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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 630억달러 AI 금융계약 막판 진통…브로드컴 구원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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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 630억달러 AI 금융계약 막판 진통…브로드컴 구원투수

은행들 고금리·AI 투자위험에 이탈 검토…금리 인상·채무불이행 보증 강화로 계약 성사
앤스로픽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앤스로픽 로고.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의 반도체 확보를 위한 630억달러(약 83조5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금융 계약이 은행들의 참여 철회 움직임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가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의 막판 개입으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리 상승과 AI 투자 과열에 대한 우려로 은행들이 더 높은 수익률과 강화된 보증을 요구하면서 반도체 공급업체인 브로드컴이 추가 부담을 받아들여야 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혹 탄 브로드컴 CEO가 주말 사이 주요 은행 경영진과 긴급 협상을 벌여 대출금리 인상과 채무불이행에 대비한 보증 강화에 동의하면서 앤스로픽의 대규모 자금조달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거래는 브로드컴과 구글이 개발하는 AI 반도체를 앤스로픽이 임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AI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채 금융 거래로 평가되지만 계약 성사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은행들 420억달러 대출에 난색…브로드컴 CEO 막판 개입


WSJ에 따르면 브로드컴과 앤스로픽은 약 두 달 동안 대형 은행들과 대출 조건을 협의했다.

협상의 핵심은 전체 금융 계약 가운데 은행들이 부담할 420억달러(약 55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이었다.

그러나 최근 금리가 상승하고 AI 관련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일부 은행들이 대출 위험에 비해 수익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WSJ는 “일부 은행은 계약에서 완전히 빠지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전했다.

AI 인프라 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대출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특정 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위험 노출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브로드컴은 이미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일부 대출에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은행들은 더 유리한 조건을 요구했다.

이에 탄 CEO가 주말 사이 은행 경영진과 직접 협상에 나섰다.

브로드컴은 대출금리를 높이는 데 동의하고 앤스로픽이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은행이 입을 손실에 대한 보증도 강화했다.

결국 은행들은 자금 제공을 확약했고 앤스로픽이 기업공개(IPO) 증권신고서를 공개한 26일 밤 계약이 발표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모건스탠리가 주요 금융 주선을 맡았으며 블랙스톤 등이 참여하는 추가 자금까지 합쳐 전체 조달 규모가 630억달러에 달했다.

◇반도체 임대료로 대출 상환…브로드컴은 지급 보증


이번 거래는 앤스로픽이 직접 거액의 대출금을 받아 반도체를 구매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별도로 설립된 특수목적회사가 자금을 빌려 브로드컴과 구글이 설계한 텐서처리장치(TPU)를 구매한다.

앤스로픽은 해당 반도체를 임대해 사용하면서 임대료를 지급하고 이 돈이 대출금 상환에 사용된다.

브로드컴은 금융기관에 일정한 지급 보증을 제공한다.

대출의 직접적인 차주는 특수목적회사이기 때문에 브로드컴이 부담하는 위험은 앤스로픽이 임대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과 연관돼 있다.

이번 거래에서 브로드컴은 반도체 공급업체인 동시에 금융 보증 제공자이자 은행들과의 협상 주체라는 여러 역할을 수행했다.

WSJ는 이같은 구조가 AI 산업에서 반도체 공급업체와 고객사, 금융기관의 이해관계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앤스로픽과 오픈AI 등 AI 모델 개발업체들은 연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막대한 반도체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를 자체 자금만으로 충당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반도체 공급업체들이 고객사의 구매와 임대를 지원하는 금융 거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AI 기업들이 미래 매출을 바탕으로 대규모 채무를 부담하고 공급업체들이 이를 보증하는 구조를 두고 금융시장에서는 '순환 금융'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앤스로픽의 IPO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회사가 브로드컴 반도체 임대를 위해 지급할 것으로 예상한 금액은 1252억달러(약 165조9000억원)를 웃돈다.

브로드컴과 구글이 앤스로픽에 제공하기로 약정한 금융 지원 규모는 각각 420억달러와 200억달러(약 26조5000억원)다.

◇은행권 220억달러 채권 매각 예정…금리 상승하면 손실 위험


이번 거래가 성사됐다고 해서 금융기관의 위험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은행들이 제공하기로 한 자금 가운데 약 220억달러(약 29조2000억원)를 향후 투자등급 채권 형태로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할 계획이라서다.

문제는 채권 매각 시점이 반도체가 인도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WSJ에 따르면 은행들은 대출금리에 상한을 설정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따라서 채권을 실제로 매각하기 전에 시장금리가 크게 상승하면 기존 대출의 수익률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수준보다 낮아질 수 있다.

이 경우 은행들은 채권을 할인해 팔면서 손실을 보거나 대출을 자체적으로 보유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거래에 정통한 은행 관계자들은 일부 금융기관이 손실을 감수하고 매각하는 대신 대출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체 계약에는 브로드컴의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 180억달러(약 23조9000억원) 규모의 고위험 부채도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은 블랙스톤이 자금을 제공한다.

이 자금은 앤스로픽의 지급 능력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AI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약화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AI 대출 급증에 자금시장 포화…기존 채권도 매각 난항


WSJ는 “이번 계약을 둘러싼 어려움은 AI 산업에 자금을 공급해온 금융시장의 변화와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최근 수년 동안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반도체 구매를 위한 수천억달러 규모의 금융 거래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미 제공하기로 약정한 대출을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하지 못하면서 신규 금융 거래에 참여할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일부 은행은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대출을 손실을 감수하고 매각했으며 다른 은행들은 매수자를 찾지 못해 대출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

앤스로픽과 브로드컴이 앞서 추진한 '빅스카이' 금융 거래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고위험 자금 일부를 제공한 아폴로는 해당 채무를 다른 투자자들에게 넘기기 위한 거래를 아직 모두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I 데이터센터 금융시장에서도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AI 클라우드 업체 람다의 미국 캔자스시티 데이터센터 사업과 관련된 약 3억달러(약 3975억원) 규모의 채권을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WSJ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해당 채권의 수익률을 거의 두 배로 높였지만 매수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AI 반도체를 구매해 연산 능력을 임대하는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진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앤스로픽의 초대형 금융 계약은 브로드컴의 보증 강화와 금리 인상을 통해 성사됐다.

WSJ는 이번 거래가 AI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자금 수요가 이어지는 동시에 대출기관들이 더 높은 수익률과 강력한 위험 보호 장치를 요구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