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생산직 24만4000명 감소·관리직 등 35만8000명 증가
공장 자동화로 엔지니어·설비기술자 수요 확대…학력 장벽도 높아져
공장 자동화로 엔지니어·설비기술자 수요 확대…학력 장벽도 높아져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제조업 고용이 수년간의 감소세에서 벗어나 다시 증가하고 있지만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의 성격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 자동화가 확대되면서 단순 조립과 기계 조작 업무는 줄어드는 반면 엔지니어와 데이터 분석가, 첨단 설비를 관리하는 기술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가 다시 늘어나더라도 과거처럼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공장에 취업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자동화 설비와 복잡한 생산시스템을 다룰 수 있는 전문지식이 중요해지면서 대학 학위나 별도의 기술교육을 요구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제조업체들이 지난해 12월 이후 고용인원을 7만2000명 늘렸지만 신규 채용이 고숙련 기술직과 전문직에 집중되면서 제조업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10년간 생산직 24만4000명 감소…관리·전문직은 증가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제조업에서 조립공과 기계 조작원 등 생산직 일자리는 24만4000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관리직과 경영·재무 업무 관련 일자리는 35만8000개 증가했다.
전통적인 공장 생산직 고용이 줄어드는 동안 공장을 관리하고 생산시스템을 운영하는 직종은 확대된 것이다.
이같은 변화에는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설비의 도입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현대적인 제조시설에서는 센서와 데이터 분석시스템을 활용해 기계의 상태를 확인하고 고장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로봇이 늘어날수록 로봇 자체를 관리하고 유지·보수할 수 있는 숙련 기술자의 필요성도 커진다.
애리조나주립대의 비닐 스타를리 제조시스템·네트워크학부장은 “미국으로 돌아오는 제조업이 1970~1990년대의 제조업과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기술 중심의 새로운 유형의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원 7명 중 박사·석사 다수…위성용 유리 제조업체의 채용 방식
WSJ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첨단 소재 제조업체 스위프트코트는 이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회사는 위성 등에 사용되는 반사방지 코팅 유리를 생산한다. 나노소재를 이용해 빛의 반사를 줄이는 코팅을 만들며 복잡한 생산설비와 정밀한 공정 관리가 필요하다.
스위프트코트는 올해 말까지 직원 2~3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신규 채용 인력 모두에게 공학 학위를 요구한다. 현재 정규직 직원은 7명이다.
이 가운데 물리학 박사 학위 보유자가 1명, 기계공학 석사 학위 보유자가 2명, 화학공학 학사 학위 보유자가 1명이다.
직원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분석, 설비 설계, 코팅 시험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생산현장에서 시료를 다루고 검사하는 기술직 직원 3명도 관련 교육과 업무 경험을 갖추고 있다.
피터 퍼스 스위프트코트 최고경영자(CEO)는 “생산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만 생각하면 작업 자체는 복잡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예방하고 이상을 발견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로봇이 시료를 자동으로 싣고 내리는 새로운 생산라인에도 투자하고 있다.
퍼스 CEO에 따르면 기존 방식으로는 기술직 직원 5명이 필요할 수 있지만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면 기술직 직원 1명과 엔지니어 2명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체 직원 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전문성이 높은 인력에게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하게 된다.
퍼스 CEO는 자동화가 반드시 인건비 총액의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항공우주·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 고용 확대
미국 제조업의 고용 회복은 업종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구 제조업과 같은 전통적인 업종에서는 고용이 감소하는 반면 항공우주, 컴퓨터, 전기장비, 냉난방시스템 등 지식집약적 제조업에서는 올해 고용이 증가했다.
이들 업종은 첨단 장비와 복잡한 생산공정을 다루는 비중이 높아 관련 기술을 갖춘 인력을 필요로 한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항공기 제조업 종사자의 절반 이상이 최소 학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직장인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의 분석에서도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다른 제조업체보다 대학 졸업자를 채용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일자리의 고급화는 임금과 생산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 업존고용연구소의 수전 하우스먼 이코노미스트는 “고숙련 제조업 일자리가 전통적인 조립라인의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업무보다 높은 보수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업 역시 전문인력과 자동화 기술을 결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고숙련 일자리가 확대될수록 관련 교육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제조업에 진입하기 어려워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고졸 뒤 공장 취업" 어려워져…양질의 일자리 접근성 우려
WSJ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에서 대학 학위나 전문 기술교육을 요구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노동자들의 취업 기회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별도의 고등교육 없이 공장에 취업해 숙련을 쌓는 경로가 널리 활용됐다.
그러나 생산공정에 로봇과 데이터 분석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이같은 경로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의 수전 헬퍼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에서 요구하는 교육과 훈련 수준이 높아지면 좋은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로운 제조업 일자리가 높은 임금을 제공하더라도 필요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구직자는 해당 일자리에 지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숙련인력 부족이 생산 확대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 관련 단체인 SME의 재닌 쿤츠 CEO는 기술 발전 속도가 인력 양성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의 어느 분야에서도 인재 부족을 겪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SME는 약 125명으로 구성된 인력개발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중학교에 드론 코딩 교육도구와 3차원 프린터 등을 제공해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제조업 기술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TSMC 애리조나 공장 인력교육 확대…내년 800명 목표
반도체 산업은 숙련 기술인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대표적인 분야다.
애리조나주립대 제조 관련 교육기관은 대만 반도체기업 TSMC의 애리조나 공장에서 근무할 설비기술자 약 170명을 교육하고 있다.
이 기관은 내년 교육 규모를 약 8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5년 전에 설립된 해당 교육기관에는 별도로 약 370명의 학사·석사·박사과정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도 제조업의 기술인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직업교육기관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콜럼버스에 있는 인력개발기관 애스파이어 워크포스 이노베이션은 설립 초기에는 제조업 분야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지역에 첨단 제조업체들이 들어서면서 생산기술 인력 양성이 주요 사업으로 떠올랐다.
이 기관의 리사 팻맥대니얼 CEO는 “현재 지역의 교육 프로그램이 기업과 구직자의 수요를 감당하고 있지만 산업 성장이 이어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기업 인텔은 콜럼버스 동쪽 지역에 총 3000명의 근로자가 필요한 공장 두 곳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대규모 제조시설이 들어서면 설비를 설치하고 운영할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제조업 고용 회복의 관건은 숙련인력 양성
미국 제조업 고용이 다시 증가하고 있지만 그 혜택이 모든 노동자에게 고르게 돌아갈지는 불확실하다.
자동화와 첨단 제조기술은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고 고임금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한 노동자에게는 새로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로봇과 데이터 분석시스템이 확대될수록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문지식의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WSJ는 미국 제조업 고용이 회복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기존 생산직보다 엔지니어와 숙련 기술자를 더 많이 필요로 하면서 새로운 인력 양성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