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사방에서 신무기 사들이는 인도네시아…11년 멈춘 백서가 부른 군수 청구서

글로벌이코노믹

사방에서 신무기 사들이는 인도네시아…11년 멈춘 백서가 부른 군수 청구서

- 라팔·J-10C 잇단 도입에 단일국 의존 벗어났으나 정비·물류 분절 가중
- 2026년 해외 차입 3조 9525억 원 편중…국내 방위산업 지원의 12배 넘어
- 분담금 완납 마친 KF-21, 현지 예산 우선순위 밀려 양산 도입 계약 연기 우려
한국 공군은 예천기지에 재활성화된 제156전투비행대에 양산형 KF-21 보라매 1호기를 인도했다. 사진=KAI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공군은 예천기지에 재활성화된 제156전투비행대에 양산형 KF-21 보라매 1호기를 인도했다. 사진=KAI
인도네시아 정부가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와 수송기를 추가로 들여오며 46조 5000억 루피아(약 3조 4363억 원) 규모의 해외 차입 중심 군 현대화에 속도를 낸다.

인도네시아 일간지 콤파스(Kompas.id)는 2026년 10월 20일(현지시각) 무기 수입선 다변화가 과거 겪었던 무기 금수나 특정국 종속 위험을 줄여준 반면 통합 방위 교리와 국방백서 부재로 군수 관리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현지의 전력 재편은 2026년 6월 체계개발 분담금 완납을 마친 한국형 전투기 KF-21의 후속 완제품 양산 계약 일정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바다와 하늘 채우는 각국 무기…단일국 종속 탈피의 이면


인도네시아군은 최근 2년 동안 공군과 해군 장비를 넓게 확충했다. 공군은 프랑스산 라팔 에프4(F4) 전투기 6대와 에어버스 에이400엠(A400M) 아틀라스 수송기 2대를 실전 전력에 포함했다. 해군 역시 프리깃 케이알아이(KRI) 브라위자야 320함과 프라부 실리왕이 321함,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무상으로 넘겨받아 이름을 바꾼 항공모함 스리위자야 100을 들여왔다.

추가 도입 행보도 폭넓다. 터키와는 5세대 전투기 칸(KAAN) 구매 계약을 맺었고, 중국과는 제이-10시(J-10C) 전투기 도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공군은 미국산 에프-16(F-16), 러시아산 수호이-30과 수호이-27, 영국산 호크를 비롯해 이미 실전 배치된 한국산 고등훈련기 티-50아이(T-50i)와 향후 공급 목표 기종인 케이에프-21까지 다양한 공급국의 전력을 망라하고 있다.

수송기 역시 스페인산 시-295(C-295)와 미국산 시-130제이(C-130J)를 나란히 배치했다. 해군 함정 공급국도 한국,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에 이어 앞으로 일본과 터키로 확장된다. 과거 서방의 제재를 겪었던 인도네시아로서는 특정 국가의 수출 통제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자구책이다.

11년 멈춰선 국방백서와 쪼개진 정비 체계


도입국이 지나치게 흩어지면서 상호 운용성과 부품 조달 체계는 복잡해졌다. 무기마다 고유한 소스코드가 달라 다른 기종으로 대체하기 어렵고, 부품 공급망과 정비사·조종사 훈련 체계가 갈라진다.

유수프 자우하리 국방부 차관은 2026년 10월 15일 취임 직후 취재진에게 물류 관리의 복잡성을 인정하며, 군사 역량을 뒷받침하도록 자국 방위산업체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실시한 콤파스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2.8%가 군 현대화의 필요성을 지지했다.
군사 전문가 콘니 라하쿤디니는 무기를 사들이는 행위가 곧바로 전투력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실제 충돌이 발생하면 공급국의 후속 지원이 끊기더라도 스스로 탐지하고 대응하며 버텨내는 능력이 검증받는다는 설명이다. 인도네시아 국방전략연구소(LSSS)의 리잘 달마 푸트라 집행이사도 장기 관점의 통합 방위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국방백서의 공백을 근본 원인으로 꼽는다. 연구기관 엘에이비 45(LAB 45)의 잘레스와리 프라모다하르다니 소장은 국방백서 부재가 11년 넘게 이어진 배경에 명문화된 기준을 피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백서가 없으면 방위산업체가 장기 수요를 가늠하지 못해 설비 투자를 주저하게 된다. 실제로 2026년 인도네시아 국가예산에서 군 현대화 해외 차입금은 46조 5000억 루피아에 달했으나, 자국 방위산업 지원 차입금은 3조 7000억 루피아(약 2734억 원)에 그쳤다.

한국 방산 생태계의 주시점…분담금 매듭 뒤 양산 계약 변수


인도네시아의 차입 편중과 다변화 정책은 한국 방위산업체에도 직접적인 계산을 요구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4년 8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합의에 따라 체계개발 분담금을 6000억 원으로 조정하고 관련 기술 이전과 시제기 제공 범위를 축소한 바 있으며, 해당 잔금은 2026년 6월 전액 송금해 납부를 마쳤다.

개발비 분담금 미납 문제는 일단락됐으나, 실질적인 수출 실적과 방산 생태계의 지속성은 향후 체결될 완제품 양산 도입 계약의 성사에 달려 있다.

인도네시아 국회가 심의할 2027년 국방 예산안은 189조 루피아(약 13조 9671억 원) 규모다. 2024년에 이전 최소 필수전력 계획이 종료된 뒤 후속 공식 지침이 비어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산 라팔 잔여분과 중국산 전투기 도입 대금이 우선 배정될 경우 한국산 전투기 양산 계약 체결과 생산 착수가 뒤로 밀릴 여지가 있다.

반대로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통합 교리를 재정립하고 이미 공군 주력 훈련기로 자리 잡은 T-50 계열과의 군수 호환성을 높이 평가해 KF-21 양산 예산을 배정한다면 수출 밸류체인은 안정 궤도를 유지하게 된다. 다양한 기종의 혼용으로 늘어나는 정비 유지비 부담을 자국 예산이 감당해낼 수 있을지가 후속 완제품 계약의 실질적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