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직시해야 할 것은 CXMT가 더 이상 가볍게 다룰 추격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글로벌 D램·HBM 시장 점유율은 올해 2분기 10%로, 1분기 8%에서 올랐고 1년 전 4%와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뛰었다. 자금력도 갖췄다. 지난 7월 27일 상하이 과창판 상장으로 약 86억 달러를 조달해 증설과 기술 개발의 실탄을 확보했다. 가격 경쟁력 역시 위협적이다. CXMT 제품은 한국산보다 15~20% 싸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산 메모리는 이제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대안이다.
물론 황 CEO의 발언을 곧장 엔비디아의 중국산 메모리 도입 공식화로 단정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기술 격차다. 엔비디아 AI 가속기의 핵심은 HBM이다. 그러나 CXMT의 HBM은 아직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CXMT는 올해 말 HBM3 양산을 목표로 했으나, 4월 기준으로도 샘플링과 테스트 단계에 있으며 일정이 밀리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엔비디아 주력 제품이 HBM3E를 넘어 HBM4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전 세대의 양산조차 확인되지 않은 공급사를 핵심 부품 공급망에 넣기는 어렵다.
둘째, 규제 리스크다. CXMT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애플조차 메모리 수급난 속에서 백악관을 상대로 CXMT를 거래제한 명단에서 빼 달라고 로비를 벌이는 상황이라는 점은, 역설적으로 미국 기업이 이 회사와 거래하는 데 얼마나 큰 정치적 부담이 따르는지를 보여준다.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통제 정책 한가운데 있는 엔비디아가 이를 무시하고 대규모 구매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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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발언이 구매자의 화법이라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메모리를 가장 많이 사는 기업이다. 공급이 빠듯하고 가격이 치솟는 국면에서 구매자가 쓸 수 있는 최고의 카드는 '대안이 있다'는 신호다. "메모리는 다다익선"과 "중국산에도 열려 있다"는 두 발언은 한 쌍으로 읽어야 한다. 앞 문장은 공급사들에 증설을 멈추지 말라는 주문이고, 뒤 문장은 가격 협상에서 엔비디아가 쥔 지렛대를 상기시키는 장치다.
그러나 협상용 발언이라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다. '열린 마음'이란 결국 조건이 맞으면 문이 실제로 열릴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균열은 HBM이 아닌 곳에서 먼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황 CEO는 이번 인터뷰에서 저전력 메모리인 LPDDR을 지속적으로 대량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서버용 CPU와 각종 보조 메모리처럼 기술 장벽이 HBM보다 낮은 영역에서는 중국산의 가격 경쟁력이 충분히 통할 수 있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 판매하는 제품에 중국산 메모리를 조합하는 시나리오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황 CEO가 대중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자체 반도체 역량을 앞당겼다고 평가한 대목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미·중 규제 환경은 한국 기업에 방패이자 족쇄다. 규제가 CXMT의 서방 시장 진입을 막아주는 동안에도, 중국 기업은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체력을 키우고 있다. 규제라는 외부 조건에 기대는 경쟁력은 정책 기조 하나가 바뀌면 사라진다. 공급망 외교와 연구개발 지원은 그 시간을 벌어주는 수단이어야지, 안주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젠슨 황의 "열린 마음"은 당장의 중국산 도입 선언이라기보다 경고장에 가깝다. 듣기 좋은 첫 문장에 취하면 두 번째 문장을 놓친다. 세계 최대 고객이 다른 문을 두드려볼 수 있다고 말했을 때, 공급자가 할 일은 그 문 너머에 자신보다 나은 선택지가 없음을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뿐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