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분석 하루 약 80건꼴…前백악관 윤리변호사 이해충돌 우려, 백악관 “외부기관 자동 운용”
이미지 확대보기이는 같은 기간 미 연방 상·하원 의원 전체가 신고한 거래 건수를 웃도는 규모여서 이해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이 개별 투자 결정에 관여하지 않고 외부 금융기관이 자동화된 지수 추종 모델을 이용해 독립적으로 운용한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블룸버그통신의 재산공개 자료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 또는 그의 자산운용자들이 집권 2기 출범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17개월 동안 약 2만8700건의 증권거래를 했다고 2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같은 기간 미 하원의원들은 약 1만9400건, 상원의원들은 약 2900건의 거래를 신고해 의회 전체 거래는 약 2만2300건이었다.
트럼프 명의 투자계좌의 거래 횟수가 의원 535명의 신고 거래를 합친 것보다 약 6400건 많았던 셈이다.
◇1기 때 부동산 중심…2기 들어 증권거래 급증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 형태는 집권 1기와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8월까지 매입한 지방채와 회사채만 1억달러(약 1389억원)를 넘었고 이후 공개분까지 합친 채권 매입액은 3억3700만달러(약 4681억원)를 웃돌았다.
주식거래는 올해 5월 공개된 1분기 재산신고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당시 90일 동안 약 3600건의 거래가 신고됐다.
지난 6월 30일 공개된 연간 재산신고에는 2025년에만 2만1000건이 넘는 증권거래가 기재됐다. 포춘은 “신고된 거래금액 범위를 합산하면 6억~18억6000만달러(약 8334억~2조5835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8개의 투자계좌를 신고했지만 어떤 금융기관이 각 계좌를 관리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前 백악관 윤리변호사 “소유권 있으면 이해충돌 문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수석 윤리변호사를 지낸 리처드 페인터 미네소타대 증권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명의 계좌에서 이처럼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이해충돌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재임 중 이 정도로 적극적인 증권거래가 공개된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린든 존슨 이후 일반적으로 백지신탁을 이용하거나 광범위한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미 국채 등 이해충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산을 보유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취임 후 가족의 땅콩 사업을 백지신탁에 맡겼고 이후 매각했다.
페인터 교수는 “누가 실제 매매 지시를 내리는지와 별개로 대통령이 해당 투자계좌의 경제적 소유권을 갖고 있다면 정책 결정과 보유자산 사이에 이해충돌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페인터는 다만 “공개된 자료만으로 내부자거래를 주장할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외부 금융기관이 독립적으로 자동 운용”
백악관은 이해충돌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데이비스 잉글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금융자산은 제3자 금융기관들에 의해 독립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기관은 ‘슈왑1000’ 같은 공인 주가지수를 자동으로 복제하는 컴퓨터 기반 모델 포트폴리오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가족이 개별 종목의 매매 시기나 대상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백악관은 “이해충돌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어떤 금융기관이 계좌를 관리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5월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이 자녀들이 관리하는 신탁에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에릭 트럼프도 가족 구성원이 개별 주식을 직접 매수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도어대시·에너지주 등 거래 시점도 논란
포춘은 일부 거래 시점이 대통령의 정책 결정이나 경제현안과 가까웠다는 점도 지적했다.
올해 1분기 신고자료에는 도어대시 주식을 최대 138만달러(약 19억원) 매입한 거래가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백악관 행사에서 팁을 받는 노동자의 세금 문제를 논의하면서 도어대시를 통해 맥도날드 음식을 주문한 바 있다.
트럼프 명의 계좌에서는 반도체 관세 예외 관련 정보가 시장에 알려진 직후인 2월 10일 대형 클라우드 업체 주식 500만~2500만달러(약 69억~347억원)어치가 매도된 것으로 신고됐다.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뒤에는 에너지 관련 주식을 매입했고 계란 공급 부족이 심화됐을 때 미국 최대 계란생산업체 칼메인푸즈 주식을 매수한 뒤 약 두 달 후 매도한 기록도 나왔다.
◇대통령은 연방 이해충돌법 적용 예외
미국의 현행 법체계도 논쟁의 배경이다.
연방 형사 이해충돌법인 미 연방법 18편 208조는 일반적으로 행정부 공직자가 자신의 재산상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사안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러나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대통령과 부통령은 이 조항에서 사용하는 ‘공직자·직원’의 정의에서 제외돼 208조의 직접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금융자산 보유와 거래를 둘러싼 문제는 상당 부분 법적 금지보다는 공개와 정치·윤리적 기준을 통해 관리돼왔다.
미 하원은 지난 7월 ‘내부자거래금지법’을 232대 198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현직 연방의원과 배우자, 부양자녀가 상장기업 주식을 새로 사는 것을 금지하고 기존 주식을 팔 때도 사전에 공개하도록 규정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올해 국정연설에서 의회의 주식거래 규제법을 신속히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하원을 통과한 법안의 적용 대상에는 대통령과 부통령이 포함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 명의 계좌에서 의회 전체보다 많은 증권거래가 이뤄졌다는 이번 집계는 재임 중인 대통령의 개인 금융자산을 어느 수준까지 제한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미국 내 논쟁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백악관은 거래가 외부 기관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져 이해충돌이 없다는 입장인 반면 페인터 교수 등은 대통령이 경제적 소유권을 갖는 이상 잠재적 이해관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