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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엔 반등은 착시…2027년 12조 엔 무역적자에 갇힌 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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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엔 반등은 착시…2027년 12조 엔 무역적자에 갇힌 엔화

도쿄 외환시장서 일시 156엔대 반등…헤지펀드 숏커버링에 그쳐 상승세 미약
배럴당 100달러 유가에 AI 반도체 부품 수입 폭증…상반기 수입액 사상 최고
미즈호은행 2027년 무역적자 최대 12조 엔 경고…한미 동시 긴축에 엔저 장기화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 지폐를 보여주는 일러스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 지폐를 보여주는 일러스트. 사진=로이터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6엔대 초반까지 반등했으나 구조적인 무역적자 벽에 가로막혀 추세 전환에 실패했다.

25일 닛케이에 따르면, 도쿄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지난 23일 미국 인공지능 기술주 불안으로 달러 매수 포지션이 청산되며 엔화 환율이 잠시 요동쳤으나 추세적 반등 동력은 극히 미약하다고 전했다. 투기 세력의 단기 되사기(숏커버링)가 유입됐음에도 수입 대금 결제를 위한 기업들의 막대한 실수요 달러 매수세가 하단을 떠받치면서, 기저의 통화 약세 압력은 조금도 해소되지 못했다.

156엔대 반등 착시와 실수요 매도


이날 도쿄 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전날까지 약 1개월 동안 달러당 158엔 안팎에서 횡보하던 흐름을 깨고 장중 한때 156엔대 전반으로 밀려났다. 미국발 기술주 조정 여파로 헤지펀드들이 거액의 달러 롱 포지션을 일부 정리하면서 나타난 반사 효과였다.

그러나 시장의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7월 말 미일 당국의 외환시장 공동 개입이나 9월 초 미국 재무부의 구두개입 당시 단숨에 5엔 이상 치솟았던 폭발적인 매수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시장 참가자들이 추가 매수를 주저하는 근본 원인은 일본 경제의 만성적인 무역 결손이다. 수입업체들이 실제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해 엔화를 팔고 달러를 확보해야 하는 실수요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환율 상단을 강하게 짓누르고 있다.

100달러 유가와 AI 부품 수입 쇼크


수급 불균형의 진원지는 에너지와 첨단 기술 부품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엔저와 함께 중동 정세 및 인공지능(AI) 산업 동향을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이 두 요인은 모두 엔화 가치를 갉아먹는 직격탄이다. 미국 원유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은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어, 노무라종합연구소는 고유가에 따른 무역적자 기조가 2026년 말까지 굳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인공지능 특수의 역설이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 21일 내놓은 2026년도 상반기(4~9월) 무역통계에서 전체 수입액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원유 수입액 증가 외에도 인공지능 인프라 증설에 필수적인 해외 반도체와 전자 부품 수입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결과다. 인공지능 열풍이 완제품 수출을 늘리는 긍정적 측면보다 부품 수입 확대로 막대한 달러 유출을 유발하는 부정적 영향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미 동시 금리 인상과 12조엔 적자 반증


외환시장을 지배하는 2대 축인 경상 수급과 내외 금리차 모두 엔화 강세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행이 6월에 이어 9월에도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며 긴축 간격을 좁혔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9월에 금리를 상향 조정하면서 통화정책 차별화 효과가 상쇄됐다. 양국 중앙은행이 10월 회의를 건너뛰고 12월에 나란히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금리차 축소에 따른 환율 안정은 기대하기 힘들다.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구조적 엔저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일본은행이 단호하고 공격적인 통화 긴축을 지속하느냐에 좌우된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고물가를 억누르기 위해 정책금리를 동반 상향 조정한다면, 양국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외환당국의 개입 효과는 순식간에 증발할 공산이 크다.

카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인공지능 투자 열기에 일시적 회의론이 번지더라도 일본 내부의 무역 결손이 해소되지 않는 한 엔화 매수 압력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라며 "오는 2027년에도 연간 7조 엔에서 최대 12조 엔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무역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외환당국의 인위적 개입만으로는 장기적인 엔고 전환 시나리오를 그려내기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