신 이민자 택시 기사 아버지와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 병원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런던 공립 명문 그래머스쿨인 퀸 엘리자베스 스쿨(Queen Elizabeth's School)을 거쳤다. 이 시절 그는 훗날 딥마인드를 함께 세우는 데미스 허사비스의 동생과 절친한 친구로 지내며 허사비스 가문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옥스퍼드 대학교 맨스필드 칼리지에 진학해 철학과 신학을 전공했으나, 19세에 자퇴했다. 이론적인 학문보다 현실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실천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대학을 박차고 나온 술레이만은 비영리 단체와 공공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소외 계층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무슬림 청소년 헬프라인’을 창립해 운영했고, 켄 리빙스턴 전 런던 시장 시절에는 런던 시장실의 인권 정책관으로 일했다. 이어 유엔(UN), 네덜란드 정부 등과 갈등 조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컨설팅 펌 '리오스 파트너스'를 창업했다. 컴퓨터 코드를 짜기 전에 인간 사회의 갈등과 제도의 중요성을 먼저 체득한 이 특이한 이력이 그를 기술 윤리가이자 전략가로 만들었다.
2010년, 술레이만은 데미스 허사비스, 셰인 레그와 손을 잡고 런던에서 '딥마인드(DeepMind Technologies)'를 창업했다. 허사비스가 뇌과학 기반 딥러닝 연구에 몰두할 때, 술레이만은 이 기술을 현실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상업화를 지휘했다. 구글 데이터센터에 머신러닝을 적용해 냉각 전력 소비를 40% 절감시켰고, 영국 NHS와 협력해 안구 질환 진단 AI를 구축하는 '딥마인드 헬스'를 이끌었다.
2014년 구글이 딥마인드를 약 4억 파운드(당시 약 7,000억 원)에 인수하며 술레이만은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의료 데이터 취급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과 사내 업무 방식 문제로 조사를 받으며 2019년 일선에서 물러났다. 구글 본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AI 정책을 맡았으나, 빅테크의 관료주의에 한계를 느끼고 2022년 초 회사를 떠났다. 2022년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만과 함께 생성형 AI 스타트업 '인플레이션 AI(Inflection AI)'를 설립했다. 이용자의 감정을 읽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비서 모델 '파이(Pi)'를 선보이며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부터 13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24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총괄 CEO는 인플레이션 AI의 핵심 인력과 지식재산권을 사실상 흡수하는 방식을 통해 술레이만을 신설 조직 '마이크로소프트 AI'의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MS 인공지능 전략의 총지휘자: 술레이만의 역할과 위상
사티아 나델라 회장 직속으로 임명된 술레이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사 AI 역량을 재편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그의 지휘 아래 움직이는 영역은 명확하다.윈도우(Windows), 검색엔진 빙(Bing), 웹 브라우저 엣지(Edge)에 탑재되는 코파일럿(Copilot)의 개발과 배포를 총괄한다. MS는 그동안 오픈AI의 GPT 모델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으나, 술레이만 영입 이후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역량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글로벌 AI 판도를 움직이는 핵심 리더 대다수는 과거 구글과 딥마인드에서 연구를 시작한 이른바 '구글 AI 마피아' 출신들이다.구글이 2017년 현대 거대언어모델(LLM)의 뼈대가 된 논문 'Attention Is All You Need'를 발표하며 AI 르네상스를 열었지만, 구글의 보수적 의사결정에 답답함을 느낀 핵심 인재들이 독립해 오늘날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현재 시장을 좌우하는 구글 출신 핵심 인물들로 우선 슐레이만을 들 수 있다. 무스타파 술레이만 MS AI CEO는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 및 구글 AI 부사장 출신이다. MS의 소비자 AI 전 제품군 총괄하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 다니엘라 아모데이 (앤트로픽 공동 창업자)역시 구글 브레인(Google Brain) 연구원 출신이다. 아모데이 남매는 오픈AI 연구 부사장을 거쳐 안전성 최우선 모델 '클로드(Claude)'를 개발한 속도조절론의 주역이다. 일리아 수츠케버 (SSI 창업자)도 주목을 끈다. 그는 구글 브레인에서 심층신경망을 개척한 제프리 힌튼 교수의 제자이다. 오픈AI 수석 과학자로 재직하며 챗GPT 탄생을 이끌었으나, 안전성 문제로 샘 올트먼과 갈등 끝에 나와 초지능 안전성 연구 기업 SSI(Safe Superintelligence)를 세웠다.
아서 멘슈 (미스트랄 AI CEO)역시 구글 딥마인드 파리 연구소 수석 연구원 출신이다. 프랑스에서 유럽 최대 오픈소스 AI 기업인 '미스트랄 AI'를 창업했다. 노암 샤지어 (구글 수석 연구원 / 전 캐릭터 AI 창업자)는 트랜스포머 논문의 핵심 공동 저자이다. 대화형 AI 스타트업 '캐릭터 AI'를 창업해 성공시킨 뒤, 구글이 27억 달러를 들여 그를 포함한 팀을 다시 영입했다. 에이단 고메즈 (코히어 CEO)는 트랜스포머 논문의 최연소 공동 저자로 구글 브레인 출신이다. 기업용 LLM 시장 강자인 '코히어(Cohere)'를 설립했다.
무스타파 술레이만의 통제론
이번 무스타파 술레이만의 선언은 다리오 아모데이가 외롭게 외치던 ‘AI 위험 대비론’을 업계 최고 권력의 무대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결정적 분기점을 만든다.트럼프와 젠슨 황으로 대표되는 가속 진영은 "속도를 늦추면 패권 경쟁에서 패배한다"는 경제적·정치적 논리를 앞세운다. 반면 술레이만과 아모데이는 "통제할 수 없는 속도는 파멸을 부른다"는 기술적 실체론을 지적한다.
자신의 손으로 딥마인드를 세우고 최첨단 모델을 구축해 본 술레이만은 기계가 자율성을 갖는 순간 인간이 이를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가장 정확하게 아는 실무자다.마이크로소프트의 거대한 자본과 인프라가 '통제 가능한 AI'로 방향타를 튼 지금, 무스타파 술레이만의 행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제품 전략을 넘어 글로벌 AI 산업 생태계가 감속 장치를 달고 달릴 것인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할 것인지를 가르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